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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4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47) 2019.04.19 20:09:12
조회 520 추천 4 댓글 0


43.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손\' 프로젝트는 차질없이 진행되어 곧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하나가 기획한 퍼레이드도  공연기획팀  회의와 임원회의를 거쳐 최종 채택되었다. 그날부터 숨가뿐 일정이 진행되었다. 퍼레이드카의 디자인, 각종 캐릭터  디자인, 음악, 안무..  준비할 것이 산더미였다.
게다가 베네치아홀 공연 준비도 시작되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새 공연은 바로 서진의 새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다. 애초에는 공모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연재 전에 작품 내용이 누설될 것을 우려해서 원더랜드내 공연단, 오케스트라, 서커스단이 중심이 되어 뮤지컬과 서커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다.

서진 쪽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리오프닝 준비에 눈코 뜰새 없는데다, 새 작품  연재를 시작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로 잠잘 시간도 부족했다.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연재준비..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원더랜드 리오프닝에 앞서 연재를 시작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데이트는 커녕 얼굴을 보기도 쉽지 않았다.

가끔은 하나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짬을 내어 서커스단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갈까, 하다가도 서진은 늘 돌아서곤 했다. 자신의 일로 인정받고 싶은 하나의 마음.. 서진은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나의 성취가 자신과의 관계 덕분이라는 오해를 받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얼굴도  못 보는 날이 자꾸만 늘어났다. 퍼레이드 동선 체크와 안무 리허설이 시작되자 하나의 퇴근 시간도 점점 늦어졌다. 폐장시간 이후에야 퍼레이드 리허설을 할 수 있으니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하나와 시간이 맞는 날이면 함께 퇴근하며 짧은 데이트를 즐겼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하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고단함이 녹아내리는 느낌.
"그래서요? 권비서님이요?"
"김혜라씨 볼 일 다 봤으면 들어가라고.."
"에이, 길게 얘기해봐요. 자세하게.."
속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서진이었다. 하지만 하나와 함께 있으면 화나는 일, 즐거웠던 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오늘은 원고 막바지 작업 때문에 하나의 퇴근길을 챙기지 못하고 들어온 길이었다.  작업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새벽.
\'어? 이상하네? 하나씨가 왜 전화를 안 했지?\'
혼자 퇴근하는 날이면 진주의 집에 도착해 바로 전화를 하곤 했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 일할 리는 없고..\'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다. 급하게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만 갈 뿐, 하나의 응답은 없다.
심장이 방망이질 친다.
\'내가, 곁에 있었어야 되는데..\'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급하게 작업실을 나선다.
\'하나씨, 제발..\'
거실로 들어선 그때였다. 어디선가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요란하다.

\'!\'
거실 한 켠,  소파 구석에 구겨지듯 쭈그리고 있는 건, 하나였다.
"하나씨!"
거의 실신하듯 잠들어 있다.
"하나씨!"
"어, 서진씨~"
잠에 취해 잠꼬대하듯 대답하는 하나.
"제가요, 아까...  와.. 가지고... 놀래켜줄려고 했는데...
너무. .  열심히 .. 일하는 게.. 방해하는 게  미안해가지..구.."
점점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

서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는다. 조심스레 하나를 안아 침대로 옮겨준다.
기분좋은 꿈을 꾸는 듯 빙그레 웃으며 잠든 하나. 서진은 침대 맡에 앉아 한참이나 그 예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하던 일을 마저 끝내려고 일어서려 할 때였다.

"상무님, 낮에 저 보러 왔었죠?"
설풋 잠에서 깬 하나가 속삭인다.
"음.."
"보고 싶어서요?"
"그래요. 보고 싶어서."
"그런데도 그냥 가 버렸죠, 나 곤란할까봐."
"아니, 얼굴 살짝 봤으니까. 그거면 돼요."
"내일은.. 사무실로 데리러 와 줘요."
잠꼬대인듯 눈도 못 뜬 채 중얼거리는 하나.

"알았어요. 데리러 갈게. 걱정하지 말고 자요."
아기를 달래듯 대답하는 서진.


밤이 깊어간다. 밤은 늘 서진에게 두려움, 망각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등 뒤의 온기가 환한 촛불을 밝힌 것처럼 그를 감싸준다. 차갑고 무거웠던 어둠의 시간들은 그녀로 인해 아늑하고 고요해진다. 서진은 잠든 하나 옆에서 밤새 작업에 몰두했다.




로빈의 연재가 예고되자, 독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번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재가  중단된 후, 근 6년만에 공개되는 새로운 작품이다. 연재에 앞선 작품소개에 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확연히 달라진 작품 배경과 인물에 로빈의 색깔이 바뀐 것 같다며 우려하는 이도 있었고, 그간 한계없이 펼쳐지던 로빈의 상상력에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본격적인 연재를 앞두고 서진은 극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애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한 웹툰의 세계였다. 한 번도 조회수나 명성에 연연해본 적은 없다. 그저 작품을 통해 답답했던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 한껏 해방감을 느끼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전적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데다, 원더랜드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떨 것인지, 부담이 되었다.


빛나는 하나.

핸드폰이 울린다.
"네, 하나씨."
"상무님, 나 기다리고 있는데."
"?"
"오늘은 사무실로 데리러 오기로 했잖아요."
"?"
"약속했잖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잠결에 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다리고 있었나?
으흠,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고쳐보게 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지.
비서실 직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어색하게 서커스단 사무실로 향한다.

"왔어요?"
문을 열자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하나.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문을 나선다. 당황한 건 오히려 서진 쪽이었다.

"하나씨?"
하나가 서진을 올려다본다.
"이제 그만 기다리게 하려구요. 또 내 욕심때문에,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말  못꺼내게 만들었어요. 서진씨는 하고 싶은 걸  마음으로만 얘기하는데 또 깜빡했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눈 크게 뜨고, 귀 크게 열고 서진씨 마음 읽을게요. 우리, 망설이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거 마음껏 해요."
동그랗게 휘어지는 하나의 눈.

"빨리 집에 가요. 집에 가서 첫 연재 올라온 거, 같이 봐요. 악플 있으면 내가 댓글로 혼내줄게요."

오늘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사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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