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

나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의 천막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가냘픈 그대가 거센 폭풍 속으로 휘말리거나 

때로 흠뻑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을 볼 때마다

내 가진 것 크지 않다해도

비에 젖은 작은 새처럼 떨고 있는 당신을 내 품에 안아

내 작은 천막에 들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비에 젖은 머리칼을 닦아주고

당신의 찬 이마에 내 숨결을 불어 넣어 따뜻이 입 맞추고 싶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당신처럼 그렇게 떨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 안의 그 자그마한 아이는 아직도 내 심장 깊숙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는 또한 나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와서 보듬어 주기를 바랬던 그 작은 아이를 대신해

이제는 누군가를 충분히 감쌀 만큼 너른 어깨를 가진 내가

당신을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약함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그맣고 여린 몸집으로도

꺽이지 않고 밝고 굳세게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당신의 그 강함을 사랑합니다.

내 여리고도 강한 그대여.

동희.

당신은 자꾸만 내게로 옵니다.

눈을 감아도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을 피해 바위 밑에 몸을 숨겨도

당신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찾아냅니다.

매처럼 단단하고 날렵한 당신의 팔은

언제든 나를 깊은 수렁에서 건져 냅니다.

숨어서 떨고 있는 나를 찾아내어

나를 꾸짖고 몰아세워 다시 서게 하는 그대.

나는 당신이 너무 눈부셔서 다가서기 두렵습니다.

하지만 태양처럼 눈부시던 그대에게 

언제부터인지 먹구름이 끼고 때로는 눈물 자국이 얼룩져 보입니다.

나는 빛을 잃은 그대의 그늘진 얼굴을 본 순간

더 이상 내 사랑을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눈에 어린 눈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

그대가 잠시라도 내 품 안에서 쉬어갈수만 있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큰 보자기가 되어줄 겁니다.

당신을 다 감싸고도 남을 보자기가 되어 

당신이 몰래 울 수 있게 가려주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밝음 보다 더욱 더

당신의 슬픔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서늘한 바람이 되어 

당신의 젖은 머리칼을 쓸어주고

당신 눈에 고인 눈물이 마를 때까지 당신을 휘감고 싶습니다.

자꾸만 내게로 오는 당신을 위해

오늘도 나는 푸른 바다를 돌아

빨간 등대에 깃발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