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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승 김상협 - 아들의 항변

운영자 2017.01.30 10:50:57
조회 161 추천 0 댓글 0
2008년 여름경이다. 김씨가에 다시 폭풍이 일었다. 일부 좌파역사학자들에 의해 노무현정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재산환수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박정희 대통령,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사주, 신현확국무총리, 이광수, 최남선등 저세상으로 간 많은 사람들에게 친일의 혐의가 다시 제기됐다.


 고인이 된 김연수 회장도 다시 위원회에서 친일재판에 걸렸다. 심판을 하는 그들은 법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무원도 아니었다. 그들은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


 나는 김씨가의 종손인 김병휘교수 그리고 김상협 총리의 아들인 김한 은행장과 함께 위원회에 소환되어 간 적이 있다. 그날의 일을 마지막으로 증언을 해야 할 것 같다. 

  

2008년5월경 어느 날 나는 김병휘교수와 김한은행장과 함께 동아일보 옆에 있는 청계11빌딩 5층에 있는 위원회 안으로 들어갔다. 20명쯤 되는 조사관들이 보안장치가 된 사무실 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구석에 만들어진 임시 조사실로 들어갔다. 위원회의 조사관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위원회에서 온 통지서에도 위원들의 성명등 신원사항은 보안상 밝히지 않겠다고 적혀 있었다. 김병휘교수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말도 안 되지. 국가기관자격으로 조사한다는 사람들이 왜 자신들이 누구인지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거야?”


우리는 길다란 탁자 앞에 나란히 앉아 조사관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회색 남방셔츠를 입은 오십대 중반쯤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섰다.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역사학자라고만 했다. 그 뒤를 따라 커다란 노트를 손에 들은 삼십대 중반쯤의 여자가 들어왔다. 까무잡잡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우리 앞에서 녹음기를 틀고 진술을 하라고 했다. 김상협 총리의 아들인 김한은행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위원회에서는 우리 할아버지에게 친일파의 혐의를 두어도 저희 자손들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할아버지가 당시의 상황에서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온 건 구차한 변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할아버지인 김연수회장은 일제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그들이 임명한 원하지 않는 직책들을 가졌던 건 사실입니다. 또 돈도 어쩔 수 없이 헌납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할아버지 김연수회장은 그 험난한 시대에 바른 마음을 가지고 옳게 살려고 애를 쓴 기업가로 자부합니다. 편한 시기에 사업을 경영한 손자인 저보다 훨씬 더 잘하셨던 것 같아요.”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듣고 있는 조사관들은 감정을 숨긴 차디찬 눈길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말이 계속됐다. 


“저희 자손들도 대한민국의 3공화국시절과 5공화국 시절과 그리고 지금까지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삼양사그룹은 전라도의 대표기업입니다. 정권에서는 의무적으로 경상도 사람을 20퍼센트 채용하라고 압력을 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라도 사람은 단지 전라도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회에서 취직이 사실상 거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손자들은 그런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힘들었던 일제시대 기업을 운영했던 우리 할아버지는 달랐습니다. 할아버지는 총독부에서 뭐라고 압력을 넣던 조선인만을 채용했습니다. 태극상표를 써서 제품을 내보냈습니다. 저희는 진정한 민족기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3공화국과 5공화국시절 정권의 압력에 그렇게 저항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그런 저항을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침묵하며 듣던 있던 김병휘 교수가 나서서 덧붙였다. 


“인도의 간디가 일제시대 우리나라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디는 인도청년에게 전쟁에서 영국을 도와줘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래야 인도가 자치권을 획득한다고 했습니다. 간디의 말을 듣고 많은 인도청년들이 전쟁에 나가서 희생됐습니다. 간디는 인도가 사는 방법은 무력투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의 탄압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도 간디는 오늘날까지 인도의 존경받는 영웅입니다. 간디는 무력보다는 자력갱생을 택하는 쪽이 더 인도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형제는 일제시대 내내 뜻이 같으셨습니다. 큰할아버지인 인촌 김성수선생은 교육과 언론을 통해서 그리고 할아버지 김연수회장은 산업을 통해 민족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실행하셨습니다. 지금 위원회에서는 우리 집안을 지주이자 자본가출신이라는 이유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무덤에서 파헤치고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집안의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시절 3년간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평생 아들이나 손자들 보다 훨씬 못 먹고 못 입고 사셨습니다. 할머니는 평생 집에서 양말을 꿰매는 게 일이었어요. 반찬도 가짓수나 분량이 조금만 넘쳐도 할아버지는 불호령을 내리셨어요. 그러면서도 항상 사원들을 더 생각하시던 할아버지였습니다. 당신들이 과연 우리 할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심판하는지 의문입니다.”


김한은행장이 다시 나섰다. 


“저희 아버님이 이 나라의 총리를 하셨던 김상협입니다. 5.16혁명이 나고 대통령이 문교부 장관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장관을 하는 걸 반대하셨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권력 가까이 가는 걸 싫어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집안의 가업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개월 마지못해 관직에 계시다가 사정사정을 해서 장관직을 그만둔 분입니다. 총리도 원하신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안에는 가풍같이 내려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앞에 나서지 말고 사람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인간관계를 잘 맺고 그걸 끝까지 가져가라는 겁니다. 그게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가훈입니다. 지금의 삼양사 그룹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경유착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기업군이 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아십니까?”


김씨가를 위한 후손대표들의 국가에 대한 당당한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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