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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해지는 법

운영자 2017.04.17 09: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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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해지는 법

  

김철병은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에서 속칭 ‘짱’으로 날렸다. 주먹으로 그를 이기는 아이가 없었다. 그는 주변의 다른 학교지역까지 장악한 주먹이었다. 그는 소년수로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그는 십대에 이미 직업 건달 세계로 빠져들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쇠같이 몸이었다. 연장인 칼도 대담하게 썼다. 이십대 중반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주먹세계를 통일한 범서방파 두목의 다음서열쯤으로 올라갔다. 그가 어떤 사건으로 교도소에 있을 때였다. 그는 교도소 내 공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그곳에 예순일곱살 먹은 목사가 배치 됐다. 작달막하고 몸마저 허약해 보이는 늙은이였다. 

“어이 영감, 당신 어떻게 목사란 직업 달고 이런데 들어오쇼? 무슨 죄로 들어왔소?” 

심심하다고 느낀 그는 그 영감의 군기도 잡을 겸 으름장을 놓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일 잘하겠습니다.”

영감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영감의 감옥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주먹출신인 김철병은 몽둥이를 들고 목공기계를 탕탕 치면서 겁을 주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정량대로 일하지 않으면 알짱 없어. 내 말이 아니꼬운 새끼는 나와 봐.”

그 말에 작달막한 목사영감이 앞으로 나와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철병은 속으로 순간 당황했다. 기만 죽일려고 했는데 그 영감이 나온 것이다. 그 영감을 한바탕 두들겨 패야 하는 입장이었다. 삐쩍 마른 작은 덩치의 영감에게 한방 먹이면 그대로 뻗어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그는 속으로 당황하고 있는데 영감이 입을 열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이 진짜 강한 짐승은 점잖습니다. 그렇지만 약한 개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오면 으르렁거립니다. 인간도 진짜 강한 사람은 으르렁거리지 않습니다.”

“영감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 졌네 지금 훈계하는 거여?”

그가 코웃음을 치며 빈정댔다.

“일단 나이를 먹었으니까 한번은 봐줘 그렇지만 다시는 안돼. 모두 해산”

그가 사람들을 해산시킨 화장실로 갔다. 조막덩이 만한 빌빌대는 영감을 패 죽일 수도 없고 속으로 화가 치솟았다.

화장실에 간 그가 잠시 분을 삭히는데 그 영감이 따라와 버티고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에 살기를 잔뜩 모아 영감을 째려보았다. 살기와 영감의 선한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영감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

“정말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정말 강한 사람이 되려면 성경을 보시오.” 

영감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웃기고 자빠 졌네”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인상을 쓰면서 나갔다. 그날 밤 그의 뇌리에는 성경을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건달로서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감방 안에서 다른 재소자가 가지고 있는 성경을 빌려달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웠다. 어느 날 밤이었다. 옆의 재소자가 성경을 베고 자고 있었다. 그는 그의 머리 밑에 있는 성경을 쓱 빼서 펼쳐 보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가 써 있나 궁금했다. 

‘노하기를 더디 하라.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은 것보다 나으니라’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때까지 분노 자체였다. 욱하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고 상대방은 바닥에 뻗어있는 수가 많았다. 성격이 운명이었다. 분노가 그를 감옥으로 보내곤 했다. 사실 자신이나 다른 건달후배들을 보면 단순했다. 주변에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소리치며 위세를 과시하는 건 으르렁 거리는 겁먹은 개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이다. 스마트폰에 나를 초청하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건달출신인 그가 장로로 전국에서 모인 건달집회에서 설교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에 가 봤다. 전국의 건달출신들이 모여 있었다. 그가 강대상에서 마이크를 들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중간에 끊길 때 마다 사람들이 모인 좌석에서 “아멘”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예수가 전국의 건달출신들의 마음을 장악한 것 같았다. 

건달출신의 입을 통해 나는 정말 강한 사람을 봤다. 볼품없고 작은 그 늙은 목사는 혹시 예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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