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마무리된 지 하루 만에 양국의 발표가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은 전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논란의 발단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30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에너지 인프라·핵심 광물·첨단 제조·AI·양자컴퓨팅 등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농산물 등 민감 품목의 추가 시장 개방은 전혀 없다"며 "쌀과 쇠고기 등 농업 분야에 대한 방어를 철저히 관철했고, 검역 절차 협력 강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협상 결과에 대해 "시장 개방은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협력의 틀을 정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약 1만2000개 품목 중 99.7%는 이미 무관세 상태다. 2031년까지는 99.8% 품목이 완전한 무관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도 "한국은 이미 대부분의 미국산 상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으로 추가로 개방된 항목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이 성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반도체 관세 제외" 부분은 또 다른 해석 차이를 낳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는 대만과의 협의가 마무리된 후 최종 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미국과 대만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기 대비 성장률은 1.2%로, 지난해 1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무역 흑자가 성장률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논란으로 불거진 통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국 정상 합의 내용을 명문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세와 안보 분야를 아우르는 팩트시트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며 "양해각서(MOU) 역시 조속히 서명해 협력의 틀을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도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합의 내용이 문서화돼야 국내 법안 발의 등 행정 절차가 가능하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MOU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미국의 성과 중심 발표와 한국 정부의 방어적 해명이 맞물리며 벌어진 인식 차이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국 중심 통상 전략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협상의 명확한 근거를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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