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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어머니

운영자 2007.06.12 19:34:02
조회 1828 추천 0 댓글 4

2. 어린시절


  어머니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 제사 지내고 손님 접대하기. 가난한 문중의 큰며느리, 나의 어머니는 평생 허리 펼 날이 없었다. 열여섯 살에 경주김씨 문중에 시집 온 어머니의 삶은 이러했다. 아들 넷과 딸 셋을 낳았다.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드는 제사와 손님대접에 빈약한 가계는 바닥이 나기 일쑤였다. 7남매의 눈초리는 먹이를 달라는 제비새끼의 노란 주둥아리처럼 어머니만 쳐다본다. 또 아이들의 학비는 누가 마련할 것인가. 그래서 어머니는 삯바느질이라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양반집 며느리가 어찌 장사를 할 수 있느냐”는 분위기였다. 가난해도 가난한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자식들에게 평생 멀건 나물죽만 먹일 수밖에 없었다. 1974년 여름 어머니는 위암선고를 받았다.

  내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전국에 수배 중이던 때였다. 그러나 나는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초가지붕에서 굼벵이를 잡아 볶아드렸다. 영험하다는 약초를 구하느라 이 산 저 산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효도도 암에는 효험이 없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새털처럼 가벼워지신 어머니는 내 품에 안겨 숨을 거두셨다.
 
  나는 어머니와 마음속 깊은 얘기를 한 번도 못했다. 살아오면서 후회라는 것도 더러 해보았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머니께 못 다한 효도만은 꼭 하고 싶다. 서슬 퍼런 유신시절, 수배자 아들을 걱정하며 가슴 속이 숯덩이가 되셨을 어머니께 큰 절이라도 한번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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