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주인 플로리다 주는

과거에 캘리포니아가 그랬고, 중부가 그랬고, 동부가 그랬듯 현재 가장 핫한 맥주 스팟 중 하나입니다.

더운 휴양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이 동네의 주력 스타일은 부재료 임페리얼 스타우트.

뉴잉글랜드가 IPA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 거의 스타우트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맛있는 부재료들(메이플, 커피, 바닐라, 초콜렛, 코코넛 등등등등등)을 때려넣은 맥주들은

맥덕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현재 플로리다의 대도시마다 유명한 스타우트 양조장이 한두개씩 있을 정도입니다.

그 중 Cycle 양조장은 최근 인기가 살짝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플로리다 최고의 인기 양조장 중 하나인데

원래는 Peg's Cantina 라는 펍 + 레스토랑이었다가, 주인장의 아들이 "맥주를 만들어보자!" 하고 브루잉을 시작했다가

사람들이 "어 너희 맥주 맛있다~!" 같은 반응이 나오다보니 맥주에 전념하게되고... 지금처럼 인기 양조장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맥주들을 만들지만, 사이클 양조장 만의 독특한 특징이라면

많은 맥주들을 시리즈별로 내고, 모든 맥주들이 공통된 라벨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렇게 눈 아프게 줄 잔뜩 그어놓고 심플하게 색, 그림을 그려두는데

개인적으로 모아두면 참 이뻐서 정말 좋아하는 라벨들입니다.

요 놈들은 일명 "Weekday" 시리즈라고 불리는 맥주들로

2016년 버전을 내었다가 인기가 있어서인지 2017년에 다시 재발매했습니다.

그런데 레서피가 크게 바껴서 사실상 다른 시리즈라고 해도 무방하긴 합니다.

2017

월 - 버번 배럴 + 커피

화 - 버번 배럴 + 코코아닙

수 - 임페리얼 라이 스타우트 + 우드포드 라이 배럴

목 - 버번 배럴 + 메이플

금 - 칼바도스 배럴

월요일

-기분 좋은 약배전 커피에 배럴은 화사한 형태로 드러남. 바닐라는 적고 오크통과 위스키의 느낌으로.

-탄산은 살짝 적고 바디는 적당히 입 안을 매움.

-커피의 진한 느낌이 입 안에 퍼지고 마지막에 쌉쌀한 쓴 맛이 다크 초콜렛 처럼 다가오며 맛을 정리해줌.

화요일

-초콜렛, 아니 카카오닙스 향이 터짐. 최근 어머니가 건강식품이라고 카카오닙을 잔뜩 사뒀는데 딱 그향.

-배럴은 은은하게만 뒤를 받춰주고 있음.

-탄산은 조금 적고 바디는 적당히 꽉 채움.

-다크 초콜렛, 카카오, 살짝 건과일, 약간의 단 맛도 느껴지나 마지막에 드라이하게 떨어지고 부드러운 쓴 맛.

수요일

-버번 배럴의 바닐라, 오크통, 살짝 알싸한 호밀 향이 지배적임. 몰트 캐릭터는 잘 느껴지지 않음.

-탄산은 중간 바디도 중간.

-배럴에서 기인한 듯한 산미가 살짝 튀고, 화사한 배럴의 캐릭터가 느껴짐. 드라이 피니시.

목요일

-메이플 향이 강하게 느껴져서 놀랐음. 버번 배럴은 은은한 수준으로만 느껴짐.

-탄산은 중간에 바디는 중간보다 아~주 살짝 더 묵직.

-끈적한 메이플 시럽의 느낌을 잘 살림. 원주가 조금 허접한게 느껴지긴 한데 사이클 치고 부재료를 맛까지 잘 데려옴.

금요일

-배럴, 오크통, 사과, 달콤한 건과일 등 애플 브랜디 캐릭터.

-탄산은 중간에 바디도 중간.

-살짝 산미, 단 맛은 없으며 드라이하고 입 안에 배럴의 캐릭터가 은은하게 퍼지며 몰트의 다크 초콜렛-커피 느낌 아주 살짝.

-조금 단조롭고 심심한 편.

(참고용)

개인적으로 사이클 양조장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대부분 배럴에 담궜다가 금방 뺀 느낌입니다.

사이클에서 버번 배럴 썼다고 하면 버번 캐릭터는 기대하지 않고 마셔야 할 정도로...

부재료를 그나마 잘 쓰는 편이기에 부재료 스타우트들이 몇개 궁금한데

플로리다 맥주는 마시면 마실수록 조금씩 아쉬움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위크데이 시리즈를 너무 기대하지 않다보니 꽤 괜찮았는데

맥주를 나눠주신 Orange 님께 무한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