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카이 학부 갓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게 됐다. 요즘 취업난이라서 그런거라고 핑계대기는 싫고, 그냥 내가 학교생활을 불성실하게 해서 그래.

여기에 글 하나만 싸지르고 취준하러 간다.

1. 카이스트는 충남대를 무시하지 않는다. 누군진 모르겠는데 장난으로라도 여기에 이간질하는 글 쓰지 마라.

애초에 비교할게 되냐? 카이는 이공계 단과대학이고 충대는 종합대학임. 단과대 옆에 종합대 붙어있으면 걍 좋지 뭐. 열린길 - 충대농대 - 궁동 이렇게 오갈때마다 걷게 되는 정겨운 학교다. 뭘 무시를 하겠어;

근데, 오히려 카이가 충대한테 무시당한다 느끼는 경우가 있지. 미팅 잡기가 꽤 힘들더라구 ㅋㅋㅋ 누가 카이애들 노잼에 존못이라고 험담하고 다니냐? 카이 애들 괜찮은 애들도 많어.. 시바꺼 좀 미팅좀 해줘라 친해지자 쫌

2. 충대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임

난 고향이 대전이고 우리 가족 다 대전사람인데, 개인적으로 최근 입시 경향가지고 충대를 막 내려치고 서열질하는 글이 올라오는거, 되게 보기 불편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때만 해도, 공부를 잘 하셨어도 일단 자기 지역거점 대학에 원서 하나는 박아두고, 나머지를 서울에 고려대든 연세대든 지원하시는게 일반적이었어. 둘 다 붙어도 진지하게 고민해서 선택하셨지. '굳이 서울까지 상경해서 공부해야하나? 우리집이 넉넉하지 않은데..', '그냥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거점대학 가자. 돈도 아끼고 부모님 가게일도 도와드려야지'. 이런 식으로 거점대학을 선택하신 분들이 아주 많아. 우리 부모님도 여기에 해당하셨고.

그만큼 빵빵한 동문이 있고, 인지도가 있는 학교인거고 그 자체가 이 학교의 뿌리깊은 자산이야. 이건 의심하기 어려워. 최근에 서울선호가 심해졌다면서, 최근 입결로 봤을 때 지거국이 낮아졌다면서 익명커뮤에 조롱글을 싸지르는 애들이 보이는데, 겨우 그런걸로 오랜 기간 그 지역의 인재를 흡수해오고 인프라를 만들어온 거점대학이 갖는 가치가 쉽게 훼손될 수 없다고 봐.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기회는 사람이 주는거잖아. 지금 현업에서 뛰고 계신 선배들 입장에서 거점대학은 여전히 거점대학이지. 그분들 입장에선 신입이 거점대학 출신이라고 하면, 최근 정시입결이니 뭐니 알빠 아니고 최소한 학창시절을 성실히 보냈겠거니, 충분히 똑똑하겠거니 생각할 수밖에 없지. 개인적으로 나는 오히려, 인서울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인지도가 부족하고 동문 인프라가 잘 안되어있는 학교에 가는 것보다 자기 지역 거점대학에 가는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

3. 같은 지방대로서, 지역인재 메리트는 생각보다 엄청 든든하다고 생각한다.

카이스트에 똑똑한 애들 많다. 특히 과마다 최상위권~상위권은 진짜 괴수들이 꽉 잡고 있어서, A+는 걍 걔네들 몫임. 물론 평균 정도로만 잘 해도 어지간한데 취업은 잘 하더라. 근데, 어느 집단이나 하위권은 있다. 내가 그중 한명인데, 나같이 좀 낙오된 애들은 취업전선이 무섭다. 나 요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괜찮은데 알아보고 있는데, 지역인재가 적용된다고 하니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어. 학교다니는 4-5년동안 주변 애섀끼들한테 지방대라고 놀림받았는데, 그 대가로 이정도 혜택은 받아도 되잖아?

애들이 막 스무살 돼서 대학교 고를 때, 졸업하고 나서 지역인재 혜택받는것까지는 잘 생각을 안하는 것 같은데, 이거 메리트 장난 아닌거 같애. 요즘, 괜히 대학교 서열질하는 커뮤니티 글들에 휘둘려서 거점대학을 버리고 애매한 인서울 하위권이나 수도권 대학을 가는 애들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히 본인의 뜻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진짜 이 지역인재 혜택을 포기해도 될 것인지를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서울에 사람들이 몰리는건 국가 입장에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지역인재 혜택같은건 앞으로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거라고 생각하거든.

아... ㅅㅂ 이제 백수 취준생활 시작하려니까 좀 쫄리네.. 올해 잘풀렸으면 좋겠다 진짜.

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니까 마음껏 반박해 니말 맞음! 새해 복 많이받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