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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람 다시 볼래? - 사각 프레임 속으로 그녀가 뛰어들다모바일에서 작성

그린(121.160) 2017.03.20 17:19:25
조회 527 추천 10 댓글 2
														

* 새로 뭘 쓸 시간이 없어 예전에 썼던 그날의 일기 1편 가져왔어.
  심심한 사람들  있으면 보라고.


사각 프레임에 갑자기 담겨온 얼굴.
놀라긴 했지만 아주 갑작스럽지 만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멀리서 배경과 함께 주욱 담아낸 누군가의 뒷모습.
붐비는 인파 속에서 어느 순간 주목을 놓쳤고,
여행지에서 잠시 눈길이 머무는 낯선 풍경들처럼 흘려보낸 것들중 하나라 여겼다.
그런데 그 뒷모습의 주인이 마치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의 뷰파인더를 향했을 때
그의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을 향해 마주치기 전에는 미쳐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얼굴.
그런데 소녀처럼 말갛고 흰 얼굴은 분명 낯선 얼굴인데도 오랫동안 눈에 익은 풍경같은 익숙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갑작스레 똑바로 응시하는 여자.
혹시 내가 힐끗거리고 있었던 걸 들킨걸까?
당황할때면 절로 튀어나오는 그의 헛기침이 마른 공기를 갈랐다.

잠시 자신을 일별하는 듯했던 여자는 이내 무심한 시선을 거두어 먼 허공을 응시했다.
그는 그녀를 몰래 살피던 자신의 모습이 들키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것도 잠시,
너무 초연하게 자신을 스쳐지나 먼 곳으로 달아나는 그녀의 시선에 조금 안타까워졌다.
그녀의 얼굴엔 쉽게 읽어내기 힘든 표정이 담겨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흥분이나 기대같은 산뜻한 감정보다 더 깊숙하고 복잡해 보이는 아득한 표정.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를 둘러싼 여행객들의 들뜬 표정과는 동떨어진
그녀의 무심하고 차분한 표정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하지만 스스로도 좀체로 잘 속이지 못하는 성정을 가진 그의 낯빛이 이내 붉어졌다.
정말 그것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은 수채화처럼 담백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사람의 시선을 깊숙히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맑은 눈과 새침하고 단정한 옆선을 곰곰히 뜯어보며, 꽤 예쁜 얼굴이라고 느낀 순간 그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예쁘다는 표현만으로는 어딘가 조금 부족한 데가 있었다.
그녀의 말갛고 아련한 표정에는 무언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가두어둔 감정을 끌어올리는 듯한 페이소스가 서려있다고 해야할까.
그는 깊숙한 외로움을 간직한 사람의 본능으로 그 여자도 어딘가 조금은 비어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는 사람일거라고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아주 짧은 순간일지언정 같은 종족을 쉽사리 알아챌 수 있는 동물적인 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대만의 가을 하늘은 한국만큼이나 푸르렀지만 햇살은 여전히 여름 못지 않게 따가웠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불투명하게 비추는 청록의 바다를 발 아래 둔 채, 바람에 나부끼는 단발머리 여자의 얼굴은 시리도록 희었다.
여자가 투명한 손등으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블라우스를 넣어 여민 허리가 부러질 듯 가녀렸다.
이국의 하늘 아래 모처럼 자신의 눈에 담겨오는 여자에게 자꾸만 시선이 쏠리며 묘한 두근거림을 느끼는 자신이 스스로도 조금 멋적다.
쉽사리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고 여자에게 좀체로 잘 눈길을 주지 않던 자신 아닌가.
이런 낯선 설렘의 감정이 이국과 여행이라는 비일상적 조합에서 오는 들뜬 기분 때문일거라 애써 마음을 다독여본다.
그래도 자신 역시 조금은 감정을 풀어놔도 괜챦은 청춘의 한 때임을 새삼 떠올렸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해온 자신에게 모처럼 다가온 이 감정의 여운을 조금 더 길게 누리는 사치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디지털 이미지가 아닌 인화지에 그녀의 얼굴을 담아내 보리라.
사진의 제목은 \'여행, 낯설음과 익숙함의 경계 어디쯤\' 정도로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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