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로 올라가는 길>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이전 글 움짤을 먼저 보고 올 것을 권장함)

이상: 아...어...음...미안합니다.

하리: (새초롬한 표정으로) 왜요? 저한테 뭐 미안한 일 하셨어요?

이상: (제대로 당황한 표정으로) 아..아...아니...아니....그게...하...아, 죄송해요.

하리: (따지듯이) 아니, 그것도 사과잖아요. 아니, 왜 사과를 해요? 기분 나쁠라 그러네.

이상: (자기도 모르게 또 사과한다.) 아, 죄송합니다.

하리: (정색하며) 어!!!

이상: (스스로 놀라며) 어?!

하리: (못마땅한 표정으로 째려본다.)

이상: (입 다물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눈치만 살핀다.)

하리: 아무래도 조용히 가는 게 좋겠네요.

이상: 어...아... 예...

하리: (시선 창 밖으로 돌리고 한숨을 푹 쉰다.)

<둘 사이 정적이 흐르고, 시간도 흘러 날이 저물었다. 어색한 기류 여전하다. 갈대밭에서 있었던 일에다 대화 없는 장거리 운행까지 겹치면서 둘 모두 매우 지친 표정이다. 하리와 이상이 사는 동네 근처 어딘가에 다다랐다.>

하리: (헛기침하며) 저기..내려주세요.

이상: (마찬가지로 헛기침하며) 흠..흠... 아니, (오랜 시간 말하지 않아서인지 한층 잠긴 목소리로)집 앞까지...데려다줄게요.

하리: 아니...여기서 내릴게요.

이상: (어쩔수 없이 비상 깜빡이 켜고 갓길에 정차한다.)

하리: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안전벨트를 풀며) 저기...(뜸들이다가) 그..혹시 남자 좋아해요?

이상: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예...? 허...어딜 봐도...그렇게는... 안보이지 않나...요?

하리: 난...또...뭐...그렇게 말 못할 사정으로..독신인가..했죠. (어색하게 웃으며) 개인의 성적 취향은 존중하는 편이라...

이상: 아닙...니다....

하리: 예...(고개 인사하고 차 문을 열고 나가려한다.)

이상: (주저하며) 아까...내 사과가...잠을..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리: (살짝 누그러졌지만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이상을 바라본다.)

이상: 잘 자요...

하리: (고개 끄덕이고 애써 웃음지으며) 예....(차문을 열고 내린다.)

이상: (차에서 내려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하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리: (다시 이상에게 목례한다.)

이상: (크게 한숨) 후....(운전대를 잡고 출발한다.)

하리: (기운 빠진 표정과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