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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 대한 기억

ㅇㅇ(1)(118.33) 2018.09.07 23:57:15
조회 186 추천 2 댓글 7

 평소보다 유난히 푸르고 짙은 한 여름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지하철은 많고 여러가지인 사람들을 실고 달려나간다. 그런 지하철 속에 난 행복하게도 한 자리를 얻었다. 난 가방에 얼굴을 파묻듯 웅크려 앉아있었다. 그냥 조금 피곤했고, 조금 적적했다.


 최악이였던 건 내 핸드폰 배터리였다. 1퍼센트의 배터리를 보고, 난 이어폰을 집어넣었다. 원치 않아도 들리는 소음들이 날 어지럽게 만든다. 머리속은 꼬인 실타래마냥 지저분 했다. 항상 지하철에 탈때면 더 피곤해진다.

 그래도 밖이 보이는 역에서 고개를 빼꼼 돌렸다.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풍경, 그게 뭐라고 난 좋다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 다음역에서 내려 난 잠시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난 누군가를 찾듯 빙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난 노란버스를 타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난 밤하늘에서 누굴 찾아 헤메이는가.  

 버스에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풀벌레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시원한 여름밤공기는 우울한 기분을 조금 날려주는 듯 했다.


 (이 광경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저 길이지만 난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가 느끼는 걸 너도 느꼈으면 했다. 난 그럴 수 없다는 게 허무하다. 너의 곁엔 누군가가 있을 거고 난 지나가는 사람이다. 넌 나와 같은걸 느끼고 경험하지 않을 거다. 확신한다.)


 바쁜 사람들의 빛이 꺼지지 않는 밤이였고, 염치없는 배는 꼬르륵 거렸다. 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해서)집까지, 조금 낮은 언덕을 지나. 육상선수처럼 가볍게 날아갔고, 여름밤은 더 짙고 푸른 색으로 깔려간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너의 기억과 함께.


 언젠가 깊은 겨울이 찾아왔을 때 눈에 덮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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