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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

운영자 2006.01.09 12:02:00
조회 2396 추천 0 댓글 7

  2. 서울을 향한 좌절과 희망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한강 개발에 대한 내 이론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말 중에 한 가지 옳은 말이 있기는 했다. 바로 대대적인 계획인 만큼 돈이 많이 들 것이란 얘기였다. 그래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에게 의사를 타진하기로 했다.

  나는 탤런트 최불암, 김민자 씨 부부를 잘 알고 지내던 터였는데, 그가 평소 자주 만나던 정 회장을 소개해 주었다.

  최불암 씨와 나는 광화문에 있던 현대 본사 사옥 회장실로 찾아갔다. “정 회장님께서는 그 동안 우리나라 건설 분야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셨는데, 서울을 위해 큰 일을 한번 더 하셔야겠습니다. 강남과 강북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면 서울은 곧 인구 천만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도심 공원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한강 전체를 시민의 활용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대기업 총수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았기에, 담담하게 정 회장의 의견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설명을 들은 정 회장은 눈빛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곽 교수, 그거 진짜 좋은 생각입니다!” 그러자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되었다. 나는 곧 한강을 끼고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8차선 강변 경관 도로를 놓는 계획, 즉 지금의 올림픽 대로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한술 더 떠서 호응했다.

  “8차선이 뭡니까, 10차선은 되어야지요! 강북 쪽의 뚝방에도 마찬가지구요!” 그 정도로 적극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자 나는 아예 도면을 펼쳐 놓고 말을 이었다.

  “한강은 세느강이나 템즈강보다 훨씬 넓고 멋있습니다. 제가 한강 개발 계획 발표를 했는데 가능성이 있으니 이루어질 수 있게 역할을 해주십시오. 꼭 해야 되는 일입니다. 그 동안 사업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루는 데 애쓰신 회장님께서 역량을 발휘해 주십시오.”

  정 회장은 내 말을 듣고 의미 있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 준 최불암 씨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런 희망적인 만남 속에서 나는 정 회장에게 현대 사옥도 한강변에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1978년경에 현대는 새로운 사옥 건립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비원 옆에 있는 휘문고 자리였다. 나는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서 그 계획 도면과 설명을 접했는데, 약 30층짜리 두 개의 건물로 설계되어 있었다.

  대개 계획 평가 요소들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지만, 이 경우는 도시 계획 평가 요소에 모두 어긋났기 때문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나의 의견과 반대로 승인에 찬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비원 주위의 교통을 염려했고, 가회동 한옥촌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비밀의 뜰(秘苑, Secret Garden)’이라는 뜻을 지닌 비원의 조용한 고적이 훼손되는 것 또한 용납할 수 없었다.

  “청와대가 보인다고 조금 높은 건물의 북측면으로는 아예 창문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이런 건물을 짓게 허락한다는 것은 사회 분위기를 더욱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옥은 당초 계획 층수의 절반으로 승인이 되어 오늘의 현대 본사 사옥이 되었다.

  현대에서 구입했던 경희궁 자리는 또 다른 건설 계획이 있었다. 이곳은 정말 경희궁으로 복원시켜야 되기 때문에 그 해결책으로 나는 구 시장에게 제안을 했다. “한강 개발을 하면 구의동에 낮은 늪지 같은 지역이 생깁니다. 경희궁의 가치를 계산해서 시에서 경희궁을 다시 받고 대신 그 땅을 개발하여 현대가 쓰도록 합시다.”구 시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렇게 참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기며 일단 경희궁을 살려낼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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