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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死思)

Peck20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06 00:31:31
조회 140 추천 6 댓글 2


"허무하다". 




새벽 창밖에 비치는 환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뱉은 한마디. 




사실은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들던 생각이었다.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부촌 한복판에 있는 집,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시 되돌아볼 법한 외제차, 그리고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 나이. 




누구나 꿈꾸어봤을 만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삶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졌다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더 이상 이룰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는 의미. 




이젠 모든 것이 지겹다.




나도 모르는 사이 발코니를 향해있는 몸. 




하나 둘 발걸음에 맞춰 오는 인생이란 족쇄에서 벗어난다는 쾌감.




불행의 끝을 보러 가는 이 순간, 나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유리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새파란 도시 새벽바람이 들어온다. 




이제 남은 것은 행복을 위한 한 걸음이다 단 한 걸음.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것인가. 




아까의 흥분은 어느 순간 혼돈으로 바뀌어 있다. 




이미 수천수만 번 생각해왔던 순간이다. 




바로 안 죽으면 어떡하지?




이제 와서 두려움을 느낄 건 없다. 




가진 것들을 버리기에 아까운 건가? 




그렇지 않다.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가.




불행한 생각, 불행한 생각을 하자. 


맞다 난 모든 걸 갖고 있어서 불행해. 




근데 이 모든 걸 버리고 가기엔 아깝지 않나? 




웃기다.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마지막 순간에는 망설이게 하고 있다니. 




그래도 괜찮다 내가 가진 것들로 부모님은 잘 살겠지. 




아 부모님. 많이 슬퍼하실 텐데. 




난 아직도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건가? 




분명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워 할 것도 없으니. 




아마도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다. 




유리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새벽바람 때문에 춥다.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을 해서 그런지 급히 피로와 함께 허탈감이 밀려온다.




나는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서 감히 죽으려 했던 것인가. 




너무 오만했다. 얼마 살지도 않았으면서 죽음에 대해 함부로 운운하다니. 




죽음이 그렇게 함부로 정의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 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왜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것인가.




그건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것 같다. 




알 수 없기에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생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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