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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고양이도 구원을 받을까

운영자 2017.05.04 12: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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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고양이도 구원을 받을까?

  

지난 저녁 잘 아는 교회장로님 부부와 동네 음식점에서 낙지 탕탕이 비빔밥을 먹으면서 신앙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장로님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교회에 모셨던 목사님이 말이죠. 설교 중에 동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돼지도 개도 모두 구원을 얻고 영생을 받는 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의아했다. 평생 성경을 읽고 기도를 드렸지만 동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중학교 때 유학을 간 아들은 유기견 센터에 가서 죽이기 직전인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살았다. 못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철망 안에서 다리 하나를 들어 살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눈빛을 외면하지 못 하겠더라는 것이다. 그 고양이는 혼자 공부하며 살던 아들의 평생 친구가 되었다. 적막한 방을 하루 종일 지키던 고양이는 아들이 집 가까이만 오면 주인을 감지하고 번개같이 문가로 달려과 기다리다가 반가와 어쩔 줄을 몰랐다. 어쩌다 미국으로 아들을 만나러 갔을 때 식구들 중 나는 고양이 다음순번이었다. 아들은 어른이 되고 고양이는 늙어갔다. 아들과 고양이가 함께 귀국했다. 고양이의 자연적인 수명이 끝이 나 가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진 고양이는 축 늘어져서 링거줄을 몸에 끼운 채 아들과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울고 있었다. 나는 아들을 위해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아들은 고양이의 뼈 가루를 하얀 구슬로 만들어 지금도 방의 장식장에 소중히 모셔두고 있었다. 아들은 나에게 자기 고양이 토미가 구원을 받고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아들의 위로가 됐던 죽은 고양이는 아들에게 조건 없는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준 것 같았다. 내 경우도 독특한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기도하기 위해 요르단의 미디안 광야로 가서 베두인의 텐트에 묵은 적이 있었다. 아침에 텐트에서 나와 바위산 옆 붉은 모래밭을 한 시간 걸어 도착한 장소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성경속의 광야와 그곳에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나타난 하나님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광야 저쪽에서는 베두인이 탄 낙타가 영화장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트럭을 몰로 지나가던 베두인이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듯 구해주려고 다가오기도 했다. 한번은 기도를 드리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모래밭 저쪽에 들개 한 마리가 버티고 나를 보고 있었다. 순간 얼어붙는 듯 겁이 났다. 개는 도벨만 같이 몸이 늘씬하게 쭉 뻗어 있었다. 내게 덤벼들면 나는 죽을 것 같았다. 뻗뻗 하게 굳어 서 있는 나와 개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 개의 눈에는 적대감이나 살기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개를 피해서 다른 방향으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개는 가지 않고 피하는 내 앞 십미터 쯤을 앞서 성큼성큼 걸었다. 내가 다시 방향을 바꾸었다. 개는 다시 내 앞쪽으로 와서 가면서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끔 보곤 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눈빛 같았다. 이상하게 뜻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개를 따라갔다. 그 개는 나를 내가 묵던 베두인 텐트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상했다. 내가 묵던 베두인 텐트에는 키우는 개가 없었다. 갑자기 그 들개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개는 돌아가려는 듯 그 앞 모래언덕 중간쯤으로 훌쩍 뛰어올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비스켓 하나를 꺼내어 개를 향해 보여주었다. 개는 잠시 나를 보더니 모래언덕 저 쪽으로 훌쩍 가버렸다. 들개가 이럴 수가 있을까? 지금도 내 자신부터 그랬던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경험은 확실했다. 인간은 인간의 독단적인 시각으로 동물을 보는 것은 아닐까.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백인들은 황인종인 인디언을 인간으로 볼 것인가 동물로 볼 것인가가 처음의 논쟁중의 하나였다. 우리 조선 사람은 처음 보는 서양인을 도깨비라고 불렀다. 잔악한 인간보다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동물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동물이 진한 사랑을 인간의 가슴에 남겼을 때 그 동물은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 존재를 계속해 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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