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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좀 웃으세요.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3.16 19:09:17
조회 780 추천 0 댓글 2

2. 국민의 머슴 10년


  좀 웃으세요.

kms19.JPG



  어린 시절 둘째 영수 형과 나는 유난히 웃는 것을 좋아했다. 만화책의 작은 재미에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들이 웃으면 혼내셨다. 치인다소(痴人多笑) ‘웃는 것은 바 보들이나 하는 짓’ 이라고 가르치셨다.

  이처럼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에 나와 형제들은 웃음이 사라졌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웃어야 할 순간에도 태연하게 시침을 뗀다.
운동권 생활을 하면서도 심각주의에 빠져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어느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내가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것이다. 선거운동 때문에 동네를 쏘다닐 수밖에 없다.

  “좀 웃으세요.” 억지로 웃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다고 했다. 또 웃으라고 했다. 국회의원의 웃음은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라고 했다.
 
  세상일이 그랬다. 어느 순간엔 버리고 살아야 할 것을 또 어떤 순간엔 되찾아야만 했다. 국회의원 생활 어언 10년. 가끔 나는 웃고 있는 내 모습을 거울 속에서 볼 때가 있다. 온 국민이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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