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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승 김상협 - 민정수석

운영자 2017.01.10 18:12:19
조회 244 추천 0 댓글 0
  2008년 4월8일 오후 6시경이다. 서초동 뒷골목의 조용한 한정식 집에서 이학봉씨를 만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주 가는 음식점이라고 했다. 고희의 나이를 넘긴 이학봉씨는 눈썹까지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 사람 좋아 보이는 투박한 인상이었다. 그와는 인연이 있었다. 12.12사태 무렵 나는 수도권과 경기지역 계엄사무소 장교였다.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YWCA위장결혼 사건으로 보안사로 연행되어 들어갔다. 그의 가족이 사색이 되어 찾아왔다. 그때 친구의 구명을 부탁한 대상이 합수부 수사국장이었던 이학봉씨였다. 처음 보는 초급장교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풀어주는 배짱이 있는 거물이었다.


  그 20년 후쯤 나는 수지킴사건으로 피고가 된 그의 변호인이 되어 얼마간의 신세를 갚았다. 그의 정권탈취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그는 정직하고 호방한 성품이었다. 그는 전두환대통령의 심복이자 실세가 되어 모든 인사에도 관여했었다. 나는 그를 만나 여러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김상협 총장이 총리로 임명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었다. 


 “요즈음은 어떻게 세월을 보내십니까?”


 내가 일상사를 물었다. 


 “주위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 술 마시고 그렇게 살죠.”


 “전두환 대통령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각하께서는 요즈음도 바쁘죠. 여기저기서 초청을 하는 곳이 줄을 섰으니까요. 지난달에도 진해에서 선거 때 내 사무국장을 하던 사람이 각하를 초청했어요. 전두환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초청하던 좋으면 두 말 않고 움직여요. 전대통령과 같이 내려가서 술을 마셨는데 내 선거구 조직원을 많이 부를 수는 없고 여덟명 정도 합석시켰죠. 술이 여기까지 오르도록 마셨어요.”


 그는 손가락을 옆으로 눕혀 이마까지 올렸다. 그가 계속했다. 


 “한 달 후에 사무국장이 병으로 부산의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알려왔어요. 그 소식을 듣더니 각하가 나를 보고 부산에 내려가 봐야 하지 않을까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 난 화분이나 하나 보내시죠 라고 했어요. 그만큼 소탈하고 사람을 잘 사귀는 분이에요. 그러면서도 군대시절부터 각하의 특징은 사람 뱃속을 꿰뚫어 보는 데는 귀신이죠. 눈치가 백단쯤 될까.”


 여자 종업원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음식접시들을 놓고 갔다. 그는 앞에 놓인 넓적한 술잔을 들어 입속에 탁 털어 넣었다. 그는 젓가락을 들고 전을 하나 집어 우물거리면서 씹었다.


 “고창 김씨가의 김상협 고대 총장이 어떻게 국무총리가 됐습니까? 그 배경이 뭡니까?”


 내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두환 장군이 대통령이 되고 미국에 가서 레이건을 독대했죠. 미국대통령은 간단하게 세 가지를 요구 했어요 첫째는 핵개발을 하지 말아라였죠. 두 번째는 김대중을 죽이지 말아라 세 번째는 민주화를 해라였어요. 사실 핵개발은 미국 몰래 어디 숨어서라도 개발할 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미국의 눈을 속일 방법이 없는 거예요. 들키면 덧나는 일이니까요. 전두환 대통령이 핵이 안 되면 경제라도 열심히 발전시키자고 했어요. 김대중씨는 제가 직접 감옥으로 찾아가서 얘기를 한 후에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다음이 민주화 문제인데 일단 통금도 풀고 학교의 교복도 자율화 하고 대폭 규제를 푸는 일부터 했죠. 그리고 군인정치의 카키색을 중화시키려면 존경받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함병춘씨가 국제관계에 대해서 정통한 분이었습니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앞으로 세계를 움직일 한국인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함병춘씨를 비서실장으로 모시게 된 거죠. 안보나 대미관계를 담당하시게 했죠. 안하겠다는 걸 간신히 모셔왔죠. 그리고 호남 쪽 의 험한 민심을 다스릴 수 있는 거물을 찾았는데 그 분이 김상협 총장이었어요.”


 “김상협 총장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이학봉씨가 뭔가 갑자기 떠오른 표정으로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 제가 경주 최부자와 고창 김갑부의 옛날얘기를 해 볼까요? 제가 60년대 사상계잡지에서 읽은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우리 육사생도들도 그 무렵 사상계를 많이 읽었어요. 김상협교수가 거기에 쓴 논문들도 저는 다 읽었거든요. 그때 사상계 잡지가 정말 대단했지. 정신적 교과서였으니까.”


 “그게 뭔데요?”


 내가 물었다. 


 “조선말 경주 최 부자가 고창의 김씨가가 갑부라는 소리를 듣고 한번 알아보려고 길을 나섰대요. 자기가 자랑하는 최고급 수입 스틱을 짚고 말이죠. 경주 최부자는 고창의 김씨가를 찾아가 대접 잘 받고 하룻밤을 잤다고 합디다. 다음 날 아침 사랑채에서 일어나 보니까 글쎄 고창 김씨가의 종놈이 자기 고급 스틱을 부지깽이로 써서 군불을 때더래요. 그 스틱이 어떤 건데 그렇게 하느냐고 난리가 났죠. 그렇지만 이미 부지깽이가 된 자기 지팡이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속을 누르고 참았죠. 이윽고 경주 최부자는 고창갑부 집에서 차려내는 아침을 잘 얻어먹고 떠날 준비를 했죠. 그때 고창 김갑부가 안내하는 한 방으로 들어갔더니 선반위에 고급스틱들이 이백여 개는 좍 놓여있더랍니다. 그걸 보고 경주 최부자는 고창갑부 김씨가에 완전히 꼬리를 내렸답니다. 이 얘기는 내가 육십년 대 사상계에서 읽었던 기억이예요.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조선말 경주 최부자와 고창 김갑부 얘기를 설화같이 만든 거죠. 김상협 총리는 바로 그 고창 김갑부의 손자 아닙니까?”


 그가 싱긋 웃었다.


 “김상협 총장이 어떻게 국무총리가 됐죠?”


 내가 물었다. 미국학자 에거트는 김상협총장이 총리가 된 걸 근거로 권력에 유착하는 김씨가라고 단정했다.


 “처음에는 김상협 총장이 다른 일로 민정수석인 내게 찾아오셨죠. 고려대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데 그 때문에 의대나 병원도 설립하지 못하고 학교가 발전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걸 풀어달라고 부탁하시러 왔죠. 그때는 절대 그린벨트를 풀어주지 않을 때 였거든요. 내가 그 말을 듣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죠. 그런 인연으로 김상협 고대총장과 전두환 대통령이 만났어요. 


​전두환 대통령이 김상협 총장을 처음 봤는데 사람이 호인이고 좋은 거예요. 또 당시 김대중 때문에 호남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어요. 전두환 대통령이 김상협 총장에게 인간적으로 반해서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사정한 거죠. 당시는 정권의 강화가 중요한 때였는데 이철희 장영자 사건 같은 게 터져서 흔들리는 시국이었죠.”


 “김상협 총장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옆에서 보셨을 때 권력의지가 있던 분인가요?”


 “조선시대부터 갑부의 아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소탈하고 담백한 분이었어요. 벼슬을 탐하는 그런 분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 정권에서 더 악착같이 모셨죠. 욕은 우리 군 출신이 다 먹고 책임도 우리가 다 질 테니까 국무총리는 국민만 보고 경륜을 이루시고 선정을 베풀어 달라고 했죠. 전두환 대통령이 그런 식이예요. 나는 나쁜 놈 해도 너는 좋은 놈해라 하는 식이었죠. 


​그래서 우리가 안보와 외교에는 함병춘 실장 그리고 경제는 김재익 경제 수석등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국가를 발전시킨 거 아닙니까? 전두환 대통령은 그런 장점을 가진 분입니다. 나는 잘 모르니까 당신이 다 해라하고 대폭 위임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총리가 되신 후 민정수석인 제게 전화를 거셔서 여러 가지를 담백하게 물으신 적도 많아요. 세상에서 말하는 체면이라든가 술수 같은 건 조금도 없는 분이었죠. 저에게 민주화를 위해서 취해야 할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해 주셨어요. 우리사회가 복지 쪽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얘기하셨고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쳐 주셨죠. 


​운동권을 너무 누를게 아니라 사상서적도 더 많이 풀어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마르크스에 관한 책들이나 러시아 혁명에 관련된 해금된 서적들을 다 풀었죠. 저나 전두환 대통령이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깍듯이 모셨는데 안하시겠다고 사표를 세 번이나 내시더라구. 두 번까지는 사표를 거절했는데 아웅산 사태가 나고 세 번째는 정말 하기 싫으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사표가 수리된 겁니다. 그 후 다시 고려대학교로 가신다고 해서 그린벨트를 풀어서 고대가 확장되게 노력해 드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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