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장르의 게임들은 대체로 아름다운 캐릭터들이 나와 캐릭터성을 뽐내는 한편 농밀한 시나리오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몰입으로 이끈다. 여기에 재밌는 게임성을 접합해 장시간 팬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세월이 거듭되면서 게이머들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점점 상승하는 가운데, 웬만한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에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의 퀄리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수준에 도달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것들을 향해 각 게임 개발사들이 계속해서 도전하는 시기다.
명일방주로 스타덤에 오른 기업 그리프라인 역시 그 고뇌를 담은 게임을 출시한다. '명일방주'로 팬덤을 끌어올린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그리프라인의 신작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은 진작에 다 됐다. 4년 전 첫 공개 당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계속된 테스트에서 극찬을 얻는다. 그럼에도 게임을 가다듬기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리길 수차례. 마침내 출격 판정을 받은 게임이 22일 막을 올린다. 이미 출시 직전에 사전 등록자 수가 3,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각 커뮤니티는 게임 이야기로 달아오른다. 과연 이 게임은 차세대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여는 대작이 될 수 있을까. 정식 출시 버전을 미리 만나 봤다.
'탈로스 2' 지역을 테라포밍하라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탈로스 2' 지역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떨어진 관리자와 오퍼레이터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유저는 관리자로 변신해 이 과정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해 '탈로스 2' 지역을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간다. 처음에는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자원을 채집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넓은 범위를 탐색하고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면서 설비가 크게 확장된다.
유저는 탈로스 2의 정지 궤도 본부 'O.M.V.제강호'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각 선실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해 운영을 관리한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연상해보면 병력을 보내 지역을 점령한 뒤 SCV를 보내 커맨드 센터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집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게임은 관리자가 오퍼레이터들을 보내 특정 지역을 점령하고 자원을 채집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식이다. 때문에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전투와 확장하기 위한 건설이 유기적으로 병행되는 셈이다.
탐험과 건설 '단짠 조합'과 PAC의 묘미
게임 전반은 탐험과 건설이 병행된다. 탐험을 위해서는 더 뛰어난 장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건설을 통해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 건설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탐험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프로토콜 앵커 코어'(PAC)다. PAC를 이용해 설비를 '프린트'하고 전력을 공급하며 산업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생산된 설비와 자원을 다시 오퍼레이터에 투자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탐험하고 안정화해나가게 된다.
▲장비를 찍고 스킬을 강화하면서 육성해야 한다. 탐험과 공장을 병행하면서 캐릭터를 육성한다
집라인을 건설해 탐험 지역을 연결하면 클릭 한 번으로 먼 거리를 손쉽게 오갈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전투에서 유용한 건설 아이템, 개척을 위한 아이템 등이 병행된다. 탐험 상황에서 건설은 '데스스트렌딩'시리즈가 떠오른다. 여기에 성장 요소를 접합해 중독성을 배가시켰다. 탐험으로 건설을해 기지화를 하면 아이템을 얻는다. 목표가 뻔히 눈에 보이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멈추기 어렵다.
당장 퀘스트 하나를 수행하면 희귀 자원을 건질 수 있는 공장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를 참기가 어렵다. 특정 지역 하나만 점령하면 효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게임을 끊고 잠을 잘 수 없었다. 완성하고 공장을 돌렸더니 코어 아이템이 나오는 식으로 게임은 구성된다.
탐험과 건설이 유기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을 계속해서 주는 구조다 보니 게임은 막대한 중독성을 낳는다. 한 지역이 완성될 즈음 다음 지역이 다시 열리는 치밀한 계산이 엿보인다.
▲중계기(일종의 전신주)를 연결해 전력을 보급해야 한다. 80M단위로 건설해야 하므로 비교적 빽빽하게 건설해야 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게 되는데 익숙하기 전까지는 일단 무조건 박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민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것이 이득이다
'비밀'이 숨겨진 행성과 환경 개조의 재미
맵에는 온갖 숨겨진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기술 수준이 올라설수록 새로운 요소와 퍼즐들이 해금된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상상하면 유사한 면이 있다. 하프 오픈월드 형태의 맵은 좁지만 콘텐츠가 빡빡하게 배치되어 한 곳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시간을 소진하게 된다. 다 돌아본 맵처럼 보여도 또다시 콘텐츠가 나오는 과정이 반복된다. 어느 정도 지형을 외우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맵 전체가 내 집 드나들 듯 익숙한 공간으로 변한다.
▲맵을 이동하면서 새로운 지역이 발견되는데 워낙 많은 곳이 보여 소위
탐험은 단순 이동을 넘어 환경 자체를 개조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침식을 제거하는 드론으로 숨겨진 경로를 개방하거나 펌프 설비를 가동해 지하 금고를 발견할 수 있다. '엔드필드 데이터베이스'(EFDB)는 새로운 물질이나 환경 요소를 발견할 때마다 갱신되어 탐색 가이드를 제공한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의뢰와 행성의 생존에 관련된 스토리라인들이 등장해 재미를 배가시킨다. 공장 시스템은 복잡한 설명 탓에 어려워 보이지만 타 유저의 청사진을 복사해 붙여넣으며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한 섹터를 완성한 뒤에 드래그 후에 복사, 붙여넣기 로 확장하고, 전체에다가 붙여 넣기를 하면 편하다
연쇄 반응으로 폭발하는 실시간 콤보 액션
전투는 4개 캐릭터를 활용한다. 관리자와 오퍼레이터의 특성을 조합해 상대와 맞선다. 턴제와 달리 스쿼드 전체가 전장에 투입되며 리더를 제외한 3명은 AI로 작동한다. 특정 조건이 갖춰졌을 때 활성화되는 '콤보 스킬'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전투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리더를 조작하며 적을 무력화시키면 동료들의 콤보 스킬이 화면에 활성화되고 이를 타이밍에 맞춰 입력해 강력한 연계 공격을 퍼붓는 방식이다.
▲상대를 곱게 모으는 스킬을 사용한 뒤에 얼리고 메인 딜러로 폭격한다. 간단한 콤보 연계지만 펑펑 터지는 손맛이 쏠쏠하다
일반 필드에서는 멀리 퍼진 상대를 이쁘게 가운데로 모아주는 스킬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상대를 얼리는 스킬, 그 다음에 디버프 스킬과 강력한 공격기를 동시에 쓰는 형태로 게임을 플레이 했다. 보스전에서는 상대를 모아주는 캐릭터를 빼고 버프형 캐릭터를 더해 상태이상과 버프를 결합한 뒤 한 방 대미지를 넣고 상대 패턴을 피하는 형태로 반복해서 사냥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듯 속성 시너지와 상태 이상이 결합하면 위력은 배가된다. 냉기로 얼린 뒤 물리 공격으로 깨뜨리는 '분쇄' 등 조합에 따라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콤보 성공 시 SP가 빠르게 회복되어 스킬 무한 루프가 가능해지며 이는 보스전에서 적의 실드를 깎는 핵심 전략이 된다. 전장에서도 PAC를 활용해 방어 타워를 즉시 구축하는 '산업 전술'이 가능해 공업 시스템과 전략 전투가 결합된 독특한 손맛을 완성한다. 전투 시스템마저 파고들 요소가 많아 나만의 조합을 짜는 즐거움이 크다.
▲필살기와 함께 발동되는 컷인 영상, RTX3050 노트북으로 촬영했음에도 퀄리티가 남다르다
'제강호'에서 피어나는 관리자의 낭만과 유대
단순히 기계를 돌리고 괴물을 잡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탈로스 2의 거친 모래바람을 뒤로하고 정지 궤도 본부 '제강호'로 복귀하면 관리자로서의 또 다른 일상이 기다린다. 각 선실에 오퍼레이터들을 배치하고 그들과 교류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은 삭막한 개척지 생활의 오아시스와 같다.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건네며 오퍼레이터의 숨겨진 프로필을 해금하고 재능을 강화하는 과정은 서브컬처 게임의 정수인 '캐릭터와의 교감'을 충실히 구현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구원하자
응접실은 관리자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동안의 개척 성과를 증명하는 메달이나 희귀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다른 관리자들을 초대해 자신의 성취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성장을 넘어 내가 탈로스 2라는 거대한 세계에 남긴 족적을 확인하는 소셜 공간으로 기능한다. 결국 이 모든 테라포밍의 과정은 내가 아끼는 동료들과 함께 살아갈 터전을 닦는 숭고한 여정으로 귀결되며 유저에게 강력한 정서적 동기를 부여한다.
▲오퍼레이터, 마을 주민들과의 대화도 중요한 요소다
서브컬쳐 RPG의 '새로운 진화'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기존 서브컬처 RPG에 공장 자동화 시뮬레이션, 탐험 등을 결합하며 재미 요소의 성장을 이끈다.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재미지만, 모바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요소들을 끌어왔고, 그 공백을 철저하고 치밀한 수치 계산으로 접합한다. 정적인 건설과 동적인 전투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점은 두 장르의 팬들을 하나의 게임으로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법하다. 여기에 '밸런스'를 조율해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적절히 '선'을 그은 콘텐츠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깊이를 더해가며 마니아들의 니즈를 만족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파티 편성 창
이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상호작용과 성장의 재미는 '명일방주 엔드필드'를 단순한 수집형 게임 그 이상으로 격상시킨다. 효율을 고민하고 최적의 빌드를 찾아내는 과정은 유저를 탈로스 2의 진정한 관리자로 몰입시킨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탈로스 2'의 모든 것에 내 손이 닿아 있고, 이 장소들이 내 집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장인 정신으로 빚어낸 이 밀도 높은 세계는 개척의 재미를 갈망하던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는 게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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