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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 청소부인 판사

운영자 2017.03.27 15:14:43
조회 251 추천 1 댓글 1
 우울증으로 투신자살을 했다는 부장판사의 글이 인연을 따라 내게 전해져 왔다. 그는 판사라는 직업을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라고 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본인이면서 왜 판사에게 판단해 달라고 조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법정은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서로 경쟁적으로 거짓말을 하니까 판사에게 남는 것은 의심뿐이라고 했다. 의심을 하다 보니 그는 나중에는 아내와 부모까지도 의심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자살한 판사의 말이 일부는 맞는 면도 있다. 한 법원장은 법정은 정의와 불의가 싸우는 장소가 아니라 악과 악이 불꽃을 튕기며 부딪치는 진흙탕이라고 했다. 나 역시 30년이 넘는 세월을 법정을 다니면서 늙어왔다. 법정의 허공에 먼지같이 가득 찬 허위와 거짓을 보았다. 교활과 술수를 보기도 했다. 전직 고위직 법관이 의뢰인의 뻔한 거짓말을 알 것 같은데도 법정에서 우기는 경우를 봤다. 변호사가 되면 고용된 양심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의 인격과 그가 썼던 판결문조차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검찰총장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분이 수사대상이 되자 거짓말을 하기가 바빴다. 거짓의 쓰레기더미 속에 살아오면서 쓰레기가 된 것 같았다. 현실의 재판은 정의실현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게임이었다. 진실도 상대적이었다. 판사가 한쪽 증거에 눈을 감으면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으로 변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쪽이 유리한 불공정한 경기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부터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나 홀로 사무실을 운영해 왔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이 사무실이기도 했다. 욕심그릇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욕심그릇이 작아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보내주는 사건만 하겠다고 기도했다. 일용할 양식은 그렇게 해결해 주시겠지 하고 믿었다. 


​고급외제승용차 대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호텔 레스트랑 대신 분식점의 김밥이나 라면을 먹었다. 명품 신사복과 악세 사리 대신 깨끗한 옷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사상과 의지로 가난해지는 청빈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외눈박이가 되거나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게 법정은 수행을 하는 또 다른 장소였다. 원색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었다. 추악한 싸움을 보면서 인간의 집착과 탐욕 그리고 분노가 사람들을 불타게 하는 걸 봤다. 사건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생생한 감동이 전해져 왔다. 산속보다 혼란스런 법정 안에서 마음이 고요해 진다면 도에 가까워 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악을 가려 단죄하는 법관은 이 사회를 정화하는 귀한 소명을 받은 존재였다. 법정에서 귀 기울여 들어주고 밤을 새워 기록을 읽고 현명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는 자기를 태워 빛을 내는 촛불 같은 존재였다. 악이 가득 차 저주를 퍼붓는 죄인 앞에서 당당하게 선고를 하는 판사는 사회의 십자가를 진 존재였다. 


​나는 그런 훌륭한 판사들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깊은 강물같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었다. 감옥에서도 창을 통해 아래 있는 흙탕물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하늘의 영롱한 별을 보는 사람이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다. 배설물 청소부라고 하더라도 지구의 한 조각을 정화시킨다고 하면 위대한 소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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