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본도 나오고 애니도 곧 나올 예정이니 분위기 환기 겸 아포 읽었을 때 소감 좀 적어봄

◆ 읽은 순서로 소감 ◆

1권 읽을 때는 평범하게 재밌었다. 강캐들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약한 애들은 약한 애들 나름대로 발리면서 싸우는 등 전투가 페이트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재밌었음.

2권이 가장 쩔었지. 전투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전투묘사는 정점에 달함. 각 캐릭터들의 전투스타일이 특색있게 잘 나오고, 마지막에는 드라큘라 레이드가 간결하면서도 임팩트있게 날림. 거기다 그 드라큘라를 단번에 때려잡는 걸로 아마쿠사의 흑막력을 부각시키는 효과까지 완벽함.

1권에서는 지크와 잔느가 메인 전개에서 벗어나있었는데 2권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것도 좋았음.

3권은 초반부터 좀 읭 했음. 세레니케 탈락이랑 케테르 말후트 레이드는 읽으면서 "왜 이 타이밍이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후반에 잭 잡으러 가는 건 싸움은 재밌었는데 그 전까지 마을 돌아다니는 게 너무 질질 끄는 느낌. 라노벨식으로 일상편을 끼워넣은 거 같지만 좀 심했다.

4권은 가장 늘어졌다. 초반에 잭 성불시키고 그 후로는 쭉 결전 준비만 해서 흥미가 확 식음. 앞부분이 너무 질질 끄니 후반에 결전이 시작돼도 약간 시큰둥하게 보게 되더라.

5권은 이야기하기 전에 살짝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

아포는 정발이 안 돼서 다들 번역되는 걸로 보고있었는데, 번역이 속도를 못 쫓아가서 (4권이 지루해서 번역할 맘이 좀 안 들었다는 걸로 기억함) 5권 번역은 굉장히 늦게 나왔다. 그래서 내용 전체를 읽지 못하고 원서 읽은 사람들이 네타해주는 내용만 들었다.

그러다보니 아킬 투기장이나 신창처럼 임팩트 있는 장면들 위주로 알게 되고, 내용를 번역한 게 아니라 사건만 알게 되니 그걸 설득력있게 표현하려고 한 작가의 노력은 여과됨. 그렇다보니 아킬 투기장이나 아마쿠사 블랙홀 같은 게 유독 까이게 됐지.

5권 얘기로 돌아가면, 초중반은 내내 좋았다. 아킬과 케이론의 머리싸움과 투기장 격투묘사는 진짜 쩔었고, 아탈의 집념어린 공세는 공포스러웠다. 역할없던 셰익이 잔느를 보구로 농락하는 장면은 놀라우면서 재밌었다.

지크와 카르나 싸움도 카르나치들의 빼애액과 달리 충분히 대등하다는 느낌이였고, 발뭉이 신창에 무너질 때는 진짜 지크프리트가 아니라는 게 아쉬워서 지크프리트의 입지도 상당히 새워줬다. 아킬 방패로 막는 건 스포를 듣고 보니 좀 시큰둥했지만 못 듣고 봤다면 "이걸 이렇게 해결하냐!"하고 화내면서 웃었을 거 같다.

5권은 후반부가 좀 많이 깎아먹었다. 카리스마 빨로 설득하던 시골처자라 그런지 말빨이 부족한 잔느는 아마쿠사한테 "아, 아무튼 안됌!"이라고밖에 못하지, 지크랑 아마쿠사 전투는 앞의 전투에 비해 단순해서 재미가 없지. 잔느가 지크에 대한 애정자각은 셰익 보구 때는 재밌었지만 그 후에 아발론까지 쫓아가는 건 에바였다.

◆ 단점 ◆

1. 케테르 말후트 레이드 + 잭 시가전

　 케테르 말후트 전투 타이밍은 물러나서 재정비하는데 주력할 타이밍이였는데 뜬금없이 레이드가 되면서 서번트들도 지치고 독자들도 치지는 전개였다. 3권 중반부에 뒷통수를 쳤어야지.

　 잭 시가전은 위에서 적었듯 전투 자체는 괜찮은데 시가전하겠다고 갔다가 일상편 찍는 게 노잼이였다. 이 부분은 지크 관련이니 후술.

　 애니에서는 이 둘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안 그럼 2쿨부터 개노잼 된다고 욕 먹는다.

2. 지크×잔느 연애라인

　 공식 커플링이지만 이거만큼 욕먹는 커플링도 없다.

　 이건 명백하게 작가의 실수다. "잔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고한 성녀가 아니라 사랑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소녀다."라는 걸 묘사해야하는데, 시작할 때부터 카르나한테 죽을 뻔 해도 넘어가는 그런 고고한 성녀로 묘사했지. 이러면 "고고한 성녀인데 평범한 소녀라 사랑도 할 수 있어"인데 이건 뭔 소녀만화 주인공이 평범한데 졸예인 것도 아니고 뭐야 이거

　 애시당초 지크한테 반한 이유가 제대로 묘사 안 된다. 그럼 걍 얼빠인데 ㅅㅂ 그게 말이 되나

　 가까워지면 얼굴 붉히는 묘사와 '이건 레테시아 감정이야!'하고 현실부정하는 장면을 좀 더 빤히 보이는 현실부정으로 묘사해야 했다.

3. 지크의 캐릭터 자격 부족

　 이건 따로 글 올렸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ypemoon&no=2399022

◆ 세일즈 포인트 ◆

1. 당시에는 읽을 게 아포밖에 없었다.

　 요즘은 매년 Fate 신작과 애니가 서너 개씩 나오지만 그 때는 읽을 게 아포뿐이였어.

　 히무로는 구할 수가 없어서 번역이 안 되고, 창은은 아포 발매 이후 1년 후에야 연재를 시작한데다 2부까지는 전투씬은 거의 안 나오고 귀축전개에만 몰빵해서 Fate 느낌이 안 남.

　 그런 상황에서 아포크리파는 SN와 Zero에서 이어지는 '전통적인 성배전쟁' 작품이였다. 달갤이 생기기 전까지는 타입문 팬덤의 본거지였던 (응 지금은 퇴물) 근근과 츄잉 등에서는 아포크리파가 최고 떡밥이였지. 나를 포함해 다들 아킬 창 가지고 빼애액 대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2. 전투묘사가 좋다.

　 아포크리파는 Fate 시리즈 작품 중에서도 유독 전투묘사가 좋은 편이다. 물론 Zero도 전투씬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투 흐름에 서술을 많이 할애한 아포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만화 중에서는 폭스테일과 비슷한 전투 양상이다.

　 전투묘사가 제대로 나올 수 없는 게임인 EXTRA 시리즈는 물론 압승이고, SN는 비주얼 노벨이라 소설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서술이 좀 늘어질 수밖에 없지. 이건 매체 탓이니 어쩔 수가 없음.

　 중딩 때 달빠 입문해서 아포뽕이 더해지니 치기에 병신처럼 아포 흉내내다 만 팬픽 썼다가 지웠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이불뻥뻥.

ㅅㅂ 이시다 아키라 넌 ㅈ잡고 반성해라 시발 전투묘사빨 소설을 어떻게 이딴 병신 같고 가독성 떨어지는 폴짝폴짝 만화로 그릴 수 있냐

나도 아포 결말나면서 굉장히 실망한 팬들 중 하나다. 국내에서 아포 까는 흐름이 근근웹 달게랑 ㅈ무위키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때 앞장섰던 사람들 중 하나다.

그러니 지크가 좆크가 된 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데, 지크에 대한 불만이 아포크리파 전체로 퍼지면서 아포크리파 자체를 개쓰레기로 취급하는 흐름으로 번진 건 불만이다.

원래는 적당히 까이다가 사그라들었어야 했고 나도 그렇길 기대했지만, 페그오에서 스마나이가 스마나이로 나오면서 스마나이 이미지가 스마나이해져버려서 멈출 타이밍이 스마나이해버렸다.

그렇게 가속해 유행처럼 된 지크 까기 흐름은 누구 한명이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였고, 애시당초 지크를 좋아하는 사람도 적었으니 실드를 쳐주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2년 넘게 이렇게 까이고 있다.

아포 정도면 충분히 평타는 치는 소설이다. 흠이 좀 보여서 수작이라고는 못 해도 평타는 친다. 단점이 좀 보여도 전투묘사가 그걸 커버하고 간다. (그래서 전투 없는 34권이 노잼이란 건 안비밀)

주인공인 지크는 확실히 상당한 결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소설 전체가 개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건 과하다. 전에 창은이 아포보다 낫다는 말 보고 어이없어서 터졌다. 좆쿠라이니 사쿠라2니 개노잼이라고 그렇게 깐 건 언제고 아포 까려고 창은이 낫다는 말을 할 수 있냐ㅋ

지금은 히가시데까지도 좆가시데라 까대는데, 실상은 사쿠라이를 죽일듯이 까던 게 신주쿠 때문에 주춤하니 타겟을 바꾼 거다. 3장, 5장 때부터는 재밌다고 극찬하면서 히가시데 옹호했으면서 신주쿠 나온 후부터 갑자기 히가시데 까는 말이 대폭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