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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밤]거울의 방 1편

유동인듯고닉인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05 22:47:51
조회 500 추천 8 댓글 5

으아아 첫 문학이라 떨린다ㅠㅠ 제목과 달리 거울의 방은 뒤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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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도는 없더냐! 정녕 다른 방도는 없더란 말이냐!"
"네, 전하. 송구하옵니다..."
"그 요술 램프는 어떤 소원이든 3가지는 무조건 들어준다 하질 않았느냐? 근데 왜 말을 듣지 않는 게야?"
"제아무리 뛰어난 진이라 할지라도 공주님의 두려움을 자신이 고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럼...어찌해야 되는 거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엘사를 고칠 수 있는 게야?"
"저...그 진의 말에 따르면...공주님 스스로 다스릴 수 밖에 없다고..."
"하아..."

 

 

전하께선 카이의 말을 듣고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주저앉으셨습니다. 전하는 다시 힘없이 시선을 땅바닥에 떨어뜨리셨지요. 그 옆에 가만히 서 계시던 왕비님께서 조용히 전하의 움츠러든 어깨를 감싸셨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요? 제가 설명해드리지요. 저는 이 아렌델 왕궁에서 근무한지 어언 10년이 넘은 수석 궁중 관리인인 겔다랍니다. 전하께 방금 요술 램프에 사는 정령 또한 엘사 공주님을 '고치지 못했다'는 비보를 전한 카이는 제 남편이자 같이 이 왕궁에서 근무하고 있는 궁중 집사이고요. 참, 저희 소개가 중요한 건 아니죠.

 

 

참, 앞에서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드리겠다고는 하지만 막상 입을 열자니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서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는군요. 사실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일이 저희 부부처럼 이 왕궁에서 오래도록 일해온 관계자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끝까지 감춰야 하는 비밀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도 무거운 짐을 혼자서 감당하며 지내시는 엘사 공주님을 생각하면 마냥 이 일을 눈감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펜을 듭니다.

 

 

엘사 공주님은 겉보기엔 꼭 평범한 소녀와 같아요. 아니, 이미 '공주'라는 태생부터가 평범한 소녀라고는 할 수 없죠. 엘사 공주님은 또래 중에서도 (공주님은 동생인 안나 공주님 외에 또래 친구들을 만나보신 적이 거의 없지만) 유독 예쁘장한 외모와 얌전한 몸가짐을 지닌 분입니다. 물론 장녀이신지라 어릴 적부터 왕위 계승자로서 교육을 받아오기도 했지만 천성부터가 여리고 온화하고 선하신 분이에요. 그래요. 마치 공주님이 지닌 뽀얀 살결과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공주님이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흩날리며 반짝이는 고운 머리카락처럼 엘사 공주님은 햇빛이 비추는 눈송이와 같이 부드러운 소녀이시죠. 하지만 햇살이 비추는 눈송이는 결국 녹아내리는 법입니다. 엘사 공주님은 지금 녹아내리는 눈송이처럼 맥없이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사실상 이 왕궁이란 감옥에 갇혀 지내고 계시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대체 엘사 공주님의 '능력'이 무엇이기에 어여쁜 공주님을 죄인 마냥 묶어 놓아 가두고 있냐고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엘사 공주님은 어느 것이든 다 얼려버릴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갖고 계신답니다. 아니, 이제 단순히 얼려버리는 것 이상으로 공주님의 '능력'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냐하면 일화 하나를 소개해드리죠. 아마 그 때가 한여름이었을 거예요. 엘사 공주님이 독방을 쓰신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더위를 유독 타시던 안나 공주님이 언니와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고 한창 때를 썼었죠.

 

 

계속해서 엘사 공주님의 방문을 시끄럽게 노크하시면서도요. 제가 아무리 말려도 안나 공주님은 계속해서 엘사 공주님을 귀찮게 했고 엘사 공주님은 짜증도 날 법 했을텐데 점잖게 '저리 가, 안나'라고 이따금 단호하게 말씀하셨을 뿐이었어요. 공주님은 항상 초연해 보였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한여름에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한 안나 공주님의 투정은 늘어나기만 했어요. 그러다 어느 무더운 날, 안나 공주님은 그만 독감에 걸려 열이 심했는데 도중에 그만 거품을 물고 쓰러진 다음 경기까지 일으켜서 궁중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걱정했었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뵌 엘사 공주님은 전혀 흐트러진 태도를 보이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안나는 괜찮은가요?'라고 물어보지도 않으셨지요.

 

 

그저 제가 안나 공주님이 쓰러지셨단 소식을 전했을 때 잠깐 놀란 표정을 지으시고 다만 장갑을 낀 두 손을 더 힘주어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뒤돌아 서 계셨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안나 공주님은 다행히도 의사에게 진찰을 받던 도중에 깨어나셨어요. 그리고 우리의 말괄량이 작은 공주님은 창 밖으로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 쬐던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에서 새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걸 지켜보셨지요. 눈발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느다랐기 때문에 얼핏 여우비처럼도 보였지만 그 때 하늘에서 내린 건 틀림 없는 눈 결정이었어요. 다른 곳도 아닌 안나 공주님이 계신 오직 성 경계 안쪽의 하늘에서만 눈발은 잠시 흩날리다 그쳤답니다. 그 때 성 주변엔 짙은 녹음이 깔린 7월이었는데 말이에요.

 

 

그건 아마 비록 표현을 안 했어도 아픈 여동생을 위한 엘사 공주님의 작은 선물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광경을 병석에 누워 계시던 안나 공주님 옆에서 함께 지켜 본 전하께는 위급한 일이었어요. 자칫하다간 엘사 공주님의 능력이 만천하에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그 날, 큰 공주님은 전하께 밤 늦게까지 잔소리를 들으셔야 했답니다. 물론 전하께선 좋은 뜻으로 하신 일이었지만요. 그 뒤로 엘사 공주님이 독방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간은 아예 없어졌고, 안나 공주님의 활동 영역도 더욱 축소되었어요.

 

 

그 전엔 전하께서 성문은 닫으셨어도 안나 공주님이 갑갑해하지 않도록 성 안에선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다니실 수 있도록 허용하셨어요. 하지만 그 일 이후론 엘사 공주님이 계시는 독방이 있는 2층 복도에 안나 공주님이 지나갈 수 있는 시간은 제한 되었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니 오래 되었다면 오래 된 일이군요. 하지만 전하라고 두 딸을 서로 떼어놓은 채 성 안에 죄수처럼 갇혀지내게 하는 생활이 내켰을 리가 없었습니다. 전하는 큰 공주님과 함께 패비 영감으로부터 공주님의 능력이 점점 강해질 것이란 말을 들었을 때 두려움에 휩싸였었어요.

 

 

하지만 전하께서는 엘사 공주님이 평소 전하의 말씀을 잘 따랐고 무엇이든 잘 하셨으니 공주님이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잘 배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러나 전하의 기대와는 다르게 엘사 공주님의 능력은 조절이 가능한 범위를 넘어 그처럼 강해져만 갔고 이내 전하께서는 두 공주님을 위해서나 아렌델을 위해서나 엘사 공주님의 능력을 없애는 일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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