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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일기장

운영자 2007.06.19 18:55:56
조회 1463 추천 0 댓글 2

2. 어린시절


  일기장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일기를 썼다. 아래 일기는 196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일기내용이다.


  “태풍 노라호로 말미암아 나무가 꺾어지고 사람이 죽고 온통 야단이었다. 그러나 영양에는 바람만 세었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기 4295년 8월 3일 금요일 날씨 흐림. 일어난 시간 5시 30분, 자는 시간 8시 30분]


  “아버지께 돈을 얻어서 곤충 채집 기구 준비를 해서 뒷산으로 올라가니까 매미, 나비, 잠자리, 메뚜기 등 여러 가지 곤충들이 있었다. 나는 곤충을 잡으려다 그만 미끄러져서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단기 4295년 7월 30일 월요일 날씨 맑음. 일어난 시간 6시 10분]


  “선생님께서 분단장들은 남아서 교실청소를 해놓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집에 가려니까 아이들이 방해를 놓았다. 또 도망을 쳐서 나오니까 이번에는 나의 궁둥이를 바껫쯔 안에 넣어 버렸다. 움직이니까 움직일수록 더 아팠다. 나는 겨우 빠져 나와서 집으로 오니까 머리가 아팠다.” [서기 1962년 6월 9일 토요일 날씨 맑음. 일어난 시간 5시 30분, 잠잔 시간 9시 30분]


  1966년 중학교 시절의 일기장은 생각이 제법 어른스럽다. “요사이에는 올해에 보기 드문 굉장히 무질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그때의 일시적인 감정을 꾹 참고 꾸준히 노력하는 그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1966년 8월 4일]

  “아침에 가자마자 재봉이에게 맞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답던 사인데. 나의 지나친 농담과 그의 공연한 오해로 인하여 둘 사이는 금이 갔다. 어떻게 해서 내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구나. 모든 것이 내가 경솔한 탓이지 별것 없다.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만 하겠다.” [1966년 8월 16일]


  “아침부터 갑자기 추워졌다. 확실히 올해는 이상기후인 모양이다. 9월인데도 굉장히 쌀쌀한 기후가 계속된다. 난 늙지 않으련다. 늙고 나면 모든 일은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괴로울 테니. 젊은 나의 하루하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절대로 시간을 아껴야 한다. 정중한 하루하루를 보내야지.” [1966년 9월 14일]

  일기장은 마음의 친구이기도 하였다. 다음은 내가 대학교 1학년때 나 자신과 대화하며 쓴 글이다. “역사는 무수한 승리와 대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투쟁이 더 많은 것이다. 자그마하고 실패한 것은 그대로 시간에 덮여서 잊혀져 갔으리라. 지금 우리의 투쟁도 자그마한 움직임이고 잊혀질지 모른다. 그러나 바르고 옳은 것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단 하나만이 용기를 북돋우어 준다. 그것 하나만이 나의 행동을 뒷받침해 주는 신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바르고 옳음을 확인하기 이전에 행동하고 싶지도 않고, 남에게 권고한 당위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행동에는 반드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따르므로 이를 잘 저울질 할 줄 아는 판단력이 필요한 것이다.” [4월 계속되는 데모]


  나의 일기장은 황강에 있는 시골집이 불타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또 운동권으로 비밀활동을 할 때는 아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조금 남은 일기장은 보자기에 싸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의정활동으로 바쁜 요즘도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이나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나는 즉시 수첩을 꺼내 기록한다.


  총명한 기억력도 보잘 것 없는 기록보다 못하다. (明記 不如 鈍筆 명기 불여 둔필). 배움은 학창시절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무덤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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