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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나누는 세상

운영자 2017.04.27 11:14:32
조회 111 추천 0 댓글 0
꿈을 함께하는 세상

  

  

1969년 겨울 나는 북촌의 꽉 찬 기와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화동언덕의 중학교 교실에 소년으로 앉아 있었다. 가끔씩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라디에이터 위에 겹겹이 놓인 양은도시락의 반찬들이 익는 냄새가 교실에 퍼지고 있었다. 그때 공민선생님이 검은 교복을 입은 우리 소년들에게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임진강이 얼면 북한의 김일성 군대가 그 얼음위로 탱크를 몰고 올 텐데----”

순간 따뜻하던 교실의 공기마저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지난해인가 북한 특수 군에 소속된 군인들이 북한산 자락을 타고 내려와 세검정 부근에서 총격전을 시작했었다. 정부에서는 그들을 공비라고 불렀다. 무장한 공비들은 시내 곳곳에서 출몰했었다. 그중 김신조라는 한 사람이 생포되기도 했었다. 소년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뒤엎어 질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내 옆에 있는 뚱뚱한 친구가 혼잣말 같이 중얼거렸다.

“세상이 싹 한번 뒤바뀌었으면 좋겠어. 학적부도 성적부도 모두 불타 없어졌으면 좋겠단 말이야. 그러면 나쁜 성적을 모두 없애 버리고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도 앞서갈 수 있을 지도 몰라.”

어린애 같은 발상이었다. 그 시절 교실 벽에는 점수와 함께 자기가 반에서 그리고 학년 전체에서 몇 등인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민감했던 사춘기 나쁜 성적은 절망으로 급 하강하는 벼랑길이었다. 선생님은 다시 얘기를 계속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마이카 시대를 오게 하겠다고 하신다. 그 시대가 오면 한 집에 차 한 대씩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지.”

나는 선생님의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자동차는 특권계급의 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의식이 꽉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산한 시내 거리를 사장님을 태운 미국에서 온 검은 세단이 지나갔다. 또 고관을 태운 검은 박스형의 찦 차가 가는 걸 보기도 했다. 서민이던 어머니는 그런 차는 우리와는 다른 부류의 높은 사람들이 타는 거라고 나를 교육시켰다. 못 올라갈 나무는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세뇌교육을 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마이카시대라는 꿈이 제시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꿈을 나누었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실행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던 칠십 년대 우리들의 의식에는 가정생활이나 자신의 삶의 질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았다. 각자 이 사회조직의 부품이 되어 24시간 과열되어 돌아가는 기계 속에 들어가야만 하는 걸로 알았다. 친구들이 하나씩 차를 가지게 됐다. 가족들과 살 조촐한 아파트도 마련하게 됐다. 열심히 일하면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이제 늙어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해외여행들도 하는 것 같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말씀대로 마이카시대이상이 현실이 된 걸 눈으로 보았다. 우리들은 어느새 등이 꾸부정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다. 가을 낙엽처럼 벌써 떨어져 버린 친구들도 있다. 새 시대의 꿈을 제시하며 나타난 대통령 후보 중에 함께 공부를 했던 변호사가 두 명이나 된다. 한 사람은 진보의 대표가 됐고 다른 한 사람은 보수의 대표였다. 한 사람은 아버지와 함께 연탄구루마를 끌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동네 독서실에서 의자를 붙여놓고 쪽잠을 자면서 공부하는 걸 옆에서 봤었다. 둘 다 가난뱅이에 고생바가지로 자란 것 같다. 그들은 이 나라 국민들에게 어떤 꿈을 제시하고 어떻게 그걸 함께 나누고 이루어 가려고 할까. 이제는 사랑으로 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는 꿈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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