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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통제’라는 유령, 배달앱 상한제는 정당한가[현민석의 페어플레이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7.19 07:00:17
조회 8510 추천 2 댓글 23

법무법인 YK 현민석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플랫폼 경제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연일 언론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대중의 큰 호응을 얻으며 가장 유력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이 단순명쾌한 구상은, 언뜻 보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고위험 전략’으로 평가받아 왔다. 과거 유사한 가격 통제 정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분양가상한제, 단통법, 도서정가제,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제 등 모든 사례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의 교훈을 똑똑히 목격했다. 더 큰 문제는 과거의 다른 가격 규제 정책들에는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명분이라도 존재했지만, 유독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그 법적 근거마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 정책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일까, 아니면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위헌적인 ‘가격 통제’의 유령을 다시 불러내는 일일까?
우리는 같아 보이는 규제라도 그 법적 토대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냉철하게 구별해야 한다. 주요 가격 통제 정책들의 법적 기반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이 그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표에서 보듯, 다른 규제들은 각자의 특수한 법적 명분을 가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적용 대상이 주로 국가가 공공의 목적으로 조성한 ‘공공택지’에 한정되어 사업 자체에 이미 공공성이 내재돼 있다. 주택은 토지와 결합돼 그 공급이 본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재화의 특수성을 가진다. 바로 이 때문에 헌법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통법이나 도서정가제는 서비스의 가격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나 지원금 차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을 방지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쟁법적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장 자주 비교되는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제 역시 국가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가맹점에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보완적 조치다. 국가가 법으로 의무를 부과했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맹점의 협상력 약화를 보호할 정책적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배달앱의 경우는 이 모든 전제에서 벗어나 있다. 어떤 법도 음식점주에게 특정 배달앱 사용을 강제하지 않으며, 이용은 전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만약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면, 이는 이미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유독 배달앱이라는 특정 산업만 콕 집어 ‘가격 상한’이라는 특별한 규제를 직접 가하려는 시도는 법적 형평성과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자, 사적 계약의 본질적 내용인 가격 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위헌적 발상이다.

법적 정당성의 취약함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정책이 불러올 명백한 경제적 부작용이다.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었듯이,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경제적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다른 약한 고리로 그 부담을 이전시키는 ‘풍선효과’를 반드시 유발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법으로 묶인 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 할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무료배달’과 같은 경쟁의 산물은 자취를 감추고, ‘플랫폼 이용료’나 ‘서비스 수수료’와 같은 새로운 비용이 신설될 수 있다. 또한, 음식점들을 상대로는 광고 상품 구매를 더욱 압박하거나,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보수 체계를 개편하여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결국 수수료 인하의 혜택은 다른 비용의 증가로 상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다른 입점업체, 그리고 라이더에게 전가된다. 이는 혁신의 샘물이 마르도록 우물에 소금을 뿌리는 셈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계획자’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한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돕는 ‘유능한 정원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원사는 정원의 꽃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할 뿐, 꽃의 색깔이나 나무의 모양을 강제로 정하지 않는다. 플랫폼이 모든 수수료 항목을 명확히 분리해 고지하도록 투명성을 강화하고,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소상공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를 엄단, 실효성 있는 분쟁 조정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단기적인 정치적 호응을 얻기 위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격 통제의 유령을 불러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부작용이 명백한 수수료 상한제라는 ‘단기 처방의 유혹’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선택하는 지혜를 새 정부에 기대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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