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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딸 동주, 여성 동주

운영자 2007.10.10 19:38:53
조회 4866 추천 4 댓글 34

4. 아내와 딸


  딸 동주, 여성 동주



  동주는 지금 대학 4학년이 되었고 남자친구도 있는 것 같다. 엄마를 닮아 자립심이 강하다. 동주가 어릴 적, 쫓기고 구속되고 밤새는 일이 많아 아빠노릇을 못했는데 기특하게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커주었다.

  나는 동주를 볼 때마다 늘 미안하면서도 감사해 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절대적인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내는 아이한테 매달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땅히 어린 동주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믿고 맡길 만한 탁아소도 없어 아내는 결국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아이를 기른다는 건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여성들이 육아의 책임에서 풀려날 수 있어야만 사회·경제적활동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고, 후배 최혁배와 함께 84년부터 영·유아 탁아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외국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국내에 외국 돈을 가지고 들어 올 때는 자칫 국가보안법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성남 ‘만남의 집’ 소피아 수녀님과 신부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청계노조 근처 창신동, 창동 이소선 어머니 동네, 구로공단, 주안공단, 부산, 마산, 대구의 큰 공장지대마다 맞벌이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탁아소를 마련하였다. 탁아소를 운영하면서 시설미비와 경험미숙, 자금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아이들끼리 놀다가 눈을 찔러 다치는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는 동주를 탁아소에 맡겨 길렀다. 우여곡절 끝에 딸아이를 길러보고서야 나는 여성들이 맘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육아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나는 가끔씩 내 자신의 이중성을 본다. 아내 설난영을 대할 때와 딸 동주를 대할 때가 다르다는 것이다. 남자 김문수의 한계이다. 나는 딸 동주를 키우면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동주는 나의 하나 뿐인 딸이라는 점에서, 아내를 대할 때와는 또 다른 애틋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내와는 다른 정서로 다가오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나의 그동안의 행동이 얼마나 남성중심적이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딸들이 시집가서 살 때는 우리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여성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남성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딸 동주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존경받기를 원하듯
  나 자신도 아내 설난영을 사랑하고 존경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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