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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만든 피의자신문조서

운영자 2021.04.12 1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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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주고 받은 피의자신문조서




얼마 전 뇌성마비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사건을 맡았다. 담당 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찰서에 와서 대신 진술하라는 것이었다.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꼭 가야하는지 의문이었다. 조서란 수사기관이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한 기록일 뿐이었다. 최첨단 통신기술이 발달한 요즈음이다. 담당 형사가 질문사항을 카톡으로 보내면 답변을 해서 카톡으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종이에 손도장을 찍는 아날로그 방식보다 디지털 문서가 더 진정성을 보장했다. 얼마 후 담당 형사가 그 사건의 처리결과를 문자메시로 보내주었다. 또 다른 형태의 형사도 있었다. 후 배 한 사람이 차를 몰다가 집앞에서 속도위반을 한 게 카메라에 찍혔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담당 형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서를 받겠다면서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촬영된 증거사진이 있으니까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없을 때 담당형사는 아파트까지 찾아와 눈을 부라리며 위압적으로 출두하라고 했다. 그 얼마 후 그가 부인과 함께 차를 운전하고 가다 경찰에 체포되어 수모를 당했다. 형사가 부르는데 오지 않는다고 지명수배를 한 것이다. 담당 형사의 비틀린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집까지 찾아와 그가 사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지명수배의 요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감옥 안 죄수들 사이에 ‘불러 조진다’는 말이 있었다. 수시로 검찰청으로 불러 괴롭힌다는 뜻이었다. 밉보인 피의자는 수은주가 영하 십도를 밑도는 냉동고 같은 검찰청의 유치장에서 하루종일 조사도 받지 않고 동태가 되어 있기도 했다. 반면에 돈이 있거나 잘 보인 피의자는 일반식당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담배를 피고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소환권의 남용이었다. 변호사로 피의자를 만나려고 해도 검사가 소환했다고 하면 만날 수가 없었다. 수사기관의 소환이란 국민에게 어떤 것일까. 변호사를 하면서 경찰서나 검사실로 소환을 당한 적이 있다. 눌리고 빈정거림을 당하는 듯한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젊은 시절 몇 달간 검사직무대리를 한 적이 있다. 소환장을 보냈던 탈랜트가 와서 하는 말이 지난밤 설사를 하고 한잠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소환을 당한 사람들의 심정이었다. 그걸 보면서 같은 사무실에 있던 검찰 서기는 “어떤 높은 놈이던 유명 인사던 이 방문을 들어서는 순간 겁먹고 머리를 숙여요. 그 맛에 이 일을 합니다.”라고 했다. 잠재해 있는 완장의 쾌감일 것이다. 수사관도 해 보고 삼십년이 넘게 변호사로 경험한 수사의 대부분은 조서 작성이었다. 대화로 하면 십 분에 끝날 것도 키보드를 두드려 문서를 작성하고 그걸 종이로 출력을 하고 오탈자를 고치고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조서 사이사이에 간인을 하자면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검찰에서 조사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메일로 질문사항을 보내라고 해서 답변을 써 보낸 적이 있었다. 안정된 분위기에서 질문사항을 보고 신중히 답변하는 것이 방어권 행사에는 훨씬 유리한 것 같았다. 전자문서를 작성하는 기술의 발달이 수사제도의 근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전자소송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 재판 당일 아니면 법원에 갈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재판 자체도 화상으로 하는 지역이 있다. 국민들은 오랜 세월 수사관청에서 소환하면 백번 천번이라도 그에 응하는 순종이 몸에 배었다. 거부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권을 보장하는 형사소송법이 권위주의적 수사 관행에 오랫동안 질식해 왔다. 법규정상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인간은 무죄로 추정된다. 그리고 방어권을 행사하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수사기관과 대등한 게 법의 정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그런 오랜 관행에 대해 법무부가 구속피의자를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는 출정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도한 반복소환을 통한 인권침해와 방어권 제한 등 검찰권 남용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앞으로는 검사가 변호사나 형사같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서 그 곳에서 조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제도적 변화지만 그 의미는 크다. 일반 시민에 대한 조사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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