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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볼래? - 그는 내 낯선 모습을 알고 있다모바일에서 작성

그린(121.160) 2017.03.21 09:41:57
조회 442 추천 10 댓글 1
														

그 날 그의 앨범을 뒤적이다가 나도 모르는 내 사진을 발견한 건 순전한 우연이었다.
그는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보다 훨씬 먼저였노라고 실토했다.
그리고 대만 현지인이라 여기고 풍경 속에 가볍게 담아 뒷모습을 몇 장 찍던 여자와
결국 그렇게 하루종일 스펙터클한 영화 한 편을 찍게 될 줄은 그 때는 미쳐 몰랐노라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 때 관광버스에서 내려 뭘 하느라 그렇게 쉴 새 없이 돌아다녔길래
하필이면 자기가 사진을 찍는 순간마다 그렇게 프레임에 수도 없이 잡혔느냐며 연신 짖궂게 놀려댄다.
난 그저 잠시 풍등을 날리느라 한 눈을 판 걸 제외하고는 계속 오빠를 찾아 해맸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그런데 그는 또 다시 웃는다.
풍등에 도대체 뭘 꼭 잡게 해달라고 빌었던 거냐면서,
목적어를 생략한 이유가 혹 오빠가 아닌 남자였던 건 아니냐며 계속 놀려댄다.
자기 할머니가 여행중에 \'막내 손주 저얼대 이상한 여자 꼬이지 않게 해달라\'고 빌으셨다는데
아마도 할머니의 기도가 반대 방향으로 흘러 내리고, 풍등에 올린 내 기도가 위로 올라가다 맞부딪히는 바람에
그렇게 우리가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엮인 건 아니겠냐며 연신 웃어 제낀다.

쳇.
하필이면 내가 왜 그 엄중한 순간에 잠시 한 눈을 팔고 풍등을 날렸는지는 나로서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지. 단지...이국의 하늘이 너무 맑고 풍경이 눈부셔서 나 역시 잠시 그곳에 들른 이유를 잊고
마냥 즐거운 관광객 무리에 섞여들고 싶었던 심경이 아주 조금은 있었는지 몰라도
남자를 잡게 해달라고 풍등을 올렸다니...날 뭘로 보고!
연신 놀려대는 그가 마냥 얄밉다.

난 좀 그렇다, 원래.
길을 가다가도 원래 가던 방향을 잃고 자주 한 눈을 팔다가,
결국 날이 저물거나 때로는 길을 잃어서 할머니를 자주 걱정시키던 아이였다.
그렇게 주변 풍경에 자주 시선을 뺐겨서 두리번 거리는 내 뒷모습과 옆모습을 사진으로 대하니 뭔가 낯설고 묘했다.
내가 결코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
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내 낯선 모습을 혼자서 보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나, 오동희에게는 반드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무얼 취미삼든 반드시 돈이 들지 않을 것!
그게 나를 거둬 먹이시는 연로하신 할머니를 위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기 때문이다.
속 썩이지 않고, 돈드는 일 하지 않기.
그래서 나는 뭐든 상상으로 해결했다.
요샛말로 하면 가상 현실쯤 되려나?
남자친구 역시 내겐 책이나 만화같은 2D 속 가상의 인물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애초에 내겐 현실의 세계에서 따로 바라는 건 없었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 역시 결코 내 것으로 바래본 일조차 없었다.
그는 알려나?
내가 그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내겐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내가 그를 처음 만나던 날,
나는 아직 책 속의 세상을 찢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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