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개인 소유 비트코인도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압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범죄 수사에서 가상자산 압수의 법적 근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수사기관의 비트코인 압수처분 취소를 구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월 경찰이 자금세탁 범죄 수사 대상자가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비트코인 55.6개를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재항고인 측은 거래소가 관리하는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은 형사소송법상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압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법원이 피고사건과 관계있는 증거물 또는 몰수 예정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06조와 제219조에 따라 압수의 대상은 유체물뿐만 아니라 전자정보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1년 신설된 제106조 제3항에 따르면, 정보저장매체에서 필요한 정보는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출력이나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법원은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에게 이를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전자적으로 거래·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규정했다.
비트코인은 전자지갑 등을 통해 독립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전자지갑에 저장된 개인 키를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비트코인 보유자는 이처럼 개인 키를 통해 독점적·배타적으로 비트코인을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그리고 비트코인의 특성을 종합할 때 독립적 관리가능성, 거래가능성, 경제적 가치에 대한 실질적 지배가능성을 갖춘 비트코인도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비트코인은 몰수 대상도 될 수 있다고 덧붙이며, 대법원이 2018년과 2021년에 내린 기존 판결들과 맥을 같이 했다.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사기관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관리하던 재항고인 명의 전자지갑에 연결된 비트코인을 압수한 처분이 형사소송법상 적법하다고 보아 준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헌법·법률·명령·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확인하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보관·거래되는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각종 범죄에 활용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가 적법하다는 법적 근거가 확립됨에 따라,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 수사와 처벌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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