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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문학] 고양이는 답을 알고 있다.앱에서 작성

ㅇㅇ(122.254) 2022.01.02 02:26:48
조회 15872 추천 383 댓글 36
														

"안녕?"

황룡이 해병성채 옥상에 올랐을 때 먼저 자리를 잡은 이가 있었다. 늘 보던 삼색 고양이, 짬타이거였다. 낯선 이를 딱히 경계하지 않고 뻔히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에 황룡은 저도 모르게 인사를 건넨것이다. 그는 자신의 엉뚱한 행동에 혼자 큭큭 웃었다.

"안녕."

황룡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노을이 지고 있는 옥상에는 황룡과 고양이 외엔 아무도 없었다.
황룡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삼색 고양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 혹시 네가 대답한 거야?"

고양이는 딱히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듯 멀뚱히 쳐다봤다.

"여긴 어쩐 일이야? 네가 여길 오는걸 보는 건 처음이야."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ᆢ. 너무 놀란 황룡은 간신히 마음을 가라 앉혔다. 따져보면 입대 후 놀랍고 신비롭지 않았던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말하는 고양이가 한 마리쯤 있어도 딱히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냥, 답답해서 나와 봤어. 바람이라도 쐬려고."

"무슨 일 있니?"

"그렇진 않아. 곰곰이 따져보면 딱히 이유는 없는데, 괜히 답답해서, 그런 날 있잖아."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난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고양이거든."

황룡은 피식 웃었다.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쉽게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비웃으며 되묻는 건 그 방법이 아니야. 질문을 던져봐."

황룡은 살짝 당황했다.

"미안. 널 비웃을 생각은 없었어. 좋아, 그럼ᆢ 1 더하기 2가 뭔지 아니?"

다시 한 번, 고양이는 황룡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화가 가능할 만큼 지적 수준이 서로 비슷하다고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대화를 이어갈 수 없어."

황룡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그제야 그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난 성인이 되어 해병대에 입대하고선 2년이 지났어. 그 시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어.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겁나,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평균수명은 80세 이상이야. 기술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이 점점 더 늘어나고 읺지. 게다가 넌 태어나서 10년 이상의 기간을 배우고 익히는 데 보냈어. 너의 '진짜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후회하며 보내기엔 너무 일러."

황룡은 깜짝 놀랐다. 놀랄 만큼 뻔했지만 질문에 맞는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답이니?"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고양이라고 소개했을 텐데. 네가 그걸 부정하고 싶다면, 논증을 하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뒤로 미루는게 어때?"

제법 까칠한 고양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병대에 입대를 했어. 전역뒤엔 대학을 갈지 취업을 할지 내 진로를 선택해야해, 아니면ᆢ."

"당연히 수십, 수백 가지 다른길이 있겠지. 하지만 넌 너의 자리를 선택하는 게 아냐. 너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뿐이지.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와. 결코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황룡은 의구심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남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모든 문제의 답은 간단해. 사람들이 그걸 어렵게 만들 뿐이지."

황룡은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온갖 질문들이 술술 나왔다. 물론 고양이 또한 막힘없이 대답했다.

"사실 지금까지 고무신도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려준 여자친구가 있어. 난 이제 감정도 식었고, 정리하고 싶은데ᆢ."

"정리해."

"하지만 소개받은 애라서 친구들 눈치도 보이고ᆢ."

"그들 중 누구도 네 인생을 책임지지 않아. 너도 그들 인생을 책임져줄 건 아니잖아?"

"내가 나쁜 놈인가?"

"응. 나쁜 놈이야. 하지만 아무렴 어때? 고작 남들에게 나쁘게 보이지 않으려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 거야?"

"무언가를 하기 전에 안 될 이유부터 찾게 돼, 현실적인 걸까. 겁이 많은 걸까?"

"둘 다 아닌데? 질문이 잘못 됐을 뿐이지. 될까. 안 될까가 아니라 한다, 안 한다야."

"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모르겠어. 내가 이상한 걸까?"

"말이나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처럼.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데에도 훈련과 연습과 경험이 필요해. 넌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봤고 얼마나 많이 깊은 대화를 나눠봤고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봤니? 충분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랑 같은 나이에도 남들은 나보다 감정이 풍부할걸."

"노래는 소름 끼치게 잘 부르는데 수학문제는 잘 못 푸는 사람도 있어. 충분히 깊은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에는 다소 둔할 수도 있지. 수학은 죽을 때까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행히 사람의 감정은 수학보다는 익히기 쉬워."

"하지만 '정답'이 그렇게 쉬울 리가ᆢ."

"그만!"

고양이의 그 작은 몸에서 터져 나오는 커다란 고성에, 황룡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 그만 질문해."

"넌 답을 알고 있는 고양이잖아?"

"맞아. 하지만 네가 수천 번 더 질문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딱 한 가지뿐이야."

"그게 뭔데?"

"제발. 그냥. 해!"

그때 옥상에 또 한 명이 올라왔다. 마갈곤 하사였다,

"냥쎄이! 여기 있었나! 마음대로 대대장실에서 빠져 나오다니. 이 놈!"

마갈곤 하사는 삼색고양이를 냥쎄이라 부르며 품에 안았다. 황룡은 그에게 경례를 했고, 내려가려는 마갈곤하사에게 물었다.

"저, 대대장님. 그 냥쎄이라는 고양이ᆢ. 원래 말을 할 줄 아는겁니까?"

마갈곤하사는 피식 웃었다.

"기열찐빠다운 질문이군. 고양이가 어찌 말을 하나!"

황룡은 자신의 멍청한 질문이 부끄러워 머쓱해 했다.
옥상 문을 나서는 마갈곤하사의 어깨너머로 냥쎄이가 고개를 빼곡 내밀고 '야옹'하고 울었다.
이상하게도 황룡의 귀엔 '안녕'하는 인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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