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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목수의 죽음

운영자 2017.04.27 11:13:28
조회 207 추천 1 댓글 0
가난했던 목수의 죽음

  

  

밤 11시경 사촌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요양원에 있는 숙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대충 일년 전 쯤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나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었다.

“나다 작은 애비다”

전화 저쪽에서 쇳소리가 섞인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납치 되서 이상한 곳에 갇혀 있어. 나를 좀 구해다오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감시해.”

노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사촌동생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야 하겠다고 했다. 치매기운에 똥까지 싼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을 하는 사촌동생은 좁은 집에서 똥을 싸는 아버지를 모시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면 노인의 똥을 치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옆에 누구 있죠? 그 사람 좀 바꿔주세요”

“알았다.”

숙부가 다른 사람을 바꾸어 주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주소를 물어 적은 후 지하철을 타고 변두리의 작은 요양원으로 갔다. 국가의 보조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늙어서 모이는 요양원은 죽음으로 가는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대기하는 기차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침상위에서 노인들이 물기 없는 식물같이 앉아 있었다. 머리가 하얗고 장작같이 바짝 마른 여자노인이 요양원 바닥에 앉아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머리가 부수수하고 얼굴이 부은 모습으로 숙부가 침상위에서 나를 보고 반가와 했다. 숙부는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보면서 내게 공모를 하는 범인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탈출하려면 돈이 필요해. 이 정도는 있어야 해. 내게 그 돈을 마련해 줄 수 있니?”

숙부는 은밀한 표정을 지으며 남이 보지 않게 손가락 하나를 펴서 내게 보였다. 한 장을 달라는 얘기였다. 대충 백만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내가 통장에 돈이 있었는데 누가 다 가져가 버렸어.”

숙부는 흐린 정신 속에서 다른 세계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요양원 생활이라면 이미 사회적인 삶은 끝이 난 셈이다. 그들은 살아있어도 영혼은 반쯤은 저 세상에 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숙부가 바닥에서 걸레질을 하는 여자노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할머니는 하루 종일 맨손으로 저렇게 바닥청소를 해”

조금 전 무심히 봤던 할머니를 다시 봤다. 걸레질을 하듯 바닥을 훔치는 그 노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생 쓸고 닦는 버릇만이 그대로 유전인자 같이 몸속에 박힌 것 같았다. 나는 숙부를 안심시키고 돌아왔다. 그 형이 되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유언같이 아들인 내게 부탁을 했었다. 형이 죽어도 조카인 네가 작은 아버지에게 잘해주라는 유언이었다. 세상살이에 쫓기다 보니 나는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얼마 전이었다. 꿈을 꾸었다. 아무래도 숙부의 마지막이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우리부부는 숙부가 있는 요양원으로 인사를 갔다. 아내는 집에서 그동안 놓고 기도하던 십자가를 가지고 가서 숙부침상의 머리맡에 놓으며 말했다.

“작은 아버님 평생 목수를 하면서 수고하시면서 힘들게 사셨죠. 이제는 하나님께 좋은 데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그러면 하나님이 소원을 들어주실 거예요.”

아내는 숙부의 양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했다. 숙부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아내의 기도를 받으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숙부가 말했다.

“그래 나도 저 십자가 앞에서 기도할 께 고맙다 잘 가라”

  

어제 밤 사촌동생이 숙부의 죽음을 알렸다.

“요양원에서 아버지가 잘 지내시다가 밥도 드시지 않고 하루 종일 잠만 주무시더래. 그래서 깨우지 않고 그냥 주무시게 했는데 아침에 보니까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마지막은 정말 하나님 축복 받고 편하게 가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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