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을 찾아서

뭐냐, 뭐야.

「기괴하고 불가사의한 것에 방황하며 저항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꽃을 빌려 쓴다면 비에 맞지 않는다. 술을 마셔서 도망친다면 오히려 불운……」제 17번……흉.

소망 : 이루어지지 않음.

분실물 : 찾지 못함.

……이상이 올해의 내 운세다.

센소지(浅草寺)의 운세가 잘 맞다고 들었지만 이정도로 신랄할 줄이야.

속상하지만 이 일은 벌써 일어났다. 돌아다니기도 좋은 오늘 같은 날씨에 나는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다.

없는 돈으로 기도하여 운세를 뽑았지만 매정할 정도로 불길하구나.

「지갑은 포기할래.돈을 많이 안 넣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야 미나카미, 네 운세는 어때?」

메마른 웃음을 띄며 왼쪽에 있는 녀석을 보았다.

하지만 그 불상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바로 뒤, 하다못해 머리 위를 봐도.

나는 일요일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 : 볼 수 없음

미나카미와 떨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지금 돈이 한 푼도 없다.

소매를 뒤적여 나온 건 한 장의 티켓.

하숙집 부인에게서 양도받은 료운각(료운카쿠凌雲閣) 입장권이었다.입장권에 그려진 탑과 똑같은 것이 2월의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아사쿠사에 온건 이 탑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즉 같은 목적인 미나카미와는 료운각 앞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재회할 수 있겠지.

돌아갈 차비도, 선물을 살 여유도 없는 남자 혼자이지만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게 있을 수 있었다.

료운각에 온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막 상경을 했을 무렵, 제도의 풍습을 배우기위해 관광을 했었다.

맞아,그리고 그날도 옆에 미나카미가 있었어.

오늘처럼 맑은 날씨였는데...

그런데 그때, 하늘이 서쪽에서부터 어두워지더니 결국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우산을 안 가져 왔기에 비를 피하며 접수처로 향해 티켓을 내밀었다.

일 층은 탑에서 내려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들 제도의 경치를 전망대에서 보기 위해 탑을 올랐던 것이겠지.

잿빛 얼굴 속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찾지만 별 볼 일 없는 탄식만 늘어나고 나의 시야는 흐려진다.

나는 도망치듯 2층, 3층, 4층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나선계단에 내려가는 발소리가 세차게 울린다.

내 뒤에서 걷는 사람도 없고 앞에서 걷는 사람도 없다.

미나카미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저 1층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꼭대기는 오두막처럼 가늘게 만들어졌고 그 주위는 비바람이 잘 통하는 회랑이 있다.

빗속에는 우산을 쓴 몇 명의 사람만 있을 뿐, 나는 출구 옆에 홀로 기대었다.

그제서야 미나카미를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갑자기 재채기가 나온다.

건강 : 나쁨

운세에는 확실히 그렇게 쓰여있었다.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도 확실히 그렇게 쓰여있었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 볼 수 없음

「……」

운세대로 되어간다.

그럼 미나카미 녀석……. 설마 돌아간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나를 찾았지만 어떤 희귀한 고서점에 홀려서 비가 오는 것도 모르고 집중하며 책을 읽다가 나랑 같이 여기 온 것도 까먹어서……….

라니 아니지, 아냐, 그렇게까지 이상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미나카미는 때때로 엉뚱한 남자라는 것이지.

나 혼자 번뇌하며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하늘을 일부러 긴 계단을 올라서까지 보러 오다니.

우습기 짝이 없군.

나는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1층에 머물면 모두와 같은 잿빛 얼굴로 물들지 않을까.

그리고 돌계단에 발뒤꿈치를 내린 그 순간,

뛰어 올라오는 듯한 나막신 소리를 알아챘다.

보다 진하게 젖은 제대의 교복과 2월에 어울리지 않는 땀으로 얼굴이 더럽혀진.

가는 눈을 크게 뜬 남자.

「엇, 미나카미!」

자신도 믿기지 않을 만큼 태평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에 비해 미나카미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에 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기침하며, 죽을 듯이 무너져 내렸다.

「왜 그래!」

「……」

달려가 상체를 일으키니 말없이 팔을 잡혔다.

고개를 숙여 표정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나와 다시 만나 마음속으로 안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되어 미나카미의 어깨를 흔들었다.

「운세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난다고 돼 있었다고! 아아, 이젠 못 보는 줄 알았어!」

「……다행이야」

「다행이지, 다행이야」

예언이 뒤집혔다는 건 운세의 결과를 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불안함이 사라지고 냐하하 하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미나카미, 네 운세는 어떤 것이냐」

「대길이었어」

「?!」

「만나고 싶은 사람은 높은 곳에 있을 거라고」

……오오

점이란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제비를 묶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