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는 사실상 시장 퇴출 조치로 평가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가 유지되고 있더라도 원화마켓에서 거래가 중단되면 재상장을 통한 시장 복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는 상장폐지 과정에 일정 부분 공통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제한적인 재상장 경로에 투자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되는 국산 '김치코인' 가상화폐의 경우 상장폐지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김치코인'은 글로벌 시장보다 원화마켓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거래소 결정에 따른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해외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상장폐지 이후 자산 처리 방식과 접근법이 국내와 다르다. 재상장 판단 기준과 절차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돼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재상장 문제와 관련해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재상장 허용이 능사는 아니라는 관점과 과도하게 제한된 재상장 경로는 시장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 사진=shutterstock
결국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재상장을 예외적인 조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작동하는 제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상장폐지, 사실상 '시장 퇴출'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사실상 시장 퇴출과 같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중단되지 않았음에도 원화마켓에서 퇴출되면 재상장을 통해 복귀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대 가상화폐 거래소는 상장, 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전반에 걸쳐 일정 수준으로 표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통일된 지침은 '투자자 보호', '부실 프로젝트 정리', '국내 가상화폐 시장 신뢰 회복'을 주요 목표로 한다. 상장 관련 기준이 정비되면서 재상장 관련 원칙도 함께 마련됐다.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는 한 번 상장폐지된 가상화폐를 다시 심사할 때, 기존 상장폐지 사유를 반드시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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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으로 재상장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위믹스' 가상화폐는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 소속 회원사에서 상장폐지된 이후 다시 거래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페이코인' 역시 재상장에 성공했다. 다만, '위믹스'와 '페이코인' 외 재상장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상장폐지된 가상화폐가 국내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가상화폐 심사 과정에서 '위험성, 증권성 여부, 자금세탁 악용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다만, 심사 항목은 가장 기초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거래소마다 별도의 내부 기준과 추가 검토 절차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폐 결정 하나에 흔들리는 유동성 중요한 점은 재상장 경로가 좁을 경우, 투자자들이 그 부담을 직접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되고 우리나라 투자자 비중이 높은 '김치코인'일수록 상장폐지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김치코인' 상당수는 글로벌 시장보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김치코인'이 국내 원화마켓에서 상장폐지될 경우 영향이 해외 거래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거래 지원 종료 이후 유동성 감소, 가격 급락, 프로젝트 신뢰도 하락 등이 겹칠 경우 해외 업체 역시 거래 지원 축소나 상장 유지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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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가상화폐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하나만으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장폐지 결정으로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투자자들은 원하는 시점에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손실을 감수한 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시장 보호를 위한 상장폐지 조치가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재상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제도보다 환경과 문화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 체계가 강화되고 금융당국 감독 부담도 커졌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 상장폐지 이력이 있는 종목을 다시 상장하는 결정은 정책적 위험성을 감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금융 당국 '눈치 보기' 때문에 영업 행위가 간섭받는다면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다"라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핵심은 '예측 가능성' 해외 주요 거래소들은 상장폐지 이후의 처리 방식에서 국내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특정 이유로 거래 지원을 종료하더라도 문제가 개선되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재상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식이다. 다만,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상장폐지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 상장 폐지 프로젝트가 삭제 원인 문제를 해결하고 상장 요건을 충족하면 향후 재상장될 수 있다는 것이 바이낸스의 설명이다(사진=바이낸스)
글로벌 최대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는 거래량 부족, 보안 문제, 네트워크 업데이트 지연 등의 이유로 상장을 종료하더라도 이후 수요 회복이나 보안 수준 개선 등이 확인되면 재상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정기적으로 상장 자산을 점검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는 보안 문제 해결 여부와 법적 리스크 해소, 프로젝트 운영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관련 조건이 개선됐다고 판단될 경우 재상장을 허용 중이다.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예측 가능성'에 있다는 평가다. 해외 거래소들은 재상장 여부를 판단할 때 일정한 기준과 조건을 비교적 명확하게 공개한다. 반면, 국국내 시장은 규정 해석과 금융당국 감독 부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핵심은 '재상장 기준을 얼마나 명확하게 마련할 것인지'로 판단된다.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당국 감독 부담을 함께 고려해 재상장 여부를 비교적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재상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시장 대응 속도와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과거 코인베이스는
명확한 기준과 절차 필요 업계 내부에는 재상장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라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재상장 문턱이 낮아질 경우 프로젝트팀이 사고 이후에도 다시 상장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보안 관리나 내부 통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상장 길이 너무 좁아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시장 복귀가 어려워질 경우, 일부 프로젝트는 사업 자체를 접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선택이 오히려 프로젝트의 자정 노력과 회복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상장과 상장폐지를 전통 주식시장과 같은 구조로 바라봐야 하는지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 기업공개(IPO)와 달리 가상화폐 상장은 공공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자산을 거래소가 유통하는 형태에 가깝다. 시장 일각에는 가상화폐 상장 구조를 일반 주식시장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무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블록체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문제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거래 지원을 사실상 영구 중단하는 방식이 항상 맞는 선택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 버그가 나면 패치 후 복구하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회복과 재개를 전제로 한 운영 철학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재상장을 지나치게 예외적인 사례로 보기보다, 명확한 기준 아래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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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재상장은 특정 가상화폐를 살릴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시장이 회복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과제로 해석된다. 기술적 결함을 바로잡고 투자자 보상 체계를 구축한 프로젝트에 공정한 재평가의 기회가 제공될 때, '코드'와 '합의'를 믿는 블록체인 기술 이념도 보다 충실히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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