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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룽 백일장) 자매모바일에서 작성

Dand(125.190) 2018.02.27 00:41:57
조회 398 추천 13 댓글 1
														

이미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히나. 나 추워."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댄다. 모닥불이 우리 앞에서 타닥이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간다. 바람 소리가 맹렬히 귀를 때린다. 나는 차마 사실을 말 할 수 없어 고개를 떨군다. 무전기가 고장났다. 밖은 폭설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다. 설사 나 혼자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언니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괜찮아 사요. 곳 있으면 구조팀이 온데."

언니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거짓말을 한다. 언니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눈은 언제 그칠까?.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살면서 뭐든지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뭐든지 몆번만 보면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멍청했다.

"사요 모닥불에 너무 가까이 붙지 마. 화상 입어."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언니가 내 팔목을 붙잡는다. 언니의 입이 웅얼거린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분명 언니는 가지말라고 하고 싶은 거겠지. 나는 언니의 손을 잡는다. 손이 얼음장 처럼 차가웠다.

"걱정마. 여길 좀 뒤져볼게. 뭔가 쓸만 한게 있을 지도 몰라. 구조팀이 올 때 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애써 웃어 그녀를 안심 시켰다. 그녀의 흐릿한 눈빚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걸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내 반쪽이, 내 언니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놓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층계를 올라갈 때 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몆번이고 발이 구멍에 빠져 넘어질뻔 했다. 암울한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내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구조팀이 제때 우릴 찾지 못한다면?. 생각 할 수록 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잡생각들을 치워버렸다.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언니가 그 소리를 들을까 겁이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단 무력감에 몸이 덜덜 떨렸다. 결국 층계를 다 올라와서 토를 했다. 고약한 냄세가 났다. 차가운 무언가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면서 이렇게 불안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가 못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실패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언니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는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 낡은 산장에 쓸만한게 있을리 없었다. 내가 하는 짓은 발악에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추위 속에 얼어 죽을 바에야 언니를 죽이고 자살하는게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첫번째 방문을 열었다. 이잡듯이 방안 곳곳을 뒤졌지만 쓸만한건 고사하고 잡동산이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두번째, 세번째 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4번째 방에서 겨우 찾아낸 것이라곤 먼지 낀 술 한병이 전부 였다. 그래도 그거라도 어디냐고 생각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술을 마시면 체온이 올라간다. 적어도 취한체 편하게 죽을 수는 있겠지.

내가 내려왔을 때 언니는 거의 기절해 있었다. 나는 술병을 땃다. 독한 알콜 냄세가 후각을 자극했다. 언니는 멍한 눈빛으로 날 응시한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병을 받아서 그대로 들이켰다. 갑자기 사례가 들린듯 그녀가 콜록 거린다. 너무 많이 마셨나?.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히나"

언니가 날 부른다. 약간 흐릿한 목소리에 울컥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언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왜 그래 사요?. 생각해 보니 구조팀이 좀 늦는다. 그치?."

그녀의 손이 점점 내 볼에 닿는다. 나는 그 손을 감싸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난 괜찮아."

언니가 슬픈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울음을 터트리며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쏫아졌다. 너무 힘들다. 나와 언니, 우리의 목숨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내가 실패할 것이란 사실이. 그것은 내가 감당하기엔 터무니없이 큰 것이었다.

-

술을 마셔서 그런지 속이 타들어간다. 그래도 아까전 보단 몸이 따듯해진듯 했다. 나는 동생의 눈을 쳐다본다. 언제나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이 지금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히나."

갈라진 목소리로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동생은 억지로 웃으며 날 쳐다본다. 나는 팔을 들어 동생의 볼을 쓰다듬는다. 동생은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넌 날 안심시키려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난 알고 있어. 무전기가 고장 났다는 것. 구조팀은 오지 않는 다는 것. 네가 지금 절망하고 있단 것도.

"왜 그래 사요?. 구조팀이 좀 늦는다 그치?."

억지로 웃지 마.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를 위해 괜찮은 척 하지 마. 왜 너는 서로에 대해 솔찍하지 못한 거야?. 이런 점만 날 닮다니. 순간 화가 났다. 속마음을 숨기고 나 자신을 속이던 평소의 모습이 억지로 밝은 척을 하는 동생과 곂쳐 보였다.

"난 괜찮아."

동생은 잠시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저 표정, 내가 널 볼때 마다 지었던 그 표정과 닮아 있었다.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을 보는듯한,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 내가 뒤에서 주저앉아 앞서가는 너의 모습을 볼때의 표정.

동생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동생을 감싸 안았다. 그 아이는 내 가슴에 머리를 파뭇고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져 동생의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언니... 내 잘못이야... 다 내잘못이야..."

저 아이는 이제까지 실패를 경험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일이 더 큰 상처로으로 남겠지. 너무 완벽했기에 너무나도 천제였기에. 그게 너무 분했어. 내가 노력해도 안되는 걸 네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게 분했어. 네가 한번도 아픔을 겪지 않은게 분했어. 그래서 너를 멀리하고 밀어내려 했어. 노력해도 닿을 수 없어서 증오심을 떨쳐내지 못했어. 진실을 전하지 못해. 너에게 상처만 남겨줬어. 사실은 이렇게나 사랑했는데.

"강한척 안해도 되. 난 괜찮으니까. 나한테 기대도 되."

나에게 미안해 하지 마. 미안해 해야 할 건 난데. 고작 열등감 때문에 언니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우리 이제 어떻해... 나 무서워... 언니가 떠날까 무서워..."

"난 네 옆에 있어. 네 곁에 있을거야."

"죽지마 언니... 죽으면 안돼..."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 마지막이 돼서야 겨우 서로를 용서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아이러니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마지막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몆분이 지나고 히나가 울음을 멈추자 우리는 같이 앉아 모닥불을 바라봤다.

"우리 아마도 내일 쯤에는 죽어있겠지?."

동생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강하게 껴앉는다. 따듯한 온기가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죽는게 무섭니?."

나는 그녀를 끌어앉고 다독였다. 동생은 반쯤 남은 술병을 들어 벌컥 벌컥 들이켰다. 정말 독한 술인데도 아무렇지 않은듯 했다.

"언니랑 떨어지는게 무서워."

취기 때문인지, 아니면 모닥불을 봐서인지 동생의 볼이 빨간 색으로 물들었다. 귀여운 사과 같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다음 생에도."

"다음에 태어날땐 내가 언니 할거야."

히나가 불쑥 말했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히나도 평소에 보여주던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여줬다. 나는 병을 들어 마지막 남은 술을 다 마셨다. 점점 잠이 왔다. 히나도 졸린지 고개를 꾸벅 거렸다.

"잘 자 언니... 내일... 봐..."

그녀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 내 눈도 점점 어두워 졌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우리는 한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쓰러진다.

"잘자 사요... 내일 보자..."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내 동생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느껴지는건 달콤한 민트 초코의 맛이었을까?.

-

다음날 아침 눈이 그치고 대대적인 수색 끝에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했다. 언니와 나 둘 다 살아있었다. 우리는 서로 입을 맞춘체 끌어앉고 있었다고 한다. 현제 우리 둘은 병원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언니의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그저 간 기능이 조금 떨어진 것 빼고는.

어찌 됬든 우리 자매는 죽음의 순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현제 우리는 병원에 있다. 곳 있으면 퇴원할 생각이다.

-

왠지 중간 묘사도 허접하고 너무 급하게 마무리 한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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