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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형제2

폴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07 22:23:03
조회 1342 추천 30 댓글 1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BRz3J




지난 소설에 이은 소설인데 이전 글을 못 찾겠다

그리고 의도가 잘 전달이 되는지 모르겠음 그냥 난해하기만 한가





 1

며칠이나 비가 내렸다.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떠내려갔다. 샌즈가 남긴 공장도, 그간의 추억들도 모두 떠나가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 스노우딘 전체가 없어져버릴지도 모르겠다고, 파피루스는 생각했다. 남겨진 파피루스는 샌즈가 없는 지하에 대해서 생각했다. 샌즈가 없는 생활이라는 게 가능할까? 그런 막연한 의문에 대답을 던져준 것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였다. 샌즈가 있었다면 헤, 골 때리는 광경이군, 하고 이야기하기나 했을까. 파피루스는 베란다로 나가서 스노우딘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기로 했다. 아주 길고 긴 끝 같은 거겠지.



비는 질릴 정도로 내렸다. 덕분에 파피루스는 샌즈에 대해 떠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게 계기가 되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샌즈는 꿈속에서는 얼마든지 웃었다. 물에 잠겨가는 스노우딘을 보면서 파피루스는 꿈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주 짧은 여흥 같은 거였다.



샌즈는 늘 같은 대사로 모습을 드러냈다.



"헤, 파피, 어쩐 일이야."



낮고 미묘한 음성. 파피루스는 그 목소리를 통해서 샌즈의 존재를 느꼈다. 뭐야, 꿈이라고 해서 엉터리일 줄 알았더니 완전히 진짜 샌즈랑 똑같잖아. 파피루스는 샌즈의 맞은 편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샌즈가 남아있던 때의 눅눅하고 음습한 공기가 공장에 그대로 녹아있다. 새삼 하필이면 배경이 공장일 게 뭐람, 하고 불만을 떠올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고개를 돌려 샌즈를 응시했다.



"커피 줄까."


"응."



대답은 이것으로 좋을까. 샌즈가 커피잔을 내밀고, 그것을 받아서 온기를 느끼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동안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스쳐 지나갔다. 샌즈한테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서다. 어디로 가버린거야. 왜 스노우딘을, 지하를 떠났어?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이제부터 어쩌면 좋아?



"천천히 있다가 돌아가. 시간은 많으니까."



꿈속의 샌즈는, 잘도 그런 말을 했다. 순 엉터리였다. 파피루스는 샌즈를 노려봤다. 샌즈는 노련하게 시선을 피했다. 파피루스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샌즈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파피루스는 그런 것들로 샌즈를 판단하지 않는다. 마침내 파피루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샌즈, 어디로 도망간 거야."



샌즈는 낯선 표정을 짓는다. 난해함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이다. 파피루스는 이런 표정을 짓는 샌즈를 본 적이 없다. 그야 꿈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 너머에는 물에 잠긴 스노우딘이 파피루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샌즈는 파피루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했다.



"돌아가."



미묘하고 낮은 음성. 파피루스의 뼈가 가늘게 떨려왔다. 돌아가야 할 것은 형이야, 하고 파피루스는 말해보았다. 그러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애꿎은 테이블만 내려쳤다. 여긴 내 꿈이잖아. 여기서 나가, 그리고 스노우딘으로 돌아와. 목소리는 어느 지점에서 막혀버린 것처럼 파피루스를 잠식시켰다. 파피루스는 긴 한숨을 삼켰다. 여기에도 비가 오잖아. 그리고 파피루스는 눈을 떴다.



2

보통의 녀석들에게는 보통의 삶이 있다. 샌즈는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딱히 샌즈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 듯했지만, 파피루스에겐 샌즈가 특별하게만 보였다.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녀석들이 하는 동경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공장을 만들 때에만 해도 파피루스는 샌즈가 '더' 특별해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파피루스는 여전히 샌즈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스노우딘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노우딘은 반쯤 잠겼다. 다른 괴물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이때쯤 언다인이 서핑을 하면서 놀러와도 좋을 텐데. 아직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아서 파피루스는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헤, 파피, 어쩐 일이야."



샌즈의 목소리는 늘 달갑게 울린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그 안에는 꿈할 수 없을 만큼의 애정이 담겨 있다. 파피루스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꿈속의 샌즈도 마치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커피는 됐어." 하고 파피루스가 말했다. 샌즈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파피."


"응."


"스노우딘은 벌써 다 잠겼어?"



파피루스는 커피를 사양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커피를 들고 있었으면 분명히 떨어뜨렸을 것이다. 파피루스는 샌즈를 쳐다봤다. 샌즈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이구나, 하는 말도 빼먹지 않고 덧붙였다. 파피루스는 목을 살짝 꺾었다.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것 참. 형은 꿈 속에서도 제멋대로구나. 파피루스는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눅눅한 공기가 빨려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 꿈이니까 어쩔 수 없지.



"다 설명해줄 수는 없어."



샌즈가 말했다. 파피루스는 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샌즈는 올곧은 시선으로 파피루스를 응시하고 있다. 거기에서 고개를 돌릴 용기는 없어서 파피루스는 샌즈를 바라보고 있기로 했다.



"세상 일은 다 그런 거잖아."



파피루스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설명이 더 필요했다. 왜 공장을 만들어놓고 떠났는지,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것을 알고 있었는지. 하지만 파피루스는 묻지 않기로 했다. 샌즈의 말대로, 세상 일은 그런 것들 투성이다. 다 설명해줄 수는 없고 다 알 수도 없다. 지상이나 지하나 그런 세계일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가볼게."



파피루스가 말했다. 샌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피루스가 문을 열었다. 꿈 속의 스노우딘은 물에 잠겨있지 않았다. 뒤로 돌아봤을 때에는 샌즈는 이미 없어지고 없었다. 파피루스는 멋쩍게 골을 두드리고는 밖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3

파피루스는 깨어나자 마자 공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샌즈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른 시간축으로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면 앞뒤가 맞았다. 비가 내려서 스노우딘이 사라질 것이고, 샌즈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릴 수 있게 공장을 지어놓은 것이다. 파피루스는 샌즈의 나지막한 음성을 떠올렸다. 샌즈를 만나면 궁금했던 것들을 다 물어볼 것이다.



그러나 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 누가 그랬지? 샌즈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고, 파피루스는 아득하게 깊은 물속을 보면서 생각했다. 애초에 해'골'이니까 물 안에 있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그야 좀 부식될 수는 있겠지만. 파피루스는 잠깐 고민하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뼈마디를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안 지나서 공장이 보였다.



들어갈 수는 없었다.



뭘 망설이고 있어. 파피루스는 그렇게 말해보았다. 사실 막무가내였다. 누가 이 곳으로 오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꿈속의 샌즈는 그저 망상에 불과하다. 샌즈는 아마 어디론가 영영 떠났는지도 모르고, 인간들에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비가 내린 것은 그저 우연일 수도 있다. 샌즈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파피루스는 짐작할 길도 없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이 상황이 애석하다고 생각했다. 샌즈는 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파피루스에게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배려일까, 무관심일까? 파피루스가 알아서 좋을 것은 없다고, 그렇게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그 판단조차도 추측할 수밖에 없어서 파피루스는 고개를 숙였다. 커피 줄까. 샌즈가 하는 말은 겨우 그런 것 뿐이다. 파피루스는 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는 아주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졌지만 잠겨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샌즈가 헤, 파피, 이제 찾았구나, 하고 말하면 뭐라고 대답하는게 좋을까.



사실 다 알고 있었어! 녜헤헤! 하고 소리치는 게 좋을까. 형, 이번에는 좀 어려웠다구, 하고 퍼즐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파피루스는 심호흡을 했다. 물이 몸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맞지, 이건 확실히 현실이지, 파피루스는 주문처럼 그 말을 되뇌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샌즈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공장의 물건들은 물에 잠식되어 생의 끝인 것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이렇게 말해보았다.



"그럴 줄 알았어."



돌아가서 샌즈가 나오는 꿈이나 꿔야겠다. 그런 다음 실컷 화를 내고, 그 다음에는 다시 화해해서, 꿈속에서 샌즈와 퀴즈나 풀어야겠다. 파피루스는 공장의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꽉 잠긴 것처럼. 파피루스는 생각해보았다. 샌즈는 죽었고, 따라오라고 나를 부르는 걸까? 파피루스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의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다음에는 샌즈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보았다. 따뜻하지는 않았다. 아주 차가웠다. 파피루스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칠 때까지 악을 써대다가, 다시 수그러들어서 자기가 앉았던 의자를 바라보았다.



"커피 줄까."



샌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파피루스는 뻗었던 손을 거둔 다음에 헤, 헤, 헤,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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