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호의 최후. 아리가함장은 최선을 다했다. 도꾜의 높은 자리에 있는 속물들은 구축함장 출신의 배불뚝이 땅딸보 아리가 함장이 이 초대형 전함을 제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그들에게 아리가함장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야마토호를 겨냥해 투하된 폭탄을 대부분 능란하게 피했다. 그러나 함장이 급강하폭격을 피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는 틈에 우현쪽에서 ㅚ격기들이 저공으로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뇌격기가 일렬황대를 이루며 위협적으로 돌진해 오자 야마토 대공포대는 불을 뿜으며 탄막을 쳤다. 그래도 어벤저기들은 고도 150m로  마냥 돌진해 들어왔다. 한 대가 비틀거리더니 편대에서 빠져 나가면서 바다에 곤두박히며 폭발했다. 나머지 뇌격기들은 어뢰를 떨어뜨리고는 사방으로 갈라져 줄행랑을 놓았다. 이제 야마토호의 유일한 희망은 뱃머리를 돌려 흰 거품을 뿜으며 돌진해 오는 어뢰들을 마주 보면서 그 사이를 누비고 피해 가는 것 뿐이었다. 어뢰 하나가 급히 뱃머리를 돌리는 야마토호의 이물을 스쳐 지나갔고 또 한발은 고물의 후방으로 빗나갔다. 그러나 세번째 어뢰가 함교  뒤쪽에 명중, 폭발하고 네번째 어뢰는 좌현 바깥쪽의 기관실 옆을 꿰뚫었다. 노무라부함장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관실에 물이 들어온다고 기관수병이 보고해 왔으나 선체는 기울어지지 안고 속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새로 더 많은 헬다이버폭격기 편대들이 나타나서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고물쪽으로 급강하했다. 뇌격기 한 대가  고바야시 상등수병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격! 사격! 쏘고 또 쏴라!" 고바야시상병은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른 3연장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연한 청색의 배부분에 예광탄이 섞인 기관총탄을 맞자 뇌격기는비틀거리다 바다에 떨어졌다. 노란색 낙하산 3개가 뒤따라 바다에 날아 앉았다. 구축함 후유쯔끼호 우현의 전투위치를 지키며 분전하고 있던 수병들은 야마토가 격침당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마토는 숲처럼 치솟는 물기둥 속에서 그 위용을 다시 나타내곤 했다. 대공포화는 숨 쉴 사이 없이  불을 뿜고 있었으나 최상갑판에는 새로이 몇 개의 폭탄 구멍이 뚫렸다. 폭탄 한발이 응급치료소로 쓰이던 고급사관실로 뚫고 들어가 작렬했다. 그 사실을 노무라부함장에 보고한 전령은 아직도 역해서 구토를 하고 있었다. 다시 2발의 어뢰가 좌현의 명중하자 함내의 전화가 두절되었다. 노무라부함장은 점점 좌현으로 기우는 야마토호를 바로잡기 위해 주수판을 열고 우현의 방수구획에 3000t의 바닷물을 넣으라고 명령했다. 야마토호는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으나 선체는 차츰 평형을 되찾았다. 적의 공격이 멎었다. 먀마토는 큰 피해를 입어 시달리고 있었으나 결코 불구가 되어 전투력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아리가함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함은 아직도 떠 있다. 싸움은 지금부터다." "이젠 한숨 돌릴 때다." 그때 시각이 낮 12시59분. 한숨 돌리는 시간은 채 5분도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