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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안녕 안나 안녕 엘사-2

라임어렌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8 09: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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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렌델 항구


"아렌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언틸브링스의 로베르트 후작님"


아렌델의 집사 카이는 부엉이 깃털이 달린 모자를 벗으며 로베르트에게 마중 인사를 했다.

카이의 눈부신 대머리가 이목을 집중시키며 사람들의 시력을 떨어트릴 때 로베르트는 관심 없이 주위만 둘러본다.

얼굴엔 늑대가 할퀸 듯한 세갈래 상처, 곰 같은 큰 덩치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가늠케 한다.


"자네 뒤에 있는 졸개 두 명 말곤.... 어딜 봐도 병사 따윈 코빼기도 안 보이는 군...

외세 침략에 지나칠 정도로 무방비한 상태야.. 이 광경이 나한텐 굉장히 불편한데... 어디 설명 좀 해주겠나?"


로베르트 후작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틸브링스는 엄격한 군부 체제의 나라라는 기록 문서를 카이는 사전에 읽어뒀기에 로베르트가 뱉은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 루나드왕께서 통치하셨을 땐 밭에서 이삭 줍는 여성도 한 명의 군사라 부를 만큼 튼튼한 국력 자랑했었습니다.

그러나 아그나르왕 이후부턴 자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왕국으로, 모범적인 외교를 통해 국방을 대체 하는 현재의 아렌델이 됐습니다. 가시는 길은 이쪽입니다"


카이는 두 손으로 길을 가리켰다.

로베르트 후작은 혀를 끌끌 차며 성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그리고 항구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배에서 내려온 귀빈이 카이한테 걸어온다.


"다음 분은... 응?"


카이는 눈을 비비더니 손에 들고있는 문서를 마구마구 헤짚다가

귀빈의 얼굴을 보곤 어딘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자각한 뒤 몸이 동상처럼 굳어버린다.


"하하,, 그 종이 어디에도 제 이름은 적혀있지 않을 겁니다."


허리엔 롱소드, 흰색 바탕의 금띠를 두른 제복, 등에는 서던 제도 마크가 그려진 망토.

갈색 장발 머리를 뒤로 넘긴 젊은 남자가 문서를 들고 있는 카이의 손을 살포시 내리면서 말했다.


"다. 다. 당신이 어째서 아렌델에 온 거죠?"

카이의 머릿속은 도화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이 상황의 매뉴얼은 강제 퇴출.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오묘한 기운이 퇴출이란 단어를 잊게 만들었다.


"저는 아렌델에 발을 들여선 안 되는 사람이죠.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죽을 때까지 올 수 없는 곳이기에 뒷 일의 처벌을 감수하고 개인 신분으로 찾아왔습니다.

저의 옛 과오를 안나님과 엘사님께 사죄하고자 왔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한스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곤 얼굴을 돌려 항구 한쪽의 장소를 바라본다.


엘사의 대관식 날, 안나가 말에 부딪혀 나룻배로 튕겨 나갔던 그날을.

한스는 회상한다.







- 대전당


엘사, 크리스토프, 올라프는 숟가락을 들어 펌초퐁을 입속에 넣었다.

2초 뒤, 셋은 짜고 치기라도 한 듯 띠용한 표정으로 서로를 힐끔 쳐다보더니 펌초퐁을 마구마구 떠먹기 시작했다.


"안나야. (앙) 진짜 맛있어. (앙) 왤케 맛있지? (앙) 매일 먹고 싶은 맛이야!(앙)"


엘사는 태어나서 달콤한 사탕을 처음 먹어본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그녀의 왼손은 수프 뜨는 기계처럼, 오른손은 바로 식혀 먹을 수 있게 쉴새 없이 부채질 하고 있었다.

[언니가 한낱 음식 앞에서 품위를 잊다니 놀라운걸..?]


"무... 물!!!! ""벌컥벌컥"

펌초퐁 맛을 보더니, 눈이 획까닥 돌아간 크리스토프는 입속에 수프를 접시째 부어버리곤 뜨거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내 남자친구지만 진짜 바보 같네..]


"무슨 맛 인지 모르게지마ㄴ 나브지 아구ㄴ요. 제 ㅈ ㅓㅁ스는 하ㅂ겨ㄱ이ㅂ니다"

올라프는 펌초퐁의 열기로 턱이 녹아내렸다.

[맞다.. 넌 눈사람이였지..]


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쭉 지켜보던 안나는 말했다.

"여러분. 생각보다 펌초퐁 시식회 반응이 괜찮은 거 같네요?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손들고, 안나님 또 주세용~ 이라 말하세요."


올라프는 뜨거운 펌초퐁을 계속 붓고 붓다보니 온몸이 녹아서 사라져버렸고

엘사, 크리스토프는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며 또 주세용을 외쳤다.


"큭큭큭."

안나는 배꼽을 부여잡고 한바탕 크게 웃는다.

얼마나 웃기는지 눈물까지 흘리는 안나

흰자가 보이게 눈을 위로 치켜세운 뒤 새끼 손가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쓸어낸다.


"아~ 너무 웃겨. 근데 미안해서 어째.. 지금 펌초퐁은 그게 전부야.

또 만들어야 하는데 핵심 재료인 구기자 열매가 없어..

구기자 열매가 있어야 초콜릿과 호박의 맛을 중화시키며 밸런스를 잡아주거든.

아스타가 구해다 주기로 했는데 언제 올지 모르겠네."


손바닥을 맞대며 미안의 제스처를 취하는 안나.

국자는 빈 솥의 바닥을 텅텅 거릴뿐이였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진 엘사와 크리스토프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신다.


"아스타."

엘사는 아침에 만났던 이름이 생각나서 안나에게 말을 꺼낸다.


"안나야. 아까 오는 길에 아렌델 입구에서 구기자 열매 따러가던 아스타를 만났어.

처음 보는 친구였는데... 어딘가 낯설지 않은.. 뭔가 엄청 가깝고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선뜻 친구 하자 했었네."


엘사는 자기 앞의 빈 접시를 묵묵히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언니. 아스타랑 만난 거야?"

근데 아스타가 아렌델에 살던 친구였었나?

어쨌든, 나도 어젯밤 광장에서 처음 만나고 사귄 친구야.

딱 마침 구기자 열매 필요한지를 어떻게 알고 도와주겠다해서 부탁했었지.

맞아,, 나도 언니랑 똑같은 느낌을 받았었어. 희안한 친구야. 그래서 친구하자 했구"



[똑똑-]


사뭇 진지해져 가던 분위기를 깨는 노크 소리.

세 사람은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초록색 제복을 입고 뒷짐을 진 매티어스 중위가 대전당 문에 서 있었다.


"흠흠, 여기에 전부 모여계셨군요. 따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돼서 다행입니다.

환영식 준비 마쳤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 이동하시ㅈ"


"매티어스- "


안나가 매티어스의 말을 끊고 이름을 부르자

매티어스는 자신이 여왕님께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정답을 찾기 시작했다.


Q. 안나님이 날 발견 해줄 때까지 먼저 입을 열면 안 됐나? 5분 동안 문 앞에 서 있었으나 투명인간 취급 당함.

Q. 뒷짐 지고 있던 게 건방져 보였나? 맨날 뒷짐 져왔는데..

매티어스는 정답을 찾지 못해 급속도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좀 잘 생겨 보이는군요."


안나는 매티어스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허탈한 웃음을 짓는 매티어스는 시간이 늦었다고 자신의 손목시계를 툭툭 치며 보여준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나 매티어스의 안내를 따라 성문으로 향했다.

복도 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이 네 사람을 환하게 비춘다.


"잠깐만.."

Q. 안나님의 오늘 따라란 말은 지금 껏 내가 못 생겨 보였단 뜻인가? → 실망..

매티어스의 뇌는 무한 동력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 노덜드라, 어딘지 모를 깊은 지하 동굴.


그 시각.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깊은 지하 동굴엔 은은한 보라빛을 발산하는 이질적인 연못이 있었다.

이내 물 속에선 우람한 손이 튀어나와 동굴의 바닥을 웅켜 잡는다.

검지 손가락에는 마치 블랙홀을 정제해낸 듯한 새까만 보석의 반지가 껴있다.

어둡고 불길한 느낌을 자아낸다.

곧 이어 우람한 손의 남자는 물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보라빛 연못은 순식간에 말라버리며 자취를 감췄다.

남자는 짐승 같이 동굴의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실 같은 빛줄기를 밧줄 삼아 벽을 오르던 남자는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손등으로 강렬한 햇살을 가리며 눈살을 찌푸린다.


"크... 노덜드라는 불쾌할만큼 너무 밝은 곳이야"


남자는 노덜드라를 살피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해낸다.


"어떻게 한 시간전만 해도 멀쩡했던,,,  내가 세운 댐이 무너져 있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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