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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베리아 포로생활 -8

뚱띠이(121.141) 2007.05.03 13:29:36
조회 1538 추천 0 댓글 7




그동안 먹고 사느라 올리지 못했습니다. (뭐... 기다리시는 분도 없으셨겠지만...ㅠㅠ)

즉흥 음악회

파흐타-아랄에서는 \'몸이 자유로운\' 사람은 모두 목화밭에 글려나가 작업을 했다. 작업반은 해가 미쳐 지평선 위로 더오르기도 전에 막사를 떠났다. 그들은 들에서 식사를 하며 온종일 일을 하다가 5시경이 되면 지쳐서 기진맥진한 몸을 무겁게 끌며 수용소로 돌아왔다. 그러한 피로는 \'작업할당\'을 완수해야 한다는 소련군의 강박관념이 가져온 결과였다. 러시아인들이 말하는 \'작업할당량\'이란 \'최소한의 수확목표\'를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달성해야만 그들에게서 식사와 하라쇼(온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한 포로들은 수용소 안에 남아서 청소를 하거나 여자용 구두의 갑피를 만드는 일을 했다. 말할 수 없이 지겨운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그 일에 숙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만든 갑피는 한결같이 삐닥하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아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에도 안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볼품없는 솜시가 아니라, 러시아인 감독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면서 나에게 태업을 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가 여느 대처럼 잔소리를 늘어놓자 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 봐요 감독양반. 나는 조금도 꾀를 부리는 게 아니라구요. 이 일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일은 내가 그간 받아온 훈련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는 연예인이지 제화공이 아니란 말이에요!"
"연예인이라?"
그가 되받았다.
"방송 연예인이요."
내가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꾸며댔다.
"연예인이 신발을 만들지는 못해요. 이 사실은 소장이 알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다."
저녁 6시경 작업반이 돌아온 뒤 나는 불리어갔다. 수용소장은 교활한 미소를 머금은 채 책상에서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소장은 나를 자기 앞에 세워놓은 채 말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신발을 만들 수 없으시다는 말씀이시군. 그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알겠네. 기타는 치겠지?"
"아닙니다. 기타가 아니라 드럼입니다. 이곳에 드럼이 있나요, 대위님?"
내가 악기를 제대로 댄 셈이었다. 수용소에는 드럼이 없었다. 이 손쉬운 성공에 자신을 얻어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
"사실인즉, 대위님. 제 전공은 연주가 아니라 공연 쪽입니다. 노래라든가, 촌극을 꾸민다든가 하는 거 말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상급 연예인이었지요."
"그럼, 이곳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일요일마다 포로들을 위해서 버라이어티쇼를 꾸밀 수 있지요. 괜찮으시다면 대위님의 부하들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잠깐동안 소장은 대구를 하지 못했다. 시간을 끌기 위해 그는 작은 잔에 손수 보드카를 한잔 따랐다.
"연예인이라.... 알겠소... 그럼, 이렇게 해 봅시다. 내가 기타와 발랄라이카를 마련해 주겠소.  당신이 악사와 가수들을 모아서 일요일에 공연할 쇼를 꾸며 보시오. 결과가 좋으면, 당신을 신발공장에서 빼 주겠소. 만약 시원치 않으면, 당신을 영창에 넣을거요. 좋소?"
"좋습니다! 그리구 감사합니다, 대위님."
나는 경례를 붙이고 문 족으로 돌아섰다. 대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폴리 가요가 좋을거요."
러시아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서방에 대한 그들의 지식을 자랑해 댔다. 그들이 이탈리아에 대해 가진 지식이라곤 미술, 오페라, 가리발디와 나폴리 민요 몇 곡이 고작이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가리발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아마 그의 붉은 셔츠 때문일 것이다.) 나폴리 민요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왜일까? 물론 그 가락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양과 백색으로 빛나는 해변의 도시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톡이나 민스크에서는 이탈리아에서처럼 온화한 햇볕을 절대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날짜는 이미 목요일이었다. 나는 즉각 악사들을 구하러 나섰다. 100명의 병사들 가운데 80명 정도가 하모니카나 기타를 연주하는 군대에서 악사 몇 명을 구하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가수들을 발굴해 내는 일은 조금 힘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목화를 따느라고 10시간 동안 일하고 온 사람에게로 가서 \'노래 한곡조 불러주지 않겠나?\'하고 부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판띠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나는 만약 우리의 쇼가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들 중의 몇 사람이 목화밭 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누누히 설명했다.
"러시아인들은 이런 일에 약하거든.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잘 보인다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게 될 지 누가 알겠나?"
우리의 설득은 주효했다. 나의 간청과 판띠의 역설로 처음엔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던 두 사람의 나폴리 출신 가수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당장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 착수했다. 판띠는 요란한 포스터를 작성함으로써 새삼 허풍선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일요일이 되자 우리는 화려한 개막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정각 오후 3시가 되자, 수용소장이 포로 막사 구역으로 들어섰다. 작업반을 담당하고 있는 하사관과 몇 명의 경비병들, 그리고 10여 명의 민간인 남녀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소장을 비롯하여 그들은 모두 조그만 의자를 들고 있었다. 판띠가 접대역을 맡았다. 그는 일행에게 경례를 붙이고 나서 소장에게 물었다.
"소장님, 무대를 어느 쪽에 차릴까요?"
소장은 한바퀴 빙 둘러보면서, 4월의 태양을 쳐다보며 눈을 찡그리더니 우리 막사의 벽을 가리켰다.
"저기."
"좋습니다, 대위님."
의젓한 자세로 판띠가 말했다. 이제는 내차례였다.
"또니노 판띠, 포로들을 모두 집합시키지."
"독일인들도 함께 말인가?"
"그들이 원한다면야."
그들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련군이 차지한 오케스트라석 뒤쪽의 싸구려 관람석은 순전히 이탈리아인들로 찼다. 수용소장이 시작하라는 신호를 했고, 그리하여 파흐타-아랄 무대의 막이 올랐다.

나는 짧지만 내딴에는 재치있는 1인희극으로 첫 순서를 시작했다. 다음 순서로 처음 등장하는 나폴리 민요가수인 모나첼리가 자신있는 두 가지 곡목, \'오 솔레 미오\', \'산타루치아\'를 불렀다. 내가 극적인 운문 형식의 1인극으로 뒤를 따랐다. 그리고나서 스꼬나밀리오가 자기 나름대로 니노 따란또식의 희극을 보여 주면서 거기에 곁들여 \'오 자빠또레\'를  불렀다. 모나첼라가 나폴리만 지역의 노래를 천연스럽게 뒤섞어 부르는 것을 끝으로 무대의 막은 내려졌다.

쇼는 한 시간 남짓 되는 사이에 끝났다. 솔직이 말해서 그것은 하나도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었지만, 그중 한 순간은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모나첼라가 실력을 있는대로 발휘해서 자기 고향에서 즐겨 부르는 \'오 솔레 미오\'의 후렴을 흐느끼듯 미끄러지는 아르페지오로 불러댈 때의 일이었다. 소련 민간인들이 일제히 기립하더니 노래가 끝날 때까지 경건하게 차려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바람에 이탈리아 포로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일이다. 아마 그들은 나폴리 왕국의 국가를 듣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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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재 짤방은 요즘의 러시아 여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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