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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인간의 노력에 따른 운명개척 가능성 시사

운영자 2008.10.20 10:48:34
조회 918 추천 0 댓글 7


 예수는 우선 겉으로는 구약시대의 운명론을 대체로 계승하고 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불구자인 사람의 불행한 운명 역시 ‘하느님의 뜻’ 때문이라고 하며 체념적 운명론을 처세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달란트 비유’(마태복음 25장)를 통해 약간 진보된 운명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운명극복(또는 보완)의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부자가 먼 길을 떠나면서 하인 세 사람에게 재산을 맡겼다. 각자의 능력에 맞도록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주고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과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 돈으로 장사하여 돈을 두 배로 불렸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땅을 파고 주인의 돈을 고이고이 숨겨두었다.


 이윽고 주인이 돌아와서 하인들과 계산을 하게 되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하인과 두 달란트를 받은 하인이 돈을 두 배로 불렸다고 보고하자 주인은 두 사람을 칭찬하며 상을 내린다. 그리고 한 달란트를 받은 하인이 보관해두었던 돈을 바치자 주인은 크게 화를 내며 그에게 벌을 준다.


 이 비유에 따르자면 사람은 각자 타고난 운명(또는 능력)에 차별이 있긴 하되, 자신의 능력 또는 운수가 남보다 못하다고 불평만 하고 그 작은 것마저 그냥 묵혀두면 오히려 하늘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의 이런 생각은 인간의 노력에 따른 운명개척 가능성을 시사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예수는 창녀나 세리(稅吏) 등 멸시받는 자들을 두둔함으로써 사회적 신분이나 조건이 별의미 없음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예수의 이러한 조심스런 노력은 기독교 교리를 최초로 체계화하여 초대교회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도 바울에 의해서 변질되고, 다시금 아무리 변덕스러운 ‘신의 뜻’이라 할지라도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더욱 확실히 부각되게 된다. 바울은 ‘로마서’ 9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 인간이여! 그대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느님께 말대꾸를하는 것입니까? 만들어진 것이 만든 이에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소?’하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토기장이가 한 흙덩이를 가지고 하나는 귀하게 쓸 그릇을 만들고 하나는 천하게 쓸 그릇을 만들어낼 권리가 없겠습니까? 하느님께서 하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자면 바울은 숙명적 예정론(豫定論)을 기독교 교리의 핵심으로 못박은 셈이다. 바울의 이러한 생각은 구약시대부터 퍼져 있던 종말론적 세계관과 말세론을 다시금 기독교의 대중적 교리로 확정짓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신이 현재 처한 고통스런 상황에 대한 부정적 체념은, 곧바로 내세적 보상 욕구와 자폐증적 파멸희구(破滅希求)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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