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종묘 앞 '세운4구역'... 서울이 선택할 도시 미래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20 10:44:22
조회 223 추천 0 댓글 2
[IT동아]

세운상가 실험이 남긴 과제


세운상가는 1960년대 서울이 근대적 도시 구조를 처음 모색하던 시기의 산물이다. 김현옥 서울시장(1966년~1970년 재임)의 도시개조 정책과 건축가 김수근의 실험적 구상이 결합해 주거·상업·제조 기능을 수직으로 집약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이 탄생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도시 원리를 실험한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산업 구조와 도심 환경은 크게 달라졌고, 세운상가는 물리적 노후화와 기능 쇠퇴 속에서 과거의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필요한 논의는 '세운상가를 보존할 것인가'가 아니라, 서울이 이 실험적 도시 모델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재구성'할 것인가다.


출처=서울역사아카이브


종묘의 수평성, 도시 경관의 기준점


종묘는 조선 왕실의 제례 공간이자 서울 도심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평 경관을 지켜온 공간이다. 월대의 길이, 낮은 처마, 숲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공간 구조는 도시 속에서 시간을 천천히 경험하게 하는 고유한 공간 언어다.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 역시 종묘가 단일 건축물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수평적 리듬과 여백의 구성 자체가 보존 가치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적 질서는 서울 도심에서 역사적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20년 지연이 남긴 현실


'세운4구역'은 약 20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며 구조적 부담이 누적된 지역이다. 주민 측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개발 추진 이후 착공이 이뤄지지 못하며 누적 채무는 약 7,250억 원, 연간 금융비용만 약 200억 원에 이른다. 도심에 장기간 방치된 구역이 남긴 비용과 불확실성은 결코 작지 않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변 허용 높이를 약 100m, 청계천변은 약 140m 안팎(최고 약 145m)까지 조정하며, 사업 정상화와 도심 기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재개발의 쟁점은 단순한 높이나 거리 문제가 아니라 도시 경관과 기능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있다.


출처=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방식에 관한 논의


세운4구역을 둘러싼 논의는 개발의 찬반이 아니라 개발의 '방식'에 대한 문제다. 문화유산·경관·도시계획 분야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은 몇 가지 공통된 이야기를 전한다.

종묘의 수평 시야축이 끊어지면, 그것은 더 이상 종묘가 아니다. 월대·숲·처마가 만드는 시각적 연속성은 종묘 경관 가치의 본질이다. 높이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는 방식의 문제다.

종묘 앞 공간은 단순한 비어있음이 아니라, 도시를 조율하는 완충 지대다. 보행과 녹지가 만드는 동선은 도심의 밀도와 속도를 조절한다. 개발이 들어서더라도 이 공간의 역할은 지켜져야 한다.

세계유산 옆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배치다. 어디에, 어떤 형태로, 어떻게 보이도록 설계되는가가 핵심이다. 정교한 시야축 검토와 조형적 건축 설계가 금지보다 효과적인 해법이 된다.

도쿄 황궁과 김포 장릉이 남긴 교훈


역사적 공간과 현대적 개발이 충돌하거나 공존한 사례는 세운4구역 논의에 중요한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그중 도쿄 황궁과 김포 장릉은 상반된 결과지만, 역사공간에 접근하는 방식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전면을 비우고 후면을 채우는 설계

도쿄 황궁 일대는 일본에서도 가장 높은 개발 압력을 받는 곳이지만, 황궁 앞 공간은 숲·해자·광장을 중심으로 넓게 비워져 있다. 반면 150~200m급 고층 빌딩은 뒤편 마루노우치와 오테마치로 집중 배치된다.

이는 단순한 보존 조치가 아니라 역사 공간의 경관을 확보하면서도 도심 밀도와 경제력을 유지하는 구조적 해법이다. 일본은 이 구역 개발에 VIA(시각 영향 평가)를 엄격히 적용해 높이가 아닌 '보이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출처=미쓰비시 지쇼 주식회사



절차 부족이 초래한 결과

김포 장릉은 세계유산 주변 개발이 실패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고층 건물이 아니라, 시야축 분석·문화재 협의·설계 조정 절차가 충분히 수행되지 않은 점이었다. 결국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추가 보완 조치와 행정적 부담이 뒤따랐다.

이 사례는 세계유산 인접지 개발에서 사전 절차와 투명한 조정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경기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출처=뉴스1



두 사례는 역사 공간 보존의 핵심이 금지가 아니라 정확한 조정·배치·절차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서울은 이 원칙을 기반으로 종묘의 경관을 보호하면서도 도심 기능을 수용하는 설계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형 공존 모델의 조건


세운4구역 재개발의 해법은 외부에서 찾기보다, 서울이 이미 경험한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청계천 복원은 도심 축을 비우는 방식으로 회복을 이끌었고, 서울숲은 공원이 도시 구조를 재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사례는 도시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비움'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세운4구역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종묘의 수평성과 새로운 개발의 수직성이 공존하려면 무엇이 먼저 확보돼야 하는가.

필자는 두 가지 선택지를 본다. 하나는 충분한 공공 공간의 확보다. 도쿄 황궁이 숲으로 도시를 조율했듯, 종묘 앞은 보행과 녹지 축으로 도시를 조율해야 한다. 이는 양보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박스형 건축을 벗어난 조형적 설계다. 도심은 이미 유사한 형태로 가득하다. 종묘 앞만이라도 재료, 입면, 형태에서 서울의 정체성을 담은 건축이어야 한다. 그것이 도시가 품격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결국 세운4구역 재개발은 한 구역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이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되고 싶은가를 보여주는 선택이 될 것이다. 종묘의 수평성과 세운의 수직성이 충돌이 아닌 조화로 만날 때, 그것이 바로 서울형 공존 모델의 시작이다.

정훈구 담장너머 대표 (plus82jh9@gmail.com)

담장너머의 공동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와 '굿디자인 어워즈'에 선정된 바 있으며, 다양한 공간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적인 공간과 경험을 제안, 구축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사용자 중심의 IT 저널 - IT동아 (it.donga.com)



▶ [스타트업을 위한 회계·세무] 법인 운영 관련 회계 처리 및 세무▶ [칼럼] 데이터 주권 시대, '운영 유연성'이 곧 미래 경쟁력이다▶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성수동 젠틀몬스터, 감각이 만든 가장 거대한 브루탈리즘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대박 날 것 같아서 내 꿈에 나와줬으면 하는 스타는? 운영자 25/11/17 - -
6168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 "창업의 결과는 성공 혹은 경험만 있을 뿐입니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2 3 0
6167 [KIDP 울산] 브랜드 디자인개발 지원사업, 협업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로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8 5 0
6166 트윈위즈 “기존 고체형 소재의 한계 극복한 액상형 항균 소재, 트윈온” [SBA 초격차]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8 7 0
6165 "AI 기술로 K-콘텐츠 언어 장벽 허문다" 트위그팜, 미디어 인텔리전스 시장 공략 [SBA 초격차]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5 6 0
6164 샷에이아이 “프로·아마추어, 손님·사장님 모두 즐거운 스포츠 AI 기술”[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6 6 0
6163 마인3디피, "생성형AI·3D 프린터로 메이커 문화 확산에 기여"[스타트업in과기대]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54 8 0
6162 차세대 금융 혁신과 보안을 말하다, FICSON 2025 개최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12 0
6161 1세대 시스템 엔지니어가 한옥 호텔을 지은 까닭은…안영환 락고재 한옥 컬렉션 회장 [1]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1533 10
6160 "올해 AI 승자는 구글?" 성능·사용성 다 잡은 '제미나이 3' 등판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31 0
6159 네이버 지도, 예약 중심으로 재편…”일상 동선 완성하는 올인원 플랫폼” [4]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1286 1
6158 [KIDP 울산] 세컨드클로젯 “검증된 데이터 앞세워 스케일업 나설 것”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19 0
6157 웬디미디어,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상 수상…서울과기대 초창패 쾌거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21 0
615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Global Investors Bridge, 스타트업 해외진출 교두보”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21 0
6155 지원 스타트업 다시 한번 돕는 지속 성장 지원, 실효성은 '기대이상'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51 0
6154 여야 의원 디콘 2025에서 한목소리 "디지털자산 규제, 개선·보완해야"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22 0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종묘 앞 '세운4구역'... 서울이 선택할 도시 미래 [2]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0 223 0
6152 [주간스타트업동향] 칼렛스토어, 친환경인증 고중량포장 리펄프테이프 출시 外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7 0
6151 AI 에이전트 시대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5서 '프론티어 기업' 전략 공개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8 0
6150 DAXA, 광고·홍보 모범규준 발표 “수수료 공시·내부통제 강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2 0
6149 739km 주행거리 확보·슈퍼크루즈 국내 최초 적용…'에스컬레이드 IQ' 출시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41 0
6148 디노티시아, SC25서 VDPU 기반 FPGA로 'AI 반도체' 성능 알린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1 0
6147 SBA "서울형 R&D 시험·인증 생태계 완성, 규제 인증 장벽 완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9 0
6146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韓 기업 두바이 자이텍스 달궈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3 0
6145 케어러스 “육아 불안 잠재우는 데이터 기반 돌봄 서비스, 디어맘케어”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28 0
6144 AI 커닝 사태 일파만파...부정행위 막을 기술 살펴보니 [8]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1582 1
6143 호잇스튜디오 "IP 유출 걱정 없는 AI 애니메이션 제작 솔루션” [서울과기대 예창패 2025]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53 0
6142 엘리시안 “가상 세계 경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32 0
6141 [자동차와 法]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사고와 법적 책임의 민낯 [7]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737 1
6140 [IT신상공개] 첫 공개될 시어스랩 AI 스마트 안경 'AInoon(에이아이눈)'... 안경으로 챗GPT, 제미나이 활용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38 0
6139 [위클리AI] 오픈AI, 챗GPT 그룹 채팅 기능 시범 도입…한국 포함 외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51 0
6138 성북구 1인창조기업 지원센터에서 꿈을 키우는 스타트업 2025 (2)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79 0
6137 [투자를IT다] 2025년 11월 2주차 IT기업 주요 소식과 시장 전망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49 0
6136 [신차공개]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혼다 '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 [7]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1062 2
6135 [기술영업人] 컴퓨팅AI 인프라의 시작부터 끝을 다루는 '델 테크놀로지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35 0
6134 한국수자원공사 "로컬브랜딩·지역상생 댐 로컬 서포터즈 1기 시작"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34 0
6133 [뉴스줌인] 와이파이7 기술 더한 게이밍 공유기, 에이수스 'ROG Strix GS-BE7200X'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101 0
6132 [주간투자동향] 클레, 16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外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102 0
6131 엔도로보틱스 "내시경 수술 로봇, FDA 승인…복강경처럼 표준될 것"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549 3
6130 AI 심판으로 테니스 판정 시비 줄이고 재미는 더한다…'샷에이아이'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36 0
6129 리벨리온, 美 법인 설립··· '삼바노바 핵심 인사' 영입해 공략 본격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121 0
6128 래블업, SC25서 ‘백앤드.AI’ 기반 AI 인프라 구축 성과 알린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38 0
6127 KT 사고에서 드러난 통신사 보안 허점은? [7]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961 4
6126 리프라이즈 "AI 기술로 봉제 산업 새로운 표준 만들 것"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54 0
6125 [리뷰] 휴대성에 AI 능력까지, 14인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 HP Z북 울트라 G1a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59 0
6124 [KIDP 울산] 세컨드클로젯 "작업복 시장 혁신, 브랜딩 전문가 손길도 더했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51 0
6123 닷컴버블, 메타버스 다음은 AI? 반복되는 'AI버블론'의 정체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38 0
6122 [스타트업-ing] CIT,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로 FIX·CES 혁신상 2관왕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37 0
6121 “통화 중 실시간 AI 비서 호출” LG유플러스, 구글 제미나이 품은 익시오 2.0 공개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3 58 0
6120 클릭스튜디오 “한국과 아랍을 잇는 교두보 되고 싶어요” [SBA x IT동아]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3 48 0
6119 [IT애정남] 그래픽카드 모델명에 담긴 의미는? [1]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3 667 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