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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사심백일장 ] 몽골공주하나와 전속의사메르시 부분글.

랑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26 13:06:15
조회 1107 추천 64 댓글 13
														

백일장 참여도가 생각보다 저조하구먼.. 이런저런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서그런지...ㅠㅠ참여도도 올릴겸 짧은글 하나올려봐.


제목에도 적었듯이, 몽골공주인 하나와 의사 메르시의 이야기야.


다른 갤럼이 쓴글보고 몽골공주? 재밌겟당 갸르륵갸륵 하면서 꽂혔는데 막상 쓰려고보니 헬인 소재라...ㅠㅠ


1-2편으로 끝내서 한꺼번에 올리려고했는데... 도저히 그렇게 안끝내질거같더라...


내용은 답답한 궁 생활에 지쳐 말타고 탈출 감행하다 다친 하나공주를 지나가던 수녀 겸(이건바꿀까 생각중) 의사인 메르시가 치료해줘. 그 때 메르시한테 완전 꽂혀버린 하나가 환궁하면서 자기랑 같이 강제로 끌고와버린 뒷이야기야. 메르시를 이해하기 위해 독일어 배우고 있는 하나랑 속터지는 메르시ㅋㅋ


반응 괜찮다 싶으면 첨부터 한번 써볼게.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ㅠ.ㅜ 읽어줘서고마워!


------------------------------------------------------------------------







 

"амаргүй ~~ (힘들어~) ”


 


“... 책상에 앉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요. 이제 15분 정도 지났다구요.”


 


“놀고 싶어 메르시.”


 


공주가 온 몸을 비비꼬며 말했다.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메르시는 가까스로 참았다. 본인이 배우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막상 독일어 공부 시간이 되면 공주는 메르시와 놀고 싶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 마주보며 앉던 자리 배치도 메르시를 만지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공주의 땡깡 때문에 바로 옆으로 바꿨다. 그래놓고 막상 공부는 접고 놀 때면 며칠 안에 이젠 안 가르쳐주냐고 다시 졸랐기에 그만 둘 수도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멋대로인 공주는 여전히 다루기 까다로운 존재였다.


 


공식적으로 메르시는 공주의 전속 의사로 소속되어 있는 몸. 그녀의 부탁은 곧 명령이나 다름 없었다. 제멋대로에 변덕스러운 공주님. 그게 이지르부칸도르하나, 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공주였다. 하나라는 말은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메르시를 위해 공주가 특별히 윤허한 이름이었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처음에 하나라고 불러주는 메르시를 볼 때마다 공주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감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님 다른 뜻이 있는 지는 몰라도 공주가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메르시는 어느 새 공주 대신 하나라고만 부르게 되었다.


 


“ 이런 말은 또 또박 또박 잘하네요 하나. 평소엔 괜히 모르는 척 하는 거 다 알아요.”


 


“... төвөгтэй хүн... (째째한 사람 같으니...)”


 


“뭐에요. 방금 내 욕한거죠? 뭐라고 한 거에요?”


 


“хөөрхөн. 이쁘다고 했어.”


 


“방금 했던 말이랑 완전 다른 말 같은데요.”


 


메르시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 공주가 모르는 척 하며 괜히 애꿎은 비단 옷자락만 만지작거렸다. 알아들은 게 분명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메르시는 공주가 끝까지 시치미를 뗄 것을 확신했다. 흥얼거리며 자신이 손수 만든 교재를 들여다보는 척 하는 공주가 잔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은 이젠 거의 다 알아들으면서... 막상 공부할 땐 왜 이렇게 속썩이는 거에요. 그렇다고 안하면 또 공부하자고 하고. 정말 속을 모르겠네요.”


 


결국 메르시가 참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 세계를 유랑하며 돌아다닌 지 어연 8년, 많은 언어를 알게되고 익히게 되면서 알 게 된 건 한 가지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 나라 특유의 문화와 생활 습관에 녹아들지 않는 이상은 정말 그랬다. 메르시가 만나온 수많은 각국의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 이 공주의 습득 능력은 비범했다. 공주를 알게 된지 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녀는 메르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수준까지 알아듣게 되었다. 그것도 간단한 독일어까지 구사하면서. 자신의 모국과 한참 떨어진 동방의 소녀가 맞는 지 의심될 정도였다. 사실 무엇을 가르치든 간에 공주는 금방 습득하고 깨우쳤다.


 


메르시와 관계된 거라면 특히 더 그랬다. 눈치껏 상대방의 요구를 알아듣는 걸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긴 했지만 공주는 메르시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않아 그녀의 모국어를 통달하기를 원했다. 첫 1달간은 정말 밤을 꼴딱 세워서까지 공부했었지. 칸이 그 소식에 걱정되서 찾아오기도 하고... 그때의 난리법석을 생각하며 메르시가 빙긋 미소지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몰랐는데. 공주의 옆에 머무르다 보니 시간은 무섭게 흘러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났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이제 슬슬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머물면 머물수록 이곳을 떠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건 왜일까.


 


“무슨 생각해?”


 


딴청을 피우던 공주가 어느 새 메르시의 표정을 살피며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딴 생각하는 건 어째 알았는지 눈치 하나는 귀신인 공주였다. 메르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발음이 진짜 많이 늘었네요. 역시 당신은 제가 만난 사람 중 최고의 학생이에요.”


 


“최고...”


 


최고란 말이 어째 또 맘에 들었는지 실실 웃는 하나의 모습을 보며 메르시도 같이 빙그레 웃었다.


 


“쿡쿡.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확 늘텐데. 왜 그렇게 게으름 피우는지 몰라.”


 


“이젠 다 알아. 지루해.”


 


“그럼 이젠 그만하고 놀면 되죠.”


 


“공부가르쳐... 찡그리는... 메르시 얼굴... 좋으니까.”


 


공주가 더듬더듬 말하며 메르시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장난기 가득한 평소와 달리 공주의 갈색 눈동자가 진지하게 메르시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했다. 너무 가까운 거리라 메르시는 그녀의 동공이 여리게 떨리는 것마저 볼 수 있었다. 공주의 얇은 손가락이 메르시의 왼쪽 뺨으로 천천히 올라갔다가 스르륵 내려와 엄지로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메르시의 심장 또한 처음엔 느리게, 점점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줄거죠... 메르시.”


 


 


그녀를 알게 된 이래, 공주가 처음 보는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메르시가 듣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독일어로,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서.


 


아무런 티도 안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떠나려고 망설이는 걸 눈치 챈걸까... 비밀을 들킨 것마냥 메르시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공주를 쳐다보다, 마침내 말을 맺었다.


 


“...당연하죠, 하나. 전 언제나 당신 것이니까요.”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책상과 먹이 나뒹굴고 종이가 허공에 팔랑팔랑 날리는 듯했다.


메르시는 오로지 소리로만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야 전체가 공주의 얼굴로 가득차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에.


그녀의 말랑한 입술이 순식간에 자신의 입술과 맞닿았다. 공주의 살결과 입술에서 희미한 분향과 짭쪼름한 소금맛이 느껴졌다. 이윽고 작고 도톰한 혀가 조심스럽게 메르시의 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했고, 잠깐 망설이다 그녀는 공주의 방문을 마침내 허락했다.


저돌적이지만 부드러운 공주의 입맞춤. 메르시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몰래 주시곤 했던 고향의 달콤한 아카시아 꿀을 떠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아이의 곁에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달콤한 아찔함에 취해, 메르시는 속으로 조금만, 이라는 말만을 계속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그녀는 오로지 공주와의 진한 입맞춤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밤은 그 둘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점점,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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