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축통화 패권을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각 국가의 의제는 동일합니다. 미래 통화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이는 다시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보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죠.
많은 분들이 ‘중국은 금을,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민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죠.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상당한 금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또한 디지털 위안화(e-CNY)발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왜 두 나라가 다른 중심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에 있습니다.
미국 : 시스템 확장의 과제
먼저 통화는 결국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간단한 명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미 달러가 기축통화로 기능해온 이유 역시, 미국의 경제력과 금융 시스템, 그리고 제도적 신뢰가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페트로 달러 구조입니다. 미국은 과거부터 산유국들과의 관계를 통해 원유 결제를 달러로 고정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원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그 달러는 다시 미국 금융시장, 특히 미국 국채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즉, 달러 수요 → 원유 거래 → 미국채 투자로 이어지는 하나의 순환 구조 덕분에 미국은 막대한 부채를 발행하면서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금리 정책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흔들리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달러 시스템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러시아 SWIFT 퇴출 사건’과 같이 금융 제재가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달러 기반 결제망이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시장에서 ‘달러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화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죠.
하지만 아직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습니다. 미국은 이란 전쟁에서의 확실한 승리를 통해 신뢰를 보강하고,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현행유지’를 중요한 컨셉으로 생각하는거죠.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이 과정에서 달러를 더 빠르고 넓게 유통시키는 도구로 활용되는 거고요.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페트로 달러의 디지털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원유를 통해 달러 수요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위에서 달러를 직접 유통시키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미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더 넓고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들의 과제죠.
중국 : 신뢰 창출의 과제
반면 중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위안화는 중국 경제 규모 대비 신뢰받는 통화라 보긴 어렵습니다. 중국 내 자본 통제, 환율 개입, 정치적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되기도 하고요. 따라서 중국은 금을 통해 화폐의 신뢰를 창출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느슨한 금본위’에 가까운 그림이죠. 중국이 금을 꾸준히 매집하고, 위안화 결제에 금 전환 가능성을 엮고, 상하이 금 거래소 같은 시장을 키우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페트로 달러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미국이 원유를 매개로 달러 수요를 만들어냈다면, 중국은 그 구조를 흔들기 위해 다른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원자재나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이죠. 달러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에서 미국채로 이자를 받는것, 그리고 현물 금을 받는것, 이제는 후자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구간이죠.
"그럼 비트코인은요?"
여기서 코인러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선택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역시 비신용 자산이고, 국가를 초월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더 강력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중국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트코인은 통제할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금은 물리적으로 보관하고, 이동을 통제하며, 필요하면 국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퍼블릭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며, 누구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같은 국가체계에서 통제 불가능한 준비자산은 장점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죠.
( +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을 시장 시스템으로 편입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목표고요)
또한 비트코인은 통화를 보강하는 도구가 아니라, 통화를 대체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나 디지털 위안화 전략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금은 위안화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위안화 성장의 외부 변수를 만든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점이죠.
아무튼!
미국은 달러를 더 빠르고 넓게 퍼뜨리는 방법을, 중국은 위안화를 신뢰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자산이 선택받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큰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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