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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구슬(61.98) 2022.08.24 20:20:09
조회 505 추천 10 댓글 6


신호등의 푸른 빛깔이 주홍빛에 이어 적색빛으로 교차하던 일말의 시간이었다.

사고가 일어났던 그 날의 하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색채를 띄었다.

푸르고 아름답기에 그 본연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하늘색’이라는 색깔의 정의를 완벽히 엎어버리는 듯한 참혹하고 공허했던.....

조물주의 장난인지 모든 걸 삼켜버릴 듯한 그 어둠은 그날의 일어난 참혹적인 사건과 너무나 어울렸다.

``````[사건이 일어나기 4시간 전,]

"젠장, 오전 8시 24분이라니, 평소보다 1시간이나 늦게 출발하잖아."

권미르는 평소처럼 그의 투박해 보이는 서류가방을 손의 쥐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었고, 곧 있으면 대리에서 과장직으로 승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대기업 it부서 회사원이었다.

오랜 시간 컴퓨터 데스크에 앉아서 오랜 시간 업무를 보는 회사원들은 대개 운동부족에 시달리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권미르는 특히나 얄상하고 마른 체형을 가졌었다.
또한 겨울날 첫눈이 얼굴 전체에 스며든 듯한 새하얀 피부, 어렸을 적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탓에 한 치의 이질감도 없어 보이는 눈가의 짙은 다크써클, 그리고 그의 검은 눈과 머리카락은 어딘가 겸허히 고상해보이는 그의 행동세를 부각시킬 만큼 고요하고 깊은 색을 띄었다.

띠링! 지하철 출구로 재빠른 걸음으로 들어선 권미르는 교통카드를 꺼내어 성급히 환승을 하였다.
지하철의 아침 출근 시간은 그야말로 오지이자 지옥이다.
조금만 늦더라도 사람과 사람 틈 사이에서 몸이 비틀어지고 조여지는 그 감각과 불쾌감은 평소 성실하던 권미르에겐 먼 얘기였지만은, 오늘만큼은 충분히 해당되고도 남을 감정이었다.

"하아...아침부터 기분 더럽네."

"뭐가 그렇게 기분이 더러우신데요?"

미르는 무의식적으로 들려온 외부의 목소리의 흠칫하며 시선을 아래로 흘렸다.

"아....백은채씨였군요. 여기서 뵙네요."


"그러게요..이 시간대에 대리님을 보게 될 줄이야~상상도 못 했다니까요"


미르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권미르의 부하직원, 백은채였다.
그녀는 미르보다 2살 가량 연상이었으나, 붙임성있고 활력있는 행실을 가졌어서 어딘가 모르게 미르는 평소 은채를 대할 때마다 편안한 인상을 느끼곤 했다,

"사실 제가 오늘 늦잠을 좀 자가지고요. 평소보다 좀 늦게 출발했습니다."

"아 진짜요?대리님은 늦잠 같은 거 안 부리실 줄 알았는데, 이런 면도 있으셨구나. 신기하네요."

"저도 사람인지라... 간혹가다 이런 일도 있는거죠 뭐."

"그렇기는 한데, 권대리님은 뭔가 평소에도 항상 올 곧으시고 바르신 분이라서 그런 거 같나봐요."

"그런가요....감사합니다."

서로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도 열차는 노선을 따라 섣부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샌가 열차는 목적지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북적거리는 인파 틈에서 한적한 장소로 몸을 피신했다.

"후..진짜 아침 출근길은 매 순간마다가 하이라이트인 것 같아요."

"긍정적이셔서 참 부럽네요. 전 방금 생사의 경계를 오간 듯 했는데."

"그 말도 긍정적으로 받아드려도 될까요?"

"내키실대로 하시죠."

"그런데 요즘따라 비가 참 많이도 쏟아지네요. 가을인데도 이렇게 비가 오니까 영 가을느낌이 안나지 않나요?"

"그러게요..."

한바탕 햇살에 지표면이 노릇하게 달구원지던 창창한 여름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오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하늘에서는 무슨 나쁜 일을 예견하는 것처럼 무겁고 둔탁한 물방울들이 주변 거리를 메웠다.
비가 하도 많이 내려서 인적이 드문 시골에선 사망자가 여럿 나타나기도 했고, 해안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바닷가에 휩쓸려 실종자가 나타났다고도 할 만큼 인명피해가 상당했다.


미르는 평소같지 않던 일상패턴과 우중충한 날씨에 휩쓸려 약간의 불안감이 족쇄를 틀게 했으나, 이내 기분탓이라며 여우비같은 불안감을 마음 한 켠으로 쓸어버렸다.

회사에 도착하자 방금 전 미쳐 가리지 못해 묻은 물기를 손으로 가볍게 털어내고선, 곧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가 활동하는 부서는 it부서 중에서도 게임 개발과 연관된 곳이었는데, 거기서 그는 주로 게임창작에 필요한 작품 내 스토리나 설정 등을 창작하는 역할을 맡았다.

회사 내에서 그는 상당히 능력있는 회사원이었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대기업 과장직을 얻는 말도 안되는 결과도 본래 완벽주의적이고 완고한 그의 성격과 대중들을 이끌어 모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한 결과였다.

‘오늘 아침일과는 개박살 났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통으로 그렇게 보낼 순 없지.’

볼펜을 잡은 오른손을 꽈악 주먹지며, 작게 결심구호를 외치고 자리에 앉아 사무 일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니었나 보다. 평소 잠을 자지 못해서 항상 예민한 감각을 돋우고 있던 미르가 회의 도중에 멍을 때리거나, 눈 앞에 있는 콘센트 줄이 넘어질 뻔했는 등, 정말 원래의 권미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마저 그를 걱정했다.

극에 이르러서야 부장이 미르를 불러냈다.

"저기, 미르씨.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은겐가? 음....사실 말이야. 자네 지금 다음달에 과장직으로 승진하는 거 때문에 더 열성적으로 일하는 거 아는데, 나는 그런 모습 볼 때면 솔직히 걱정도 되네.자네 아직 젊잖나? 조금은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 관리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니 오늘은 특별히 쉬었으면 하는데."



부장의 진심어린 조언의 미르는 어느정도는 동감했다.
‘하긴, 요즘 과로를 좀 자주 하긴 했지. 이렇게 계속 해대다간 진짜로 얼마 못 버티고 인생 하직할 수도 있긴 할 것 같아.‘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장님."

"그래, 그러세. 창문으로 들여다보니까 비가 억수가 쏟아지던데, 가는 길 조심하게나."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게나마 격식을 차리고선 몸을 움직이며 미르는 회사 밖으로 나갔다.

정말 암울할 정도로 비가 뭉뚝하게 흘러내리면서, 지표면을 적시다못해 잠기게 만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걸어본다고 옷이 젖는 걸 피할 순 없어 보였다.
미르는 오늘 일로 응어리가 맺힌 푸념을 다 쏟아버리 듯, 명치 끝에서부터 올라온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하아아아..."

이젠 지치는 것마저도 귀찮아버린 그는 무념무상한 태도를 취하며 지하철역 앞 신호등에 멈춰섰다.

‘이 지긋지긋한 하루가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미르는 어린 애가 장난감을 보고선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마냥, 신호등 앞에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안가 붉은 반점같이 보이던 신호등이 옅게 초록색을 뛰는 것처럼 바뀐 것 같았다.
비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아서인지, 눈을 가늘게 떠여만 어렴풋이 보였다.
그렇게 인도선을 따라 터벅터벅 물웅덩이를 짓밟고 갈 때 였다.


------------------쿠웅,, 타아앙,.,!!!!!

한 중형차가 굳세게 미르에 왼쪽 늑골(갈비뼈)를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당황할 기색도 없이 미르는 차에 치이고서는 공중에서 몸에 비틀리며 지면에 떨어졌다.

희미한 의식을 애멀게 부여잡으려고, 떨리는 손으로 생기없이 쳐진 팔을 슬며시 휘저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그가 한 행동은 그저 포식자에게 잡혀 발버둥 치는 덧없는 피식자를 연상케 했다.

동시에 무미건조 했던 아비규환이 되었다. 미르를 강타한 승용차 주인은 비 때문에 미쳐 미르를 보지 못했는지 당황한 모습이 온 몸으로 드러나면서 재빨리 119를 불렀다.

미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멀리서 그를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앞서서 도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로지 미르 주변을 둘러싼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웅덩이가 되어버린 그의 검붉은 핏물이였다.

조금 시간이 지난 듯하자 사이렌 소리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걸까. 미르의 의식은 이미 저 편 너머로 어딘가 사라진 채였다.
그럼에도 그에게서 나온 핏물웅덩이는 앞으로 일어날 무언의 사건처럼 넓게, 더 넓게 그저 한 없이 넓게 퍼져만 갔다.

그것이 인간 ‘권미르’의 비참한 최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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