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이 경기가 패배로 끝난 뒤, 라커룸 복도에는 눅눅한 공기와 땀 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어둑한 조명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끌어내렸다.
“야구선수가 공도 못 잡냐?”
며칠 전, 현민이 실책했을 때.
영현의 목소리는 놀리는 말투였지만, 말끝이 묘하게 부드러웠다.
그의 시선은 실수한 플레이보다, 경기 후 숨 고르며 유니폼을 끌어올리는 현민의 복근에 더 오래 머물렀다.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현민은 그 눈길을 느끼고도 애써 넘겼다.
설명하기 어려운 떨림이 가슴 안쪽을 긁고 지나갔다.
오늘은 반대였다. 영현의 블론 세이브.
불펜 뒤 계단에 앉은 영현의 어깨는 땀과 패배감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을 따라 떨어졌다.
팀내 선배인 형준조차 조심스러워 다가가지 못하는 분위기.
그때 단 한 명,
현민만이 천천히 걸어왔다.
“야. 야구선수가 공도 못 던지냐?”
농담처럼 던진 말.
하지만 목소리는 낮고,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톤이었다.
영현은 그 순간, 놀림보다 그 목소리에 먼저 반응했다.
야간 조명 아래 비치는 현민의 땀에 젖은 목선과 뛴 후의 숨결.
그 모든 게 묘하게 뜨거웠다.
영현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시선이 현민의 입가에서 눈으로, 눈에서 목선으로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그래. 오늘… 난 팀 승리를 지웠다.”
“야구선수로서 지울 수 있는 건 다 지운 것 같아. 심지어 야구선수를 넘어 남자로서도 말이지.”
말끝이 흔들렸지만, 시선만은 단단히 현민에게 고정돼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숨이 섞일 만큼.
“그런데…”
“딱 하나, 지우고 싶지 않은 게 있어.”
현민의 목울대가 천천히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 마음에 있는… 너에 대한 감정.”
“그건 이제 숨기고 싶지도, 지우고 싶지도 않아.”
속삭임 같은 목소리가 현민의 턱 끝 근처까지 스쳤다.
그의 숨이 닿았다.
뜨겁고, 떨리고, 지나치게 가까웠다.
영현은 현민의 시선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다시 천천히 올렸다.
그 눈빛은 명백히 ‘선’을 넘으려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누가 유혹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눈빛은 누가 봐도 그 이상이었다.
영현이 숨을 조금 더 가까이 밀어붙였다.
“너 때문에 미치겠어.”
“마음이든, 생각이든… 너로 꽉 차서.”
그 말에서 미묘하게 떨리는 숨이 섞였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도가 뒤섞였다.
현민은 도망치려 했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난 곳을 영현이 같은 속도로 따라왔다.
피하지 말라는 듯.
“…야, 너무 가까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뒤로 더 갈 곳도 없었다.
영현의 손이 현민의 옆에 다시 짚였다.
손끝이 닿지는 않았지만,
손이 스치는 공기만으로도 온몸이 뜨거워졌다.
현민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움직였다.
“왜… 왜 이렇게까지…?”
영현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너 때문에.”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고 고릴라 너 때문에.”
현민이 숨을 삼키는 순간,
영현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입술이 닿진 않았다.
하지만 닿기 직전—
정확히 그 거리에서 멈춰, 현민의 숨을 빼앗았다.
“현민아”
“내 마음은… 이제 너꺼야”
현민의 심장은 쿵 하고 떨어졌고,
마치 잡히지 않은 손목에 열이 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현민이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도 더는 피할 이유 없겠네.”
둘은 서로를 바라본 채 한 걸음도 더 다가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리만으로도 충분히 명확했다.
이제, 서로에게 솔직해질 시간이라는 것.
그렇게 그날 밤,
두 사람의 감정은 드디어 같은 방향으로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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