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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무공 초식짓기-한림 4

벽검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1 14: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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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나 고사를 이용한 김용의 초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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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풍부한 지식을 이용하여 적잖이 기묘한 초식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중 한림이 가장 좋아하는 신조협려에서 살펴보자. 신조협려는 김용의 작품에서 무공초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소용녀는 고묘파의 전인인데 그녀가 쓰는 옥녀소심검(玉女素心劍)은 소용녀와 잘 어울리는 수법이다. 옥녀란 선녀이고 소심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니 소용녀의 이미지와 딱 떨어지지 않는가?


◆수휘오현(手揮五絃)-태극권의 수휘비파를 교묘히 바꾸어 오현으로 대신했다. 

◆옥녀투사(玉女套梭)-태극권의 옥녀천사를 교묘히 바꾸었다. 비록 옥녀천사보다는 덜 아름답지만 김용의 수법으로 변화시켰다. 

◆금필생화(錦筆生花)--비단에 그림을 그리니 꽃이 피어난다. 

◆낭적천애(浪迹天涯)-파도가 절벽에 흔적을 남긴다. 

◆화전월하(花煎月下)- 달밤에 꽃전을 부쳐먹는다. 

◆청음소작(淸飮小酌)-작은 잔에 맑은 청주한잔.(여성적이지 않는가?) 

◆무금안소(撫琴按簫)-거문고를 어루만지며 퉁소를 누른다. 다시말해 거문고를 튕기며 퉁소의 구멍을 누르는것이니 분다는 의미이다. 

◆소설팽차(掃雪烹茶)-눈을 쓸어담아 차를 끓인다.(얼마나 낭만적인가?) 찻물로는 첫눈이 가장 좋다했는데... 

◆송하대혁(松下對奕)-소나무밑에서 바둑을 둔다. 

◆지변조학(池邊調鶴)-연못옆에서 학과 논다. 

◆소원예국(小園藝菊)-작은 정원에서 국화를 다듬는다. 

◆유음연구(柳蔭聯句)-버드나무 밑에서 시를 읊는다. 

◆죽렴임지(竹簾臨池)-대나무들이 연못을 둘러쌌다. 

◆채필화미(彩筆畵眉)-각종 색으로 눈썹을 그린다. 

◆거안제미(擧案齊眉)-상을 눈썹높이로 들어 올린다. 이건 원래 거안여미제라는 시구로 맹광이란 부인이 남편에게 밥상을 들고 갈때 항상 눈높이로 들고 갔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이초식은 옥녀소심검법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한림이 잘못 뽑았든가 아니면 김용의 실수이겠다. 하지만 분명히 소용녀가 쓴 검법이다. 

◆호완옥촉(皓腕玉,月+蜀)-하얀 팔뚝과 옥같은 가슴.


이게무슨 무공초식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앞의 태극권을 비교해보라. 금필생화는 붓처럼 검끝이 떨리며 수많은 검화를 만드는 모습이고 낭적천애는 거친 검풍이 상대의 가슴을 쳐가는 느낌이지 않는가? 청음소작은 작은 손을 들어 고개를 젖히고 상대의 무기를 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옥녀소심검을 보면 별유천지에 노니는 선녀의 일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눈처럼 옥처럼 흰 살결을 지닌 선녀,소용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눈썹을 그리고(화장)난뒤 작은 뒷뜰에서 국화를 손질 하고 대나무 우거진 연못에서 학과 노닐다가 봄날엔 버드나무 밑에서 시를 짓고(대련을 하니 아마 상대 신선이 있는 모양이다), 여름이면 소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고 가을달밤엔 국화전에 죽엽청한잔, 겨울이 되면 눈을 받아 찻물을 끓인다. 그러다가 꽃을 그리거나 비파를 타거나 퉁소도 분고 베틀에 앉아 천의를 짠다. 김용이 어떻게 이 초식을 만들었 는지 짐작이 가는가? 이런 무공초식은 소용녀에겐 그저 일상생활하는게 무공연습하는 거나 다름없고 다른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김용이 무공초식에 대해 갖는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라 하겠다.


김용이 무술초식을 만드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미인을 이용했을 때이다. 신조협려의 양과와 육무쌍이 한바탕 드잡이질을 하면서 초식을 논하는 부분이다. 이때 양과는 미녀권법(美女拳法)을 쓴다.


◆초선배월(貂蟬拜月)-초선은 동탁을 죽이기 위해 미인계로 들어간 불운한 여인이다. 달을 보며 비는 슬픈 초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소용녀가 동자배불 초식을 썼다고 할때와 초선배월을 썼다고 할때 독자가 느끼는 감흥을 비교해보라.

◆서시봉심(西施捧心)-서시는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바친 미인이다.

가슴이 아팠던지 항상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찌푸렸는데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여인들이 너나(?)할것없이 찌푸리고 다녔다는 얘기의 주인공이다.

◆소군출새(昭君出塞)-왕소군은 비운의 왕비로 흉노족 선우에게 바쳐진다. 소군이 새외로 나갈때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을 알았을까? 

◆문군당로(文君當爐)-탁문군은 사마상여와 도망치곤 술집을 열어 당뇨를 앓는 사마상여를 보살폈다. 그러니 화로를 지키고 앉은 탁문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농옥취소(弄玉吹簫)-농옥은 진 목공의 여동생으로 소사(蕭史)라는 젊은이에게 시집갔다. 이 소사는 퉁소의 달인이었다. 그러니 농옥이 퉁소를 불지 않겠는가? 이들 두사람은 나중에 봉황을 타고 하늘로 등선했다. 김용은 소사승룡(蕭史乘龍) 이라는 초식도 만들어 내었으니 이들 부부에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귀비취주(貴妃醉酒)-양귀비는 요염함의 주인공이다. 춤을 그리 잘추었다지 않는가? 그녀는 술이 있는 연회석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술에 취한듯 비틀대며 보법을 밟는 소용녀의 모습이 요염하기까지 하니 취권보다 더 절묘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측천수렴(則天垂簾)- 측천무후는 중국의 최고 여걸이다. 아들인 중종과 예종의 뒤에서 수렴청정하다가 마침내 아들까지 폐위하고 스스로 황제위에 올랐던 아름다운 여걸이다. 누가 감히 주렴뒤에 있는 무후에게 다가가겠는가? 이 초식이름에서 금강부동신법과 같은 위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일소경국(一笑傾國)- 경국지색이란 나라를 기울게 할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말한다. 한번 웃음에 나라를 기울게 하다니, 이건 더욱 과장이 아닌가?

◆낙신릉파(洛神凌波) -능파선자(凌波仙子)는 물을 다스리는 선녀이다.아름다운 선녀의 대명사로 나온다. 그녀를 이용한 초식은 많다. 더구나 김용은 천룡팔부에서 이 능파선자의 보법을 절묘한 보법으로 만들어냈다. 단예가 능파미보(凌波迷步)하나만으로 고수의 초식을 간단히 피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온다.

◆만요섬섬(蠻腰纖纖)-만족여인의 허리가 그렇게 가는가? 이건 아무래도 신법을 묘사한것 같다.

◆목란만궁(木蘭彎弓),목란회사(木蘭廻射)-목란(뮬란)은 아마 활을 잘쏜 모양이다. 앞의것은 활을 당기는 모습이고 뒤것은 몸을 돌려 활을 쏘는 모습이다.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사람이 많을테니 한림보다 잘알것이다.목란이 미인인지...

◆항아절약(嫦娥竊藥)-항아는 달의 선녀. 남편 예가 서왕모에게서 얻어온 불사약 을 훔쳐 달로 달아났다.

◆반희부시(班姬賻詩)-반희는 반첩여를 말하는듯. 희란 왕의 비빈을 말한다. 반첩여는 조비연자매의 농간에 성종의 총애를 잃은 여인이다. 결국 그 원통함을 시로 남겼는데 원가행(怨歌行)이다.

◆여화소장(麗華梳裝)-여화는 바로 이후주(李後主)의 애총으로 머리카락이 7척이나 되었으며 빛이 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후주는 결국 그녀로 인해 정사를 팽개치고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그런 여화가 머리를 빗질 하며 꾸미니 얼마나 현란하겠는가? 김용은 이 '소장(빗질하며 꾸미는)' 이라는 말이 맘에 들었는지 여자를 바꾸며 XX소장이라는 초식을 계속쓴다.


다음미녀들은 여러분이 찾아보라.

◆문희귀한(文姬歸漢)-문희가 한나라로 돌아오다.

◆홍선도합(紅線盜盒)-홍선이 상자를 훔치다.

◆홍옥격고(紅玉擊鼓)-홍옥이 북을 치다.

◆녹주추루(綠珠墜樓)-녹주가 누각에서 떨어지다.

◆홍불야분(紅佛夜奔)-홍불이 야반도주를 하다.

◆마고헌수(麻姑獻壽)


이들 초식이름은 고사를 알지못하면 아름다움을 모른다.소군이 퉁소를 불고 초선이 화로를 지켰다고 해보라.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되어 버린다. 이중 백미는 아무래도 서시봉심과 초선배월이겠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다.더구나 이들 초식을 쓰는 동작이 대결장면에서 이름과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질때 독자는 두세배의 감흥을 얻는다. 김용은 이 미인초식이 아쉬운지 다른 작품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시킨다.



녹정기 4권에 홍안통교주와 홍부인이 위소보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홍부인이 먼저 미인삼초(美人三招)를 가르친다.실제 동작은 김용이 자세히 설명 하고 있으니 한번 비교해보라.


◆귀비회모(貴妃回眸)-요염함의 대명사인 양귀비이니 눈동자를 돌리는 모습이 얼마나 요염하겠는가? 양귀비는 풍만한 몸매로 춤추듯 움직였다.

◆비연회상(飛燕廻翔)- 조비연은 한나라 성종의 총애를 받던 여인이다. 두자매가 같이 비로 들어갔는데 미인이면서 성격은....어쨌든 조비연은 제비로 통한다. 그 이름처럼 엄청 날씬했던 모양이다. 양귀비가 날듯이 움직였다면?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거다.

◆소련횡진(小憐橫陳)- 소련이 누군지 모르겠다. 소련이라는 미인이 진나라를 숨어서 지나간 모양이다.


홍교주가 이걸보고 위소보에게 영웅삼초(英雄三招)를 가르친다.


◆자서거정(子胥擧鼎)- 오자서가 화로를 들어올리는 모습이라나.

◆노달발류(魯達拔柳)- 노달은 수호지의 노지심(魯智深)화상을 말한다. 도적들을 상대로 하여 버드나무를 뿌리채 뽑아 흔들었다는 얘기이다.

◆장창화미(張敞畵眉) - 장창은 아마 일류 화가였던 모양이다.


이 초식을 본 홍부인이 한마디한다. 장창은 영웅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러자 홍교주가 얼른 수정을 한다. 


◆적청항룡(狄靑降龍)- 적청은 말을 잘다루기로 유명한 사람. 여기서 용이란 천리마를 말한다. 야생의 천리마위에 타고 말을 길들였다는 말이다.


홍부인이 멋적게 한숨짓는다. 아무래도 이들 초식은 노수삼초(老壽三招;할아버지삼초)와 노파파삼초(老婆婆三招;할머니삼초)라고. 위소보가 옆에서 아양을 떤다. 자기처럼 어린이가 쓰면 금동삼초(金童三招), 옥녀삼초(玉女三招)가 된다고.


어찌보면 이들 초식은 장난끼가 넘치는 초식이름이라고 할지모른다. 독자중에는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김용이 잘난척 한다고.하지만 김용이 초식 이름이 아닌 무공이름을 만들어 낸것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다른점이 나온다. 김용은 수많은 얼토당토않은 무공을 만들어 내었다. 합마공(蛤膜功),구음진경(九陰眞經) ,건곤대나이,흡성대법,무슨 독공등등... 그들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초식인가? 작품을 써본 사람은 알것이다. 무공이름을 만들어 내는건 쉽지만 초식을 만들어 내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것도 캐릭터와 동작에 맞는 초식을 말이다. 김용은 동작에 맞게 초식을 만들어 내었다. 아마 이런 초식을 만들어 내는데 무척 고심했을것이고 조심했을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는 그 의미를 모르고 skip했음이 분명하다. 중국인중에서 얼마나 알았을까? 한국독자라면?

그러나 이들 초식을 씀으로써 신조협려는 의천도룡기나 사조영웅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김용은 소용녀가 쓰는 무공에 무척 신경을 썼다. 소용녀는 한번도 살벌한 초식을 쓰지 않는다. 김용은 소용녀를 선녀로 묘사해야만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소용녀가 더욱 사랑 스러운지 모르겠다.(한림에게만).의천도룡기엔 소용녀와 양과의 후손이 나온다.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소용녀의 본래모습에 가장 가깝다.소용녀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선녀의 모습이지만 의천도룡기의 그녀 후손은 거의 천상선녀의 모습이다.김용이 소용녀에 대해 갖는 애착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 황당한 초식이 신조협려 마지막권에 나온다. 소용녀를 잃고 16년을 기다리는 양과가 소용녀를 그리워하며 만들어 낸 초식이다. 이걸 다음에 살펴보자. 

김용은 초식이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식이란 움직임이다. 그런데 김용은 움직임이 없는 초식을 만들어 낸다.일견보면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는 얘기를 실증하기 위한것처럼 보이나 한림이 보기에는 그마저 실패한것 같다. 김용은 신조협려 마지막권에서 움직임이 아닌 감정으로 무공초식이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 내더라도 실제 무공이 될려면 동작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과연 성공했는지 한번 보자.


양과는 단장애에서 소용녀를 잃고는 세상을 16년간이나 떠돈다. 그러다가 암연소혼장(암然銷魂掌)이란 기상천외한 17식을 창안해 낸다. 이 초식하나하나가 소용녀를 그리워하며 혼마저 녹아버린(銷魂) 암울한(암) 양과의 마음을 담았다. 글자 그대로 양과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심경육도(心驚肉跳)- 심장이 놀라 뛰고 살이 떨린다. 자면서 놀라 깨보니 꿈에서 만난 소용녀는 없고 혼자뿐이다. 깨어나기가 두렵다. 

◆기인우천(杞人憂天)- 기인(杞人)이란 하늘이 무너질까 겁내며 산다는 전설의 족속이다. 그들처럼 항상 하늘을 쳐다보며 16년동안 살아갈수 있을까 걱정하는 양과의 심정이 보인다. 양과는 무슨일이 있어도 16년은 살아야한다. 그래야만 소용녀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늘이 무너질까 겁내는 기인족과 다를게 있겠는가? 멋진 비유다.

◆무중생유(無中生有)-무슨 도덕경의 말씀인가? 무에서 유가 생긴다는 말이라기 보다는 언제나 없는듯 죽은듯 있지만 살아야만 하는 양과의 심정이다.

◆타니대수(拖泥帶水)-진흙엔 물이 잘 통과하지 않듯이 모든 행동이 꾸물꾸물 느린 형태이다.

◆배회공곡(徘徊空谷)- 빈 골짜기에 혼자서 돌아다닌다. 소용녀를 찾는것도 아니고 빈골짜기인줄 알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역불종심(力不從心)-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온몸이 나른하니 힘이 없다.

◆행시주육(行屍走肉)- 걸어다니는 건 시체요, 뛰어다니는 건 살집뿐이다. 그에겐 혼이 없다는 말이다. 

◆용인자요(庸人自擾)- 떴떳한 사람은 스스로 요란히 떠들어댄다는 밀인가? 양과는 죽은 듯이 지내니 죄인이란 말인가? 사랑하는 소용녀를 잃었으니 죄인 인건 분명하다.

◆도행역이(倒行逆施)-자빠지거나 꺼꾸로 걸어가는 모습이다. 마지막자는 시보단 이로 읽는게 좋을것 같다. 세상을 거꾸로 보며 살아가는 양과의 심정이 나타난 듯하다.

◆폐침망식(廢寢忘食)-잠도 오지않고 음식도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침식을 잊은 모습이다.

◆고형척영(孤形隻影)- 홀로 있으니 따르는 것은 오직 그림자뿐이다.

◆음한탄성(飮恨呑聲)- 한숨만 쉬며 말은 삼켜 나오지 않는다.더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육신불안(六神不安)- 신(神)은 곧 신(身)이라. 온몸이 불안하다는 말이다.

◆궁도말로(窮途末路)- 모든길이 막힌 것과 다름없다. 가는 길이 어찌 탁 트여있겠는가? 양과가 걷는 길은 모두 16년후의 단장애로 귀착된다. 그에겐 그곳이 시발점 이고 종착점이다.

◆면무인색(面無人色)- 사람 얼굴이 사람색이 아니다. 웃음을 잃은 굳은 얼굴과 창백한 얼굴이 어찌 사람색이겠는가? 더구나 이때 양과는 가면을 쓰고 다닌걸로 기억된다.

◆상입비비(想入非非)- 소용녀의 생각이 들수록 참을수 없다는 말인가?

◆혼불수사(魂不守舍)- 혼이 집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니? 집은 몸을 말하는듯. 혼과 몸이 따로 논다는 말같음.


이 초식이름들을 보면 한마디로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이건 마치 시체와 같은 사람이다. 과연 이런 얼토당토않은 초식이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가? 김용은 이 암연소혼장에 대해 처음엔 거창하게 구상을 한것 같다. 주백통에게 양과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러나 그건 김용의 실수였던게 분명하다. 초식이름으로 양과의 심정을 표현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그걸 필요한 동작으로 연결시키는덴 실패한것 같다. 김용은 이들 초식중 몇가지의 동작을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심경육도(心驚肉跳)는 주백통이 가슴을 갈겼을때 가슴이 솜처럼 들어갔다가 반탄력을 갖고 주백통의 장을 튕겨낸다. 그럴듯하다. 기인우천은 하늘을 쳐다보며 위에서 찍어 누르는 상대를 팔로 막아내는 형태다. 이것도 그럴듯하다. 무중생유는 움직이지않고 있다가 주백통의 손이 다가왔을때 손발이 움직인다고 했다. 이건? 좋지못하다. 억지느낌이 강하다. 사람의 손발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이 초식하나로 무림을 제패했을 것이다. 도행역시를 설명하면서 양과는 물구나무선채 우장을 내민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인다. 이게 다는 아니고 각초식은 무한한 변화를 내포한다고. 더이상 싸움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설명으로 들어간다. 김용 자신도 더이상 초식이름을 동작으로 연결하는데 실패했음을 실토하는 장면이다. 면무인색은 어떤거냐고 묻는 주백통에게 양과는 억지로 실토한다."내가 기뻐하면 적도 기뻐하고 내가 근심하 면 적도 근심하게 되어 결국 나의 명령을 따르게 되는 것이죠" 결국 동작이 아닌 섭심술이 되고 말았다. 이건 마지막부분에 가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몽골군과 대치하며 곽정을 구하는 장면에서 양과는 암연소혼장을 쓰나 실패한다. 이미 소용녀를 만나 더이상 처참한 감정이 없어서라는게 김용의 설명이다. 그러다가 요결을 깨닫지만 결국 쓰는 초식은 네댓개 정도이고 스토리에 관계가 없다. 차라리 독고구검의 검술이 더 나았을뻔 했다.


하지만 한림이 보기에는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초식을 염두에 두고 읽은 독자는 없을테니까. 처음에 암연소혼장의 강렬한 인상이 독자들에게 새겨져 양과의 애끓는 사랑이 독자에게 전달되었다면 성공한 셈이다. 몇몇독자만은 이걸 옥의 티라고 보겠지만 그런 독자가 몇이겠는가? 한림이라면 암연소혼장을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말고도 양과의 무공은 이미 입신의 경지에 달했지 않는가? 차라리 작은 시나 짧은 얘기로 양과의 애끓는 사랑을 간접 묘사했을 것이다. 굳이 이 암연소혼장을 별도로 본것은 어설프게 초식을 만들어내다간 작품에 누가 될뿐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용같은 대가도 처리하기에 고심하는데 하물며 우리같은....


어쨌든 신조협려는 이렇게 아름다운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누가 뭐라해도 김용의 무공초식중 백미는 아무래도 협객행이라고 본다. 글도 모르는 석파천이 무공을 배우는 얘기인 협객행은 절묘한 초식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걸 한번 살펴보자. 


협객행(俠客行)이란 24구의 가사이다. 행(行)이란 노래를 뜻한다. 행류의 시가중 가장 유명한 것으론 백거이의 비파행(琵琶行)이 있다.


김용은 시간이 나면 무초(無招)가 유초(有招)를 이긴다는 요결을 적용할려고 애쓴 흔적이 여러작품에서 보이나 초식을 중요시하는 중원무술때문인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이 협객행에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김용의 솜씨가 빛나는 것 같다.


협객행은 협객도에 있는 24구의 시구와 그것을 그린 24폭의 그림인 협객행을 찾아나선 무인들 얘기이지만 그중에서 설산파(雪山派)와 금오파(金烏派)의 원한관계가 멋지게 펼쳐진다. 김용은 이들 두 문파의 대립을 여러가지 면에서 대비시킨다.


첫째, 설산파는 검을 쓰고 금오파는 도를 쓴다. 검(劍)은 정(正)이고 도(刀)는 반(反)이라는 중국무림의 관념이 드러난다. 이건 의천도룡기에서도 비슷하다. 의천검을 제압하는 유일한 무기가 도룡도이었던가? 


둘째, 설산은 찬 음(陰)의 기운이고 금오는 태양속에 사는 새이니 양(陽)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설산을 대표하는자는 남자였고 금오파는 사파파라는 여자였던가? 그점은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셋째, 설산파의 검법과 금오파의 도법은 상극(相剋)이다. 이점을 오늘 살펴보기로 한다. 설산파의 무공을 창안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설산파가 위치한 능소성 안팎에는 매화꽃을 잔뜩 심어놓고 있었다. 과거 이 설산검법을 창안한 설산파의 조사가 매화꽃을 유난스레 좋아하다 보니까 검법 가운데 적지 않은 초식이 매화꽃이나 매화나무 가지 등의 형태를 본받아 창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용은 설산파 검법과 금오파의 도법이 상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오파의 도법이 설산파의 검법을 제압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쌍방향이라기 보단 일방향인 느낌이 많지만 그점은 김용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하자. 아래의 글에서 앞의 초식은 설산파의 검법이고 뒤의 것은 금오파의 도법이다.


◆창송영객(蒼松迎客) : 개문읍도(開門揖盜);

푸른 송림에서 손님을 맞는다는 설산파초식에 대해 금오파는 문을 열고 도둑놈을 맞이한다 했으니 손님이 도둑놈이란 말이다. 김용의 설명으론 설산검법은 위선이고 금오도법은 솔직하단다. 

◆매설쟁춘(梅雪爭春) : 매설봉하(梅雪逢夏);

매화와 눈이 봄을 시샘하듯 피어있는 모습의 설산검법에 대해 금오파는 '그놈의 매화와 눈에 여름 뙤약볕을 내려주겠다.'고 한다.매화는 금방 시들테고 눈은 금방 녹아버릴테니 정말 절묘하다. 

◆명타서래(明駝西來) : 천균압타(千鈞壓駝);

좋은 낙타(낙타는 가끔 불교=달마의 뜻으로도 쓰임)가 서쪽에서 왔다. 그런데 금오파는 수천근의 짐으로 낙타를 짓눌러 버리겠단다. 균(鈞)은 무게단위이다. 

◆풍사망망(風沙莽莽) : 대해침사(大海浸沙);

사막의 모래바람이 끝없이 불어오는데 금오파는 바닷물로 사막자체를 삼켜버리겠단다.

◆월색혼황(月色昏黃) : 적일염염(赤日炎炎);

달빛이 어둠을 황금빛으로 밝히는데 금오파는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을 내놓는다.

◆암향소영(暗香疏影) : 포어지사(鮑魚之肆);

담담한 향기가 어디선가 모르게 풍겨오는데, 금오파는 절인 생선을 여기저기 늘어놓겠단다. 절인 생선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것이다.

◆설니홍조 (雪泥鴻爪): 답설심매(踏雪尋梅);

기러기가 눈덮인 늪가에 발자국을 남기는데, 금오파는 매화꽃을 찾는다고 눈속을 뒤지고 다닌댄다. 그러니 기러기가 다 도망갈테고 금오파 발자국 만 남을뿐 기러기 발자국조차 남겠는가?

◆호마월령(胡馬越嶺) : 한장당관(漢將當關);

오랑캐의 기마병이 고개를 넘어오는데, 한나라 장군이 관문을 지키고 있다. 관(關)은 새외로 통하는 문이다. 그러니 오랑캐가 감히 넘어오지 못한다.

◆명월강적(明月羌笛) : 적일금고(赤日金鼓);

밝은 달밤에 오랑캐가 피리를 불어대니, 벌건 대낮에 북을 두들기겠단다. 강족(羌族)은 사천성 서쪽에 살던 흉노족이다. 북은 한족을 뜻한다.

◆노지횡사(老枝橫斜) : 장자절지(長者折枝);

설산검은 오래된 가지가 옆으로 비스듬히 뻗은 모습인데, 금오파는 늙은이가 그 가지를 잘라버리는 초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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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대비가 아닌가? 마지막 두초식은 다른 대비와는 조금다르다. 지금까지는 설산파가 선(善)이고 금오파가 철저히 악(惡)의 역할이지만 마지막 두초식에서는 설산파가 오랑캐고 금오파가 한족이다. 그런데 이건 선과 악의 대비가 아니라 정(正)과 반(反)의 대립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김용은 이들 무공초식을 대결장면에 적절히 넣어 동작과 연결시켜 멋진 성공을 하고 있다. 다시말하지만 무공초식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다되는건 아니다. 이들 초식을 어떻게 적절하게 이름과 어울리는 동작으로 묘사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앞에서 말한걸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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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의 마지막 부분엔 협객도에서 협객행의 24폭 그림을 보고 석파천이 무공을 배우는 얘기가 나온다. 그 장면은 김용이 협객행을 어떤 의도에서 썼는지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다른 무협이라면 그냥 초장에서 무공이름만 적고 주인공이 무공을 익혔겠지만 김용은 협객행도를 배우는 것으로 작품을 끝낸다. 김용이 협객행에서 무공초식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다. 협객행도의 24폭 그림해석에서 김용은 적지않은 부분을 할애했다. 협객행도는 실제 존재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한림이 그 그림을 보았다면 기쁘게 24폭 그림을 해석해 보겠지만 아쉽게도 가진게 없다. 협객행도를 보아야만 진짜 협객행을 읽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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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번에 걸쳐 김용의 절묘한 초식들을 훑어보았다. 이외에 그의 번뜩이는 기지가 발휘되는 초식이름들이 많지만 이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기묘한 이름을 어찌 만들수 있는가? 걱정한다면 아직 시기상조다. 이 강의가 끝날때쯤이면 김용만큼은 안되더라도 반쯤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초식을 만들어 쓴다고 읽을 독자가 있을까? 걱정한다면 한림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수록 좋은 독자도 많아질것이라는데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젠 결말부분에 가까워졌다.자연을 이용한 초식을 보기전에 또하나 아름다운 초식이름이 즐비한 경신술(경공술)을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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