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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으로 가는 두 길

운영자 2022.05.30 10:36:57
조회 153 추천 1 댓글 0

대학 일년 선배가 있다. 그는 기자로 출발해서 언론사의 사장까지 하고 퇴직했다. 주위의 신망이 있는 보도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 십년이 넘게 수도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거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폐가를 고쳐 살고 있다는 정도로 말한다. 그는 나를 보고 참선을 하라고 여러 번 권했다. 내면을 향해서 스스로 묻고 대답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답을 얻을 것이라고. 요즈음은 이따금씩 그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동해에서 혼자 밥 먹고 밤바다를 산책 중 스산한 파도소리가 들리고 인적이 없는 적막한 해변임’

내가 그렇게 소식을 전했다.

‘지구에 있는 것이니 별 일 아니고 파도는 태초부터 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혼자됨은 누구나 그렇고 영혼의 도구인 몸뚱이만 탈 없다면 순항이로군’

‘십년 세월 가족을 떠나 혼자 햇반으로 살면서 뭔가 이뤘습니까?’

‘사람들은 살면서 자꾸 무엇인가 되기를 원하고 되어야 한다고 강박감을 가지면서 조바심을 내는 성향들이 있어요. 인생은 그냥 인생 자체에 눈뜨는 일뿐. 지식은 참다운 영혼에 비하면 새발의 피.’

그는 갑자기 스님과 수녀가 같이 있는 사진 한 장을 전송하고는 말한다.

‘스님은 열아홉살에 수녀는 스물 다섯살 꽃다운 나이에 속세를 떠나서 여태까지 있소. 대단하죠? 하늘이 손짓하는 걸 성소(聖召)라고 한다오. 스님은 나처럼 방송국 안다녔어도 수녀는 당신같이 변호사 안했어도 우리 같은 존재보다 훨씬 맑아요. 지식은 참다운 영혼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누구에게나 숨겨져 있는 초능력인 참나 생각보다 초월적 위치에 있는 진아 그게 바로 참선하는 취지요.’

‘참나를 찾았습니까?’

내가 묻는다.

‘아도 아는 게 없소. 오직 모른다는 걸 알 뿐.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견(知見)은 얻은 것 같소이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의 단계를 말해 주었다. 원로 소설가였던 정을병씨는 내게 평생 명상을 해 왔다고 했다. 정신세계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써서 세상에 발표했다. 그가 죽기 얼마 전 나를 찾아와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미간에 어떤 뜨거운 기운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어떤 게 느껴지고 깨달아졌어요. 내가 그 단계에는 간 것 같아요.”

눈과 눈 사이에 진리를 보는 제삼의 눈이 있다는 걸 인도철학자 라즈니쉬의 책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참선을 하고 명상을 하면 그런 우주의 어떤 기운을 받는 순간이 있는지도 모른다. 성경을 보면 그런 신비한 현상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예언자들에게 어느 날 하나님의 영이 내려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하늘에서 비둘기 모양의 영이 내려와 예수에게 들어갔다. 사울이라는 사람이 길을 가는 도중에 하늘에서 번개 같은 밝은 빛이 비치면서 예수의 영이 나타났다. 그 이후 평생 그는 예수의 영에 이끌려 살다가 서기67년6월29일 로마에서 서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진 오스티안 가도의 아쿠아자르바에서 목베임을 당하고 죽었다. 베드로도 그 자리에서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됐다고 한다. 베드로와 예수의 제자들은 오순절날 불길같은 영이 내려와 그들 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근본적인 개조가 이루어진 것 같았다. 참선이나 명상과는 달리 기독교는 성령을 받으면 바로 깨닫는 것 같다. 사람의 영은 하나님의 영과의 접촉점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임하고 사람은 하나님을 영접한다고 한다.

나는 오늘 백육십년전 태어나 평생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살다간 내가 존경하는 현자에게 묻는다. 그는 자기보다 백년이후 태어난 나를 향해 이렇게 글로 대답하고 죽었다.

‘하나님의 영이 사람이 영에 와 닿을 때 진리를 바로 깨닫게 되오. 천국을 볼 수 있지. 간단하오. 수필적이라고 할까. 연구나 수양의 결과가 아니오. 그렇다고 감정의 발작도 아니고.’

인간이 만든 깨달음의 경지로 가는 길이 참선이고 명상인 것 같기도 하다. 하나님이 직접 길을 만들어 인간에게 내려온다. 그게 성령인지도 모른다. 그 현자 노인은 내게 자신이라는 악기가 불완전해서 하늘의 아름다운 음악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고 있다. 나는 그 노인의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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