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제가 올린 적도 있지만 최초의 실용잠수함이던 홀런드는 부상시에는 가솔린 엔진으로 잠항시에는 배터리를 매개로 모터를 돌려 추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후 1차대전을 거쳐 과도기 중에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선체가 대형화가 됨에 따라 이제까지 수상함대의 보조전력으로 인식되던 잠수함이 원양 작전을 나가는 것이 가능해지는 등 독자적인 전력으로 점점 해군내 입지를 다져나갑니다. (참고로 독일과 미국은 원양작전용 잠수함을 대량 건조-독일의 type7C와 미국의 구피급이 대표적-하여 통상파괴작전에 투입합니다. 물론 독일은 영국,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말입니다. 그 결과 독일은 실패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은 대잠전력에 그리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일본을 상대로 통상로를 완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2차대전이 시작되고 독일은 한줌 정도 하는 잠수함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둡니다. 그 이유는 영국이 애즈딕의 성능을 과신하여 대잠수함 작전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과 전술 연구가 부재했던 것이 가장 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쟁 중 음탐수 훈련 목적으로 바다생물이 내는 모든 소리를 녹음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이중에 잠수함 소리는?) 그 후 1941년 말이 되어서 시 라이온 작전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본토방어에 묶여있던 구축함들이 수송함대에 배치되고 미국의 참전으로 미국의 구축함 또한 참전함에 따라 유보트가 활동하는데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또한 당시에 함정에 레이더가 장비되기 시작하여 야간작전도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레이더를 장비한 장거리 폭격기 및 수상기의 활동으로 물위에 떠있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독일은 세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1. 슈노켈 탑재 2. 선체 설계의 전면적 개정 3. 월터 터빈의 사용-이는 연안용 잠수함에 한정 슈노켈은 시간이 짧은 배터리 대신에 디젤엔진을 사용하여 잠항시간과 잠항시 속력을 늘려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체 설계의 전면개정은 이전의 부상시의 상황에 중점을 두어 설계를 했다면 이제부터 잠항시도 고려하여 설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설계의 산물이 바로 U-21과 U-23이었습니다. [u-21클래스. 함교에 스노클과 잠망경이 나와있다. 위스키와 로미오의 원류가 된 함정] [U-23 클래스. 연안용 잠수함으로 설계되어 발터 터빈을 장비했던 녀석이다.] 먼저 U-21클래스는 유보트 시리즈 중 가장 크고 가장 빠르며 가장 강력했던 함정이 아닐까 합니다. 수중 속도가 18노트로 당시로서는 고속이었으며 72미터의 대형 선체는 원양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했습니다. U-23클래스는 연안용의 소형잠수함으로 발터터빈을 채택해 속도는 빨랐지만 어뢰발사관이 2문이라 활용성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발터터빈이 무엇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부상시에는 함정의 레이더, 견시수, 비행기의 견제를 받아야 했지만 잠항만 하면 상대는 구축함으로 축소됩니다. (물론 비스케이 크로스로 비행기를 따돌릴수는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따라 잠항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슈노켈과 이 발터 터빈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 장치는 아마 최초의 AIP가 아닐까 합니다. 이 터빈은 과산화수소를 조연제로 하여 터빈을 돌리는 엔진이었습니다. 1930년대 헬무트 발터 교수는 처음으로 동력원으로서의 과산화수소를 주목하였고 1943년 크릭스마리네의 지원하에 비무장 잠수함에 발터 터빈 프로토타입으로 탑재하여 실험을 하게 됩니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최고속력 23노트로 당시 대부분의 잠수함보다 10노트 가까이 빨랐고 연합군의 함정보다 3노트 이상 빨랐던 것입니다. 게다가 산소공급을 위해 부상하거나 슈노켈을 올릴 필요도 없으니 설사 슈노켈 마스트가 레이더에 발각될 가능성도 없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결국 이 엔진을 장비한 잠수함의 건조를 해군이 승인하고 해군은 21형과 23형을 대량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만 그때는 이미 1945년 종전이 눈앞에 다가온 상태에서 이런 계획은 허공의 메아리였고 모두 연합군의 전리품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