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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회누나랑4

판다가짱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6 05:29:01
조회 935 추천 6 댓글 0

xx아.... 누나 교회 그만두면 슬플 것 같아?


 무슨 소린지 받아들이기 어려웠음.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었음. 찰나의 순간 보인, 누나의 깊은 어두운 눈빛이 취기에하는 헛소리가 아니다는 것을 알려주었음. 어디서 본건 있어서 방에들어가 먹다 남은 콜라+앱솔루트 칵테일과 과자, 친구가 집에서 챙겨온 담요를 챙겼음. 누나는 이게 뭐야! 하며 약간 놀란듯 했지만, 하나님의 피라는 나의 농담에 피식 웃었음.


 누나를 데리고 콘도 위쪽, 버스들이 잔뜩 주차한 주차장으로 왔음. 주차장 안쪽에 콘도를 등지고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이 있었음. 마침 주차한 대형 버스들이 테이블을 가려주고있어 구도상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었음. 


 자리에 앉아 칵테일 마시자 누나가 나보고 너 술도 마실줄 알아? 하고 웃으며 물었음. 누나도 다 마셔봤을꺼 아니에요하고 맞받아쳤음. 누나는 아니라고, 자신은 대학교에서 처음 마셨다고 말했음. 사실 왠지 그럴 것 같았음. 나는 요즘 애들은 뭐든지 다 빠르다고 누나의 잔에도 칵테일을 따라줬음. 다행히 누나의 입에도 칵테일이 맞은듯했음. 그리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던거 같음. 이런저런......무겁지 않고 웃긴 이야기들, 한참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누나가 물어봤음. 아까 자기가 왜 그런 이야기 했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솔직히 계속 궁금했음. 그런데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음. 처음부터 질문하기에는 방금 전까지만해도 누나의 감정은 너무 깊어보였기에 조심스러웠음. 누나의 표정을 보니 한결 가벼워진것 같았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음.


 가만히 누나의 이야기를 들었음. 누나는 덤덤하게 말하다가도 목소리가 떨리기도, 격양되기도하고 마지막에는 체념하는듯한 뉘앙스로 말을 끝냈음. 그에 맞춰  나의 감정 역시 복잡해졌음.


 누나의 말을 요약하자면, 


 1. 누나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임.

 2. 작년에 누나가 대학교 진학하자마자 갑자기 누나의 아버지가 많이 편찮아지셔서 일을 그만두심.

 3. 누나의 어머니 열심히 기도하면 병이 나을거라고 일을 그만둠.

 4. 위 일들을 가족들이 누나에게 숨김.

 5. 병원비에 생활비 계속 지출되는 상황에 어머니, 아버니 둘 다 일을 안하니 집안이 개박살남.

 6. 누나 장녀이고 밑에 초등학생 여동생 하나 있음. 일주일 전, 집에 먹을게 없다고 배고프다고 울면서 전화옴. 누나 그때 상황파악함.

 7. 곧장 집에가서 엄마 일해야한다 설득했는데 기도하면 해결된다고 일안할거라고 하심.

 8. 병원에 가보니 죽을병 아님, 치료만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는병임. 의사도 답답해함. 병원비도 엄청 미납되어있는 상태임.

 9. 다른 친척들한테 연락 돌렸더니 다들 열심히 기도하면 해결된다는 소리만한다고함.

 10. 누나 고향 교회에도 이야기해봤음. 누나의 할아버지 때부터이어진, 누나의 집안과 30년 이상 인연이 있는 교회였음. 누나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더니 미안하다고 열심히 기도드리겠다는 이야기만함.(누나 집안에서 그동안 헌금한 돈이 다 합치면 억단위라고함;;)

 11. 누나 그때 신앙심 박살났다고함. 담주에 여동생 자기 자취방 데리고 온다고함. 학교도 전학시킨다고함.

 12. 누나 학교도 그만둘 예정이라고함. 일단 휴학처리하긴 하는데 아마도 그만둘것 같다고, 바로 취업할거라고함.


 누나의 말을 듣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음. 너무 어렵고 충격적인 이야기였음. 일찐녀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집안은 이미 경험했었음. 그러나 이건 종류가 달랐음. 누나의 말을 듣고 종교가 무서워졌음. 아니, 무섭다는 감정보다는 불쾌함에 가까운 감정인것같았음. 근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음.


 이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해주는거에요?


 나는 가만히 누나를 쳐다봐았음. 바다에 반사된 달빛이 누나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있었음. 누나는 술에 취해 초점을 약간 잃은 눈으로,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고있었음. 누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이내 말을 삼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음.


 술 다 떨어졌다. 들어가자.


 숙소에 돌아가는 동안 우리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속소 앞에서 각자의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서로 잘자라는 말만하고 각자의 숙소로 들어갔음. 숙소에 들어간 뒤, 잠을 자려했지만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았음. 좀전에 누나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했던걸까, 궁금증에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음.


 다음날, 여름 성경학교의 둘째날이 밝았음. 이 날 나와 누나는 둘 만의 비밀이 생기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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