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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8

ㅇㅇ(61.96) 2016.07.26 06:05:27
조회 1154 추천 58 댓글 13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밀실의 종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매장소 대신 정왕을 맞이하는 견평이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선생의 상태는 어떤가.”

“직접 보시지요.”


견평의 얼굴에 어린 근심에 소경염은 조금 긴장했다. 매장소가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지체할 것 없이 곧바로 밀실을 가로질러 온 참이었다.



“그러게 내 작작하고 그만하라지 않았어.”


매장소가 드러누운 침상 가에서 퉁명하게 잔소리를 퍼붓던 린신이 인기척에도 별 반응 없이 매장소에게 집중했다.

소경염은 제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그 뒷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다 여겼다. 소택을 오며가며 안면을 익혔을 지도 모른다.


“전하.”


린신 너머로 멀뚱히 선 소경염을 발견한 매장소가 무리해 몸을 일으키려고 들었다.


“어허, 환자가 어딜!”


쉬이 린신에게 제압당한 매장소가 소경염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일어날 것 없소.”


송구합니다. 앉지도 못하고 누운 채로 주군을 맞이한다는 것이 어지간히 마음이 쓰이는 듯 창백한 안색이 더욱 파리해졌다.

좀 어떻소?, 괜찮습니다. 하고 문병에 적합한 말들이 오가는 동안 린신은 무시하나 싶을 정도로 소경염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소경염 또한 낯은 익으나 딱 그뿐이었다. 어영부영 서로를 소개받을 틈을 놓친 터라 린신과 소경염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매장소를 보고 있었다.



“이만 일어나겠소. 몸조리 잘하시오.”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라는 매장소의 장담을 곧이곧대로 믿고 안심한 소경염이 정왕부로 돌아갈 의사를 비쳤다. 이번에야말로 일어나 그를 배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매장소를 말리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몸을 얼른 부축한 린신이 거참, 하고 혀를 찼다. 막 등을 돌려던 찰나에 처음으로 린신의 정면을 보게 된 소경염이 손을 뻗었다.


“착하다.”



정적이 흘렀다. 오로지 린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를 칭찬한 소경염만이 태연했다. 린신은 하, 하고 헛숨을 뱉었고, 매장소는 한껏 풀어진 얼굴로 린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소경염의 예상 밖 행동에 굳어 있었다.

전하. 때마침 처소 밖에 있던 열전영이 들어와 얼어붙은 상황을 환기시켰다. 열전영의 부름에 제 행동을 눈치 챈 소경염이 정직하게 사과했다.


“이런, 실례하였소.”


린신은 가벼이 고갯짓을 하며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자네 물소 취향이 이런 쪽이었나.”


천하에 내 모르는 것이 또 있었군, 그래. 소경염이 처소를 나서자 린신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매장소가 길쭉한 눈 꼬리를 새침하게 올리며 그의 등을 찰싹 치자 과장되게 에구구, 하고 아픈 시늉을 하던 린신이 매장소에게 찰싹 붙어 말했다.


“걱정 말게. 정왕의 외모가 썩 괜찮긴 하네만 역시 자네에게는 못 미치, 뭘 또 토라지고 그러나. 에헤, 이보게! 장소.”



만질래! 만지는 거 좋아! 소경염의 귓가에 발랄한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야무진 손길로 머리를 보송보송 말리고 단장한 아신이 기특해 조심스레 쓰다듬고 손을 빼려던 순간에 팔짝 뛰며 제 손가락에 매달릴 때 조르던 목소리였다.


“꼭 닮지 않았더냐. 어찌하고 있으려나.”


소경염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열전영은 아직 자고 있을 겁니다, 하고 답했다. 절도 있게 나아가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새로 지은 옷을 영 낯설어하며 멋지지 않다고 울먹이던 아신에게 잘 어울린다, 하고 진심어린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신은 금세 기운찬 모습을 되찾았다. 화려하게 늘어트린 옷자락에 몇 번이나 에구구, 하고 요란히 넘어지는 통에 자연스레 손이 갔고 그만큼 친밀감이 늘었다. 발랄하게 제 손가락에 매달려 놀던 아신은 정왕부에서 그나마 호화로운 편에 속하는 단조로운 자개함을 침상 삼아 느지막이 잠자리에 든 터라 조반을 들 때까지도 새로 지은 장포를 소중히 끌어안고 색색 편안한 숨을 쉬며 자는 통에 깨우지도 못했다. 아직은 낯선 곳일 텐데 혼자 둔 것이 염려가 되었다. 소경염의 걸음걸이가 조금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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