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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08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0 21:43:46
조회 910 추천 4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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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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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믿지도 않는 하늘에 기도한 것은 들리기나 했으려나? 그런 짧은 생각도 잠시였다. 아침이 되었다며 잠을 싹 달아나게 해주는, 구입한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목청좋게 떠드는 알람시계가 내 몸을 바로 일으켰다.


"시계를 바꾸던가 해야지…."


계속 이렇게 살다간 저 망할 시계의 약이 다 떨어지기 전에 내 귀가 아파서 약을 먹고 살게 생겼다. 오늘도 귀가 터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터덜터덜 주방으로 내려와서 냉장고를 열었다. 요리도 못하면서 맨날 냉장고를 여는 꼴도 솔직히 웃기긴 한데 당장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은 다음에 달걀후라이를 맛있게 굽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내가 이런 것도 찾아서 해먹어야 할 정도라니."


누군가 달걀도 제대로 못구워서 맨날 태워먹기 바쁜 병신이 어딨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 떳떳하고 자신만만하게 자기소개를 할 수 있다. 그정도로 내 요리실력은 언제봐도 서프라이즈다. 나는 급하니까 일단 대충 아무 레시피나 찾아서 달걀을 굽기 시작했고, 정말 서프라이즈하게 달걀후라이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아무래도 요리하는데 있어서 따라하기 만큼은 이미 신의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잘 먹겠습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빵에 잼과 달걀후라이를 넣어서 먹기 시작했다. 겨우 달걀 하나 들어갔는데 토스트의 풍미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다음부턴 레시피북을 구입해서 옆에 달고 살아야겠다. 마지막은 언제나 우유 원 샷. 손가락에 달라붙은 빵가루를 대충 털고 욕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레시피를 찾다가 시간을 어느정도 날린 탓에 빠르게 씻고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가방을 챙기고 밖에 나가서 엘사가 있으면 사과부터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시간은 분주히 움직인 덕에 평소보다 2, 3분 정도 늦었다. 그나저나 원래라면 밖에 있어야할 엘사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곰곰히 생각했다. 생각을 해봐도 엘사한테 딱히 일이라곤 없을 것 같아서 버스가 오기전에 집앞으로 가서 노크를 하며 그녀를 불렀다.


"얘는 뭐하길레 반응이 없어?"


원래라면 노크 소리에 뛰쳐나와서 내 얼굴을 보고 정색을 해야 할 엘사가 이상하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말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손잡이를 잡고 돌렸는데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문이 열렸다. 들어가도 되는 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공기에 밀리듯 들어온 나는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엘사?"


사람이 살지 않는 집마냥 조용해서 무서운 와중에도 아무 대답도 없는 엘사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2층에 있는 엘사의 방을 찾았고,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으악!"


방 안으로 들어오니 엘사가 바닥에 누워서 쓰러져 있었다. 죽은 건가? 나는 그대로 주저 앉은 채로 겁이 나면서도 엘사의 생사가 걱정되어서 천천히 다가가 맥박을 체크했다. 다행히도 숨은 쉬고 있었다. 단순히 그냥 쓰러진 것 같았다. 나는 우선 제인에게 전화해서 오늘 학교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내일 설명할테니 일단 그렇게 알아두라고 하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으…."


단순한 쓰러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침대에 겨우 눕히고 보니 이마는 뜨겁게 끓고 있었고, 거친 숨과 함께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얘는 왜 이렇게 손이 많이가는 거야?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오늘 하루종일 엘사 옆에서 간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지금 당장 일어날 만한 기색은 보이지 않아서 우선 얼음주머니를 찾아 얼음을 가득 채워서 엘사의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얌전히 좀 있어."


갑작스러운 찬기에 몸을 꿈틀거리는 엘사를 겨우 붙잡으며 주머니를 이마 위에 고정시켰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등에 매고있던 가방을 방 한편에 대충 던져두고 엘사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아침부터 학교도 가지 못하고 내 원수를 앞에두고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엘사를 발견 하지 못했더라면, 그냥 잠을 잔다 생각하고 그대로 학교에 갔더라면, 아마 엘사는 계속 바닥에 쓰러져 있었겠지.


"후…."


나는 우선 방에서 나가 엘사 집 안을 도둑마냥 뒤적거리다가 거실에서 발견한 구급 상자에 들어있는 체온계를 발견했다. 그걸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체온을 주기적으로 체크했다. 생각보다 심각하네. 체온계가 알려준 엘사의 체온은 38.5 ˚c였다. 이정도면 저녁까지 내가 봐줘야겠는 걸. 죽치고 앉아만 있기는 심심해서 잠시 이따가 먹을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뭐가 좋을까?"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윙과 와플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점심은 그곳에서 포장해오기로 결정하고, 나는 엘사의 체온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38.3 ˚c, 여전히 고열로 이마는 손이 뜨거울 정도였다. 나는 우선 자전거로 6분거리에 있는 약국에서 두통제와 해열제를 사서 엘사에게 먹이기로 했다. 최대한 빠르게, 우리 집 마당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약국으로 출발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맨날 싸우기나 하는 애한테 먹이려고 내 돈으로 약까지 사려고 하다니, 아무래도 내가 미쳤나보다. 나는 다리가 터져라 달려서 약국 안으로 들어가 필요한 약을 속전속결하게 구입하고 다시 엘사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서 주방 쪽을 다시 살펴보니 다행하게도 아침은 먹었는지, 어질러진 접시가 눈에 보였다. 나는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가득 채워 엘사에게 약을 먹이기 시작했다.


"좀… 먹어라!"


입을 쉽게 벌리지 않아서 반 강제로 알약을 입에 밀어넣고 물을 마시게했다. 엘사가 힘겹게 물 한 잔을 다 비우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몇시지? 방 안에 걸려있는 시계는 이제 막 10시 정각을 가리켰다. 겨우 이것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시간도 정말 더럽게 가지 않는구나. 나는 우선 얼음주머니를 새 얼음으로 채워서 엘사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한심한 년…."


몸이 아팠으면 말을 하던가… 아픈 것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진 몰라도 바닥에 아파서 쓰러져 있는 꼴을 생각해보니 엘사는 정말 멍청하고 한심한 애가 맞는 것 같았다.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엘사는 얌전히 쉬도록 냅두고 거실로 내려가서 TV를 틀었다. 최대한 소리는 작게 낮추고 코미디 쇼를 보기 시작했다. 한참 웃다보니 벌써 12시 정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눈에 보였다.


"엘사는 뭐 먹이지?"


일단 냉장고를 열어 뭐가 있나 확인을 해보았다. 냉장고 안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까 봐두었던 가게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에서 불과 2분거리, 나는 가게 안에서 간단하게 와플을 포장한 다음에 여유롭게 엘사의 집으로 돌아갔다.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치킨 스튜 레시피를 찾아서 급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저녁까지 먹이려면 이정도는 해야겠지?"


나는 엘사가 얼마나 먹는지 잘 모르기에 대충 아무렇게나 스튜 2인분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나는 와플을 먹으며 냉장고에 있던 주스를 컵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간호도 해주고 약도 사다 먹였는데 주스 한 잔은 괜찮겠지라며 조금은 뻔뻔하게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자 스튜도 타이밍 좋게 완성이 되었고, 나는 적당량을 덜어 엘사한테 대접해주었다.


여전히 기운이 없어보여서 내가 손수 식혀가며 엘사에게 천천히 먹이기 시작했다. 맛이 괜찮을지나 모르겠네. 맛이고 뭐고 나는 아픈 사람이 맛이 뭐가 중요하냐며 일단 되는대로 스튜를 먹였고, 나름 먹을만 했는지 접시는 금세 바닥을 보였다. 빈 접시를 가지고 내려가 설거지를 끝내고, 엘사한테 다시 약을 먹이기 시작했다. 점심 약까지 먹이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하품을 하며 거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으음…."


내가 몸을 뒤척이며 일어난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슬슬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엘사의 몸 상태를 체크할겸, 저녁을 먹이기 위해 스튜를 담은 접시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접시를 내려놓고 제일 먼저 체온을 체크하니 아침보다 열이 많이 내려가 있었다. 이마 위에 있던 얼음주머니를 치우자 엘사가 천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내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열이 덜 식었으니 가만히…."


"너…! 너가 왜 우리 집에 있어?"


나는 부랴부랴 엘사에게 아침부터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고, 내 말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쑥스러운 티를 내던 엘사는 이제 괜찮으니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다 안나았으니 얌전히 있으라며 엘사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저녁도 안먹고 이러고 있는거냐 물었고, 나는 내 저녁은 알아서 먹을테니 걱정말라며 스튜나 먹으라고 숟가락을 건넸다. 엘사는 조용히 숟가락을 받으며 말했다.


"이제 됐으니까 집으로 가."


"나는 괜찮으니 얌전히 저녁이나 먹어."


엘사는 내 말에 말없이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눈에 생기가 천천히 도는 것을 보니 맛이 없진 않았나 보다. 접시를 말끔히 비운 엘사는 잠시 쉬다가 내가 주는 약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주머니에 얼음도 새로 넣어서 이마위에 올려주고, 밤 늦은 시간까지 간호를 하자 엘사는 그세 잠이 들었다. 나는 엘사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으… 피곤해."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 이렇게 벅차고 힘이 든다니, 내심 의사와 간호사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집에 있는 재료로 아까 그 레시피로 스튜를 해먹었고, 식사를 끝내자마자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제 밤 10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학교도 안 가고 엘사한테 하루 반나절 이상을 소모하다니, 지나고 보니 뭘 한 건가 싶었다.


"에휴…."


나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과 함께 눈을 붙였고, 몸이 피곤한 덕에 잠은 빠르게 몰려왔다. 내일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


안나는 너무 정신없어서 차마 911은 생각 못했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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