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아포크리파 정발 기념으로 리뷰글 쓰려다가 지크 관련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따로 올림

아포크리파 논란의 핵은 지크다. 지크프리트한테 지크라는 별명을 뺏어갔지만 이젠 그냥 다들 좆크라고 부르지.

지크는 타입문에서 가장 욕먹는 캐릭터 TOP 5에 들 거다. 지크×잔느 커플링은 공식 커플링이지만 이거만큼 욕먹는 커플링도 없다. 조켄이 주완 후장 찌르는 커플링도 이것보단 욕 덜 먹겠다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자

지크의 캐릭터성을 먼저 보자. 영령의 힘을 다룰 수 있으며, 영령이랑 사귀게 됐으며, 그 과정은 노력이 아니라 우연의 결과다. 또한 주인공이고, 시한부 인생이다.

캐릭터성은 마슈나 시로랑 매우 닮았다. 마슈는 말할 것도 없이 팬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지. 시로는 전에는 굉장히 까였지만, UBW 애니화와 함께 PTSD 설정이 재조명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근데 왜 지크는 얘네와 달리 욕을 먹을까?

간단하다. 이 놈에게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마슈는 감정표현이 서투를 뿐이지 감정 자체는 상당히 풍부하다. 시로는 마음의 근본이 망가졌지만 그 행동원리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크는 애초에 감정이 매우 옅어서 표현이 없다. 쿨계 캐릭터다.

감정이 옅은 쿨계 캐릭터의 매력은 보통 둘 중 하나다. 언제나 쿨하고 도도한 모습을 보이는 간지, 혹은 평소엔 쿨하지만 가끔 데레를 보여주는 갭모에에 있다.

그래서 쿨캐는 성장형 주인공을 맡기 힘들다. 아득바득 살아남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감정이 없는데 성장형 캐릭터에 어울릴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쿨캐는 보통 완성형 캐릭터이며, 쿨캐가 정신적 성장을 하는 건 계기가 되는 상대에게 갭모에로 데레를 보여주면서이다. 아카드를 생각하면 쉽다.

지크는 캐릭터성은 쿨계인데 포지션은 성장형이다. 이러니 완성형 캐릭터가 지니는 간지도 없고, 성장형 캐릭터한테 품게 되는 감정이입도 없다.

위기에 처하면 감정을 표출하며 이입시켜야 하는데, 지크가 죽기 싫다고 할 때 표현되는 감정은 쟈코들이 죽기 싫다고 발버둥칠 때처럼 막연하기만 하다.

일상편이 좆노잼이 되고 중심주제가 흐트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는 일상편에서 지크의 캐릭터성을 각인시켜주고 중심주제에 대해 다뤄야하는데

지크의 캐릭터성 자체가 개노잼이라 각인될 게 없고 - 캐릭터가 개노잼이니 감정이입이 안 되고 - 감정이입이 안 되니 중심주제를 다루는 걸 흘려듣게 됨.

한마디로 주인공을 잘못잡았다.

지크의 캐릭터성을 글러먹게 만들었다는 게 아니다. 주인공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만들지 못했다는 거다.

만약 지크가 서브 캐릭터였다면 괜찮은 캐릭터였다. 잔느의 곁을 따라가면서 미숙하지만 성장하는 캐릭터, 잔느의 유지를 이어서 목표를 이룬다는 괜찮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주인공의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중심주제를 푸는 거다. 행적 때문에 페이크 주인공이라고 욕을 먹어도 중심주제를 이끌어가면 그 캐릭터는 분명히 주인공이다. 지크는 그걸 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로 만들지 못했다.

주인공에 어울리는 건 지크보다는 잔느쪽이다. 만약 잔느가 주인공이였다면 행적이 변하지 않아도 서술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나았을 거다.

중심주제를 풀 때는 지크가 잔느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 옅은 감정으로 어중간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잔느가 지크에게 세상을 가르쳐주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을 거다.

연애라인도 잔느가 지크를 좋아하는 것보다, 지크가 잔느에게 연심을 품는 걸 중점으로 두는 게 독자들을 보다 납득시킬 수 있었다.

결론은 지크가 주인공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개좆망 캐릭터만은 아니라는 거다. 너무 좆크라고 까지 마라

아포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 나올 때마다 다들 지크를 없애라느니 뭐니 했는데 그런 건 스토리 갈아엎어도 못 하니 포기들 하고

애니에서는 지크한테 감정표현을 늘리거나 해서 좀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