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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적어보는 워홀 현실편 장문)

와붕(133.106) 2025.01.10 08:05:02
조회 33436 추천 140 댓글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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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N3~N2급 일본어 실력들고(회화는 노답...)


어찌저찌 워홀 합격후 부푼 꿈을 안고 일본 입갤


막상 들어와보니 일상에서 슈퍼 편의점에서 쓰이는 표현들마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짐

(그러나 이건 생각보다 곧 적응됨, 수십 수백번 똑같은 말을 들을테니까)


첫날은 내가 일본에 있다는 것도 안 믿기고 그냥 모든 게 다 신기함


거의 저녁이 다 되어 방에 도착해서 짐정리하고 이것저것하다보니 벌써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잠들어버림


다음날쯤 워홀 3대장 ㄱㄱ


벌써부터 쉽지 않음...


버스타는법도 모르겠고 심지어 지하철 타는 법도 쉽지않음


통장 관련 용어나


휴대폰 관련 용어나 계약서나


구약소 온갖 이야기들


당연히 전부 일본어로 해옴


쉽지않음...근데 또 어찌저찌 진행은 됨. 어차피 되게 정형화되어있어서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대로 그냥 대충 따라만 가면 큰 문제없이 해결가능


3대장 이후 시간적 여유를 좀 가짐

'아직 통장도 안 나왔는데 놀자~'


일본에 오니 모든 게 다 신기하면서도 낯설어서 위화감이 들음


한국이었다면 상당히 간단했던 일들도 여기서는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옴 (예: 중고거래)


그래도 모든게 새롭고 재밌고,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압박도 없고 당장 돈도 꽤 여유있음


그렇게 몇주일 어영부영 놀고보니까


혼자있는것도 너무 외롭고 돈도 점점 떨어져가고 이젠 슬슬 알바를 구해야겠다 생각


여기서 1차 위기


일본이다보니 알바 구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그냥 모든것들이 난생처음이고 난관시작


바이토루? 타운워크? 암튼 사이트 뒤져가며 내가 가고싶어하는 곳들 찾아봄


카페 옷가게 기념품샵 등등 뭔가 젊은 일본인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 곳들에 응모시작


(아마 한국이었다면 식은 죽 먹기였을 알바자리들...)


근데 워홀비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서류부터 광탈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음


어찌저찌 몇군데 면접까지 잡히기 성공


당연히 일본어로 면접보기 시작


면접이라 긴장까지 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내 일본어가 완전 개판이었음을 실감함


N3~N2 합격자인 내가 일상회화는 큰 문제없이 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막상 와보니 노답


듣는 것도 쉽지않고 내뱉는 건 몇배는 어려움


일본에서 유학은 커녕 살아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 일본오자마자 일본어를 어느정도 유창하게 하는 건 진짜 힘든일이구나 직감함


답없는 일본어 실력에 긴장까지 해서 쭈뼛쭈뼛 찐따가 따로없음


면접관은 당연히 내게 별 관심없고 빨리 떨어뜨리고 끝내고 싶어하는게 눈에 보임


그렇게 형식적인 수준의 면접이 어찌저찌 끝남


1주일안에 연락줄거고 그 이후로도 연락없으면 불합격이라고 면접관이 알려줌


'아 이건 98% 불합격이겠네...' 직감함


역시 1주일동안 시간이 지나도 연락 한 통 없음


'일하느라 바쁘신거라 그럴거야,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현실도피해보지만 결국 1주일이 되도록 연락은 안 옴


그런 식으로 면접에서 광탈하는 경험을 몇 번 겪고보니


벌써 한달하고도 시간이 꽤 지나있음


생각보다 짧은 워홀비자... 벌써 10개월 남짓 남아버림... 조급해지기 시작


단기알바라도 해볼까? -> 외국인은 일본어 유창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거나 한국에선 죽어도 하기 싫었던 청소알바 정도나 있음


발등에 불떨어지고 내가 원했던 그런 '젊은 일본인들 많은 뭔가 세련되고 깔끔한 알바처'는 벌써부터 포기해버림 당장 밥벌이를 하지않으면 큰일나게 생김


맥도날드 스키야 돈키호테 등등 워홀따리 외노자도 개나소나 다 받아주는 곳이라도 뒤져봄


'여기마저도 못 가면 진짜 신오쿠보 한인사장 가야한다 그건 절대 안돼...'


거의 두달이 다 되어서 어찌저찌 알바 구함


알바 들어오고나니 뭔... 외노자들이 득실거리고 한국인도 나말고 1~2명 더 있음, 여기가 과연 일본인가 싶음


내가 바랐던 20대 정상적인 일본인들은 아예 없는 수준이고 간혹 일본인들이 좀 있지만


뭔가 이상한, 꺼림직한 일본인들만 간혹 있을 정도고 걔넨 나한테 관심조차 안 줌


벌써부터 2차 위기...현타시작


내가 바랐던 '일본에서 젊고 올바르게 자란 일본인들이랑 하하호호 웃으며 일본어 많이 쓰는 깔끔한 일 하기'와는 완전 정반대의 일


그냥 단순노동의 연속일 뿐이고 일본어를 쓸 일도 생각보다 적고 있다 하더라도 그냥 고정된 멘트 몇마디만 읊고있는게 현실


'아냐아냐 그래도 최악의 선택지인 한인잡은 걸렀잖아 그게 어디야'


아무튼 일단 열심히 해보자는 마인드로 한두달 다녀봄


근데 시프트도 생각보다 별로 안 넣어주고 이래가지곤 한달 생활비마저도 못벌겠다 싶음 현타옴


카케모치를 찾아볼까 하는데 그것도 당연히 쉽지는 않음


우버라도 뛰어야하나 걱정이 앞섬...


일 자체도 그냥 단순업무의 반복이고 내가 바랐던 일본에서의 그런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음


집-알바-외노자들과 단순노동-집의 반복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했건만 그것도 쉽지않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함 이도저도 아닌 삶의 연속


이렇게 3개월차, 이젠 그냥 집에 가고싶음


여기서 은근히 많이들 돌아감


여기서 고비를 넘기고 어찌저찌 몇달 더 버티는 케이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일본까지 왔고 어쨌든 일을 하고는 있으니까 나도 사회생활을 좀 해보자


'그래, 일할땐 만나기 힘들더라도 일이 끝나고서라도 내 또래 일본인 애들 만나고 친해져서 놀러다니면 되잖아!'


지모티 등등 사이트를 뒤져보고 동호회를 찾아보는데


사회인만 받아주는 경우가 많거나 왜일까 20대 사람들만 모이는 모임은 잘 없다시피함


아니면 걍 4050 아저씨 아줌마들 모임


뭔가 순수한 취미모임 이런 건 찾아보기 힘들고 다들 만남목적인가 싶음


어플을 깔아도 비슷한 분위기... 서로 재고 따지는게 너무나도 보이고 동성친구 만들기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 수준


어찌저찌 대화를 시도해봐도 '일본에 워홀와서 알바뛰고 있는 외국인입니다'라는 말에 갑분싸...차단당하기 일쑤


그렇게 착하다던 스시녀들은 '제대로 된 회사의 정사원'에게 친절한 거였음 (고학벌 고신장 이케멘을 원하는)


'시한부 워홀따리'인 '일본어 수준도 심각한' '외국인'인 나에게는 진지한 관심이 아예 없음


내가 뭐 키도크고 존잘이었으면 그래도 달랐을까 싶지만 이게 나의 현실인가 싶고 받아들임


문제는 스시녀는 둘째치고 일본인 동성친구는 만들기가 훨씬 힘들다는 걸 여기오고 깨달아버림


걔네는 한국에 관심도 없고 한국을 아래로 보고 한국인에다가 일본어도 별로 못하고 신분도 불안정한 내게 관심을 줄 리가 만무했음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집근처 바에 가보지만


'일본에 언제 왔어요?'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막막해짐


어눌한 일본어로 '그...워킹홀리데이...와-호리라고... 그냥 음식점에서 알바하고있어요'


'오 대단하시네요! 일본까지 오셔서 열심히 하시네요!' 라는 일본인의 皮肉


내게 크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음


'응? 이 외국인은 뭐지?' 싶을 정도의 반응들만 있음


더군다나 바에 있는 사람들도 30대 40대 이런 사람들이거나 내 또래라 하더라도 뭔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사람 뭐지?'싶은 사람들만 있었음


돈이 아깝고 괜히 왔고 그냥 나가고 싶어짐


집에 돌아가는 길... 왜일까 너무나도 우울함


내가 정사원이라도 되었으면, 신분이라도 안정되었으면 그래도 좀 떳떳할텐데


라지만 블랙기업에서도 받아주기 쉽지않은 내 처참한 일본어 실력... 내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회화실력으로 일본에서 정사원이 되는 건 정말 힘들다고 생각, 반쯤 포기


'설마 이런 식으로 1년을 보내야 하는 거면 너무 우울할텐데'


'워홀하고있는 다른 한국인들은 어떨까?'


워홀카페와 오픈채팅방에도 들어가봄


생각보다 나와같은 워홀생활을 하고있는 한국인들이 많았음


그들은 오픈채팅방, 카페에서 온갖 이야기들을 하고있음


당연히 일본, 일본인들 디스도 섞어주면서


여기서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혐한이 어쩌고 외노자 차별이 어쩌고 일본의 힘든점들을 쏟아내면서 일본의 뒷담을 까며 분풀이를 하고있었음


간혹 일본생활 꿀팁?까지 알려주니 너무나도 감사했음


오픈채팅에서 만난 한국인들끼리 친해져서 가끔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놀러다님


이게 얼마만의 즐거운 일인가, 당연히 말도 잘 통하고 서로의 처지도 이해하고 있기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음


근데 만날 수록 현타가 옴


나는 일본에서 일본인들과 일본어를 쓰며 온동네를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현실은 왜 인터넷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쓰며 일본을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나는 일본인 친구 일본인 지인들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럴거면 내가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유가 뭐지?


여기서 현타와서 많이 돌아감


1년 채우는 사람 거의 없고


6개월부터 돌아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함


7개월 8개월 9개월차 까지 보면 그냥 90%가까이는 조기귀국해 돌아가고 없음


그냥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 일본 워홀... 나와 내 주변 한국인들의 이야기


물론 일본어 유창하고 사회성까지 좋은 사람들은 일본와서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지만


워홀러들 중에 그런 일본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출처: 워킹홀리데이-일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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